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강상구 지음, 손문상 그림 / 레디앙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크스의 ‘자본론’

한때 금서 목록에 올라 있었던 책이다. 지금은 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사람들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 읽지 못하도록 금서로 지정했을때는 이 책이 그렇게도 읽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제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덜 읽는 것 같다. 아니면 마르크스가 말하는 이야기가 시대에 뒤쳐진 것이든지, 아예 사람들이 머리 복잡한 것들을 생각하기 싫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면서 마르크스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중국마저 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감안한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더 이상 탐독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마르크스가 예견한 것과 달리 소비에트 연방이나 중국이 자본주의 길을 따라갔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평택 쌍용공장에서 노사분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병폐가 그대로 드러나는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근로자들의 노동을 통해 굴러가는 자본주의가 그 근로자들을 소외시켜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어떻게 해주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맹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우리가 이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쉬운 책은 아니다. 과학적 사회주의자라는 말처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각종 수식과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영어 약자나 수식같이 일반인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분들을 다 덜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알맹이가 없는 내용은 아니다. ‘자본론’ 1권부터 3권까지 핵심 내용만 뽑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애주가가 허구한 날 술 먹는 것을 자본 축적 과정으로 설명하는 유머 등을 섞어가며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하듯이 조근 조근 설명을 하고 있다. 시사만평가 손무상 화백의 그림도 이 책을 좀 더 가볍게(?)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와 같이 어려운 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쓰고 있다.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왜 자본주의에서 노동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자본론 본문 뿐만 아니라 자본론 역사 읽기에서 소개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세계 민중들의 피로 자본주의 선도국이 된 영국에 대한 이야기들도 관심을 끄는 내용들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대세가 되어 버린 현재. 신자유주의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근로자는 그 어느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가 힘들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며, 실업자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으니 자본주의가 가진 잘못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제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하면서 돈 불리는 일에만 열중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한다. 근로자 모두가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다. 그런 점에서 비록 ‘자본론’이라는 책이 오래 전에 쓰여진 고전이지만 아직도 그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