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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독도 - 한일관계사로 본 독도 이야기 ㅣ 독도 시리즈 1
호사카 유지 지음 / 책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2008년 7월, 일본이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기재하는 일이 발생할 때까지는 그냥 일본의 주장이라고 치부해버렸는데,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주권국가를 미지정으로 바꾸는 일이 발생했을때는 한마디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국제적으로는 독도라는 명칭보다는 다케시마라는 명칭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날 이후로 독도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여 독도를 방문하고, 가수 김장훈이 미국 유력 일간지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기사를 실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펼쳐졌다. 그러면 지금 현재 일본은 어떨까?
지금 일본은 총선으로 정신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한다. 여태까지 자민당에서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며 망발에 가까운 주장을 계속해왔는데, 민주당은 당명에서처럼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봤는데 그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민주당도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는 생각은 동일했다. 아무리 진보당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나라와 관련해서는 모든 나라가 극보수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본 지식인들에게 많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본의 지식인들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식인들은 독도가 당연히 한국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쓴 지은이 호사카 유지도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이야기한 일본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들의 독도논리가 허구로 가득찬 주장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한국인으로 귀화를 한 것이다. 일본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양국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어서인지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어느 한 나라에 치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은이는 한국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취하는 태도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독도가 엄연히 한국땅이니까 일본 주장에 대해 거의 무응답으로 나가는 입장과 독도의 일본 영토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치고 일본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밝히는 입장이 있다고 한다. 아마 많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전자에 해당하지 않나 한다.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애국심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들도 과거 일제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는지라 틈만나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보니 독도 문제에 대해서 객관적인 접근보다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면이 많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독도는 한국땅이어서 일본의 주장에 대꾸할 가치도 없고,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 끌고 가려는 것이므로 일본의 논리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진행해 오는 독도에 대한 외교정책인 조용한 외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일본의 논리를 격파하고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일본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논리도 없이 감정적으로만 한국땅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애국심에 비해 독도연구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독도시리즈 3권 중 첫 번째 권으로 출간된 것이다. 19세기 초까지 한일 양국의 역사를 통해 독도가 어느 나라의 땅인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바라보는 관점을 “첫째, 문제의 땅 독도는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가 먼저 자국의 땅이라고 인식했는가? 둘째, 독도는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가 실효지배를 해왔는가? 셋째, 어느 나라가 먼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했는가? 넷째, 독도는 국제법이나 국제조약상, 현재 어느 나라 영토로 되어 있는가?” 라는 네 가지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들의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것은 북방 4도와 센카쿠열도 등의 영토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나머지 영토분쟁에서 일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 문제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본원적인 문제로 인해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지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본 정부는 당파를 불문하고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사기(古事記)』(712년 완성)와 『일본서기(日本書紀)』(720년 완성)에는 일본의 신들이 만든 일본 영토가 적혀 있는데 그 범위 내에 홋카이도[北海道]와 울릉도, 독도는 빠져 있고, 에도막부가 작성한 “관찬 게이초[慶長] 일본도”(1610)와 “관찬 쇼호[正保] 일본도”(1648)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영토에서 제외되어 있다. 즉 일본 정부 차원에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일본측 사료 뿐만 아니라 고려사 지리지, 태종실록, 세종실록 지리지, 동국문헌비고 등 한국측 사료를 포함하여 한일 양국의 문서, 지도 등을 다루면서 한일 양국의 역대 왕조가 울릉도와 독도에 시행한 정책과 양국의 대응방식, 전략 등에 대해 서술하면서 독도문제를 아주 정치하게 풀어나간다. 이때까지 독도에 관련한 책들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 많았는데, 지은이는 이처럼 양국의 사료를 비교해가면서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일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렇다고 한국에 유리한 자료만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불리한 자료도 언급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우리 정부의 독도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마치 울릉도와 다케시마(당시에는 울릉도를 의미한다)를 다른 섬인 것처럼 언급한 점이나, 일본에까지 건너가 독도가 조선땅이라고 주장한 안용복의 활약상을 알고도 그를 유배까지 보낸 점 등 잘못된 부분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전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서, 조용한 외교를 주장하는 정부의 외교정책은 예전 우리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 사이에 일본은 전 세계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선전하며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독도가 당연히 한국땅이라고만 생각했지 일본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은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독도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일본 국민들과 외국인들을 상대로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물론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에 대한 정확한 논리와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의 독도 관련 서적들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독도에 관한 각종 문헌과 사료, 지도 등을 인용하여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어, 일반인도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독도에 관한 책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는 이만한 책이 없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