과학, 일시정지 - 과학 선생들의 현대 과학 다시 보기 양철북 청소년 교양 7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양철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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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황우석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과학은 사회를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등 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인류에게 유익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또한 과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은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발표된 객관적이고 완벽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줄기세포와 관련한 황우석의 연구가 조작된 것이라는 보도가 있고 나서, 여태까지 내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원래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다가 어릴적부터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처럼 과학자들이 이룩한 업적에 대해서만 들었고 학창시절 공부한 과학이론이 전부였던지라 황우석 사건이 가지고 온 파장은 생각이상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 사회는 과학과 윤리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렇다할만한 뚜렷한 사회적 합의 등에 대해서는 보도된 적이 없다. 지금도 TV나 신문에서는 새롭게 개발된 신기술을 크게 보도하며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이 가져다주는 눈부신 기술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는 풍력 발전이 인근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나 옥수수로 에탄올을 사용하는 바이오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옥수수를 심기 위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사람의 입으로 들어갈 옥수수가 연료로 사용되면서 기아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 등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한다. 과학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회 속에서 왜곡되기도 하고 엉뚱한 결과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현재 우리 과학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11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특히 지은이가 교단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직 과학 교사들의 모임인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 이어서인지, 우화와 꽁트 ― 특히 안국선의 근대 소설인 금수회의록을 차용한 듯한 제2장 기후 회의 편의 금수회의록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 를 곁들여 설명해주는 이야기들은 마치 과학 수업을 듣는 것 같다. 여기에 미국의 거대 농업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Monsanto)사가 개발한 ‘유전자 조작 캐놀라’와 맞선 싸운 법정 이야기와 일본 교토 대학의 야마나카 교수가 역분화 연구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사건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지은이들이 조곤조곤하게 설명해주는 내용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쉽게 다가온다.

책에 소개된 내용은 ‘기후 변화, 동물 실험, 과학과 윤리, 원자력 에너지, 유비쿼터스, 나노 기술,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조작 식품, 태양 에너지’와 같은 과학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풍부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할수록 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급속한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느리게 살기’까지 실려 있어 과학과 우리의 삶에 대해 한 번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제까지 과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신(神)과 같은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과학을 우리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려 우리와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사용하고 난 뒤에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 탈피해서 이제는 그 과학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어떤 정답이나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로 하여금 과학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과학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무결점의 절대적인 것도 아닌 것이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입는 것도 우리 시민들이지만, 그로 인한 폐해를 직접적으로 겪는 것도 우리 시민이라면 과학이 어렵고 전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쳐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과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서론 부분에서 “오늘날 사회는 시민에게 한 가지 권리를 더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과학의 발전 방향을 심의하는 과학적 시민권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다. 과학적 시민권으로 이의를 제기해보자.

p.s.

아래 내용은 Stephanie Mills(1997)가 편집한 《Turning Away From Technology》라는 책의 부록을 번역한 것 중의 일부로, 1993년과 1994년 거대과학기술 회의의 참석자들이 유기적 세계를 다시 되돌리고 거대기술을 해체하기 위해 기술에 관한 78가지 질문을 정리한 것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내용이어서 본문의 내용을 옮겨본다.


- 그 기술의 혜택을 누가 받는가?
- 고장 나거나 낡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 만드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드는가?
- 지구를 비롯한 모든 생물과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어떤 종류의 폐기물이 생기며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기술인가?
-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그 기술을 사용하면 무엇을 잃게 되는가?
- 그 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부담이 적은 기술인가?
-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본서 제34,35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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