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무섭고 재미있는 공포영화 재발견
김시광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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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공포영화를 하나 정도 봐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여름이 되면 우리 곁을 찾아오는 영화 장르가 바로 공포영화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가 아닐까. 어두운 분위기와 오싹할 정도로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 그리고 피가 튀기는 장면들. 공포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리기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공포영화를 보고나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비주얼보다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포영화는 다른 장르 영화들과 달리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보다는 은근하게 사람을 옥죄어 오는 공포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보게 된 것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보다는 다소 불순한 의도(?)에서였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언제나 공식처럼 등장하는 에로틱한 장면들을 즐기기 위한 음험한 생각에서였다. 목적이 불순하다보니 그 취향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공포영화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 당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소위 컬트영화라고 하는 것들이 소개되면서였던 것 같다. 입으로만 회자되던 영화들이 비디오테이프로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는데, 그 목록 안에 항상 등장하는 장르 중의 하나가 공포영화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공포영화만을 찾아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사시사철 공포영화만을 찾아다니면 본 사람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특한 취향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공포영화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000편 이상의 공포영화를 보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은이에게 공포영화는 달콤한 로맨스 영화나, 짜릿한 액션 영화 이상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 다르니까.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첫 번째 파트에서는 지은이가 공포영화를 좋아한 계기, 공포영화를 즐기는 법, 공포영화 진지하게 보기 등 지은이의 공포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묻어나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흡혈귀, 좀비, 몬스터, 오컬트, 죽지 않는 망령, 귀신들린 집, 로맨스, 가족, 정체성, 이성의 한계 등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42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공포영화에 대한 팁으로 책 중간 중간에 B급 영화, 장르, 공포영화 광고, 공포영화의 법칙, 언어와 공포영화의 상관 관계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여 공포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지은이가 좋아하는 감독들과 BEST 100, 그리고 1920년대부터 시작된 공포영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지 로메로,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 스튜어트 고든 등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니면 다른 장르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이름들이다. 책에는 김성홍, 김기영, 김영한 등 국내 감독들의 이름도 보인다. 많이 알려진 영화에서부터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까지, 그리고 공포영화를 단순히 공포영화로만 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공포영화 속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사회적 함의를 읽어내고 있다. 특히 공포영화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지은이의 개인적인 시선은 공포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쓰기였다. 지은이가 얼마나 공포영화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책을 수놓는 이야기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글이 딱딱한 것은 아니다.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가지는 재기발랄함까지 더해져 책은 읽을수록 무섭다기 보다는 재미있게 다가온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공포영화 한 편을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파고든다.

“공포영화는 우리가 바라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현실의 전복을 꾀하는, 과격하고 짜릿하며 통쾌하면서 달콤한 장르영화이다(본서 제5쪽 참조).” 라고 말하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그저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오늘 하루 시간을 내어 공포영화가 던져주는 매력 속으로 한 번 들어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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