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 책을 읽고 독후감상문을 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방학때만 되면 책을 몇 권 읽고 그 책에 대한 감상문을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과제물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때는 숙제로 나온 것이어서 기계적으로 했다면, 지금은 내가 읽은 책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감상문을 쓰고 있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이 책도 지은이가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쓴 일기다.

지은이는 관독일기라는 형식은 조선 후기의 뛰어난 문장가인 ‘이덕무’로부터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덕무가 스물네 살 되던 해인 1764년 섣달 그믐날에 쓴 ‘갑신 제석기’에서 그 해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에 시작하여 11월 30일까지 날마다 보고 읽은 것을 쓴 것에 반하여(이덕무가 쓴 글에는 책을 읽고 난 느낌뿐만 아니라, 그 날의 날씨와 사소한 일상까지도 기록해 놓고 있었다고 한다), 지은이도 같은 형식으로 2002년부터 해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부터 시작하여 다음해 초까지 90일 동안 독서일기를 썼다고 하는데, 이 책에 실린 글은 2007년 중양절부터 쓴 일기라고 한다.

주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쓴 잠(箴)과 명(銘)에 관한 글을 읽고 쓴 글이다. 이규보, 안정복, 장유, 신흠, 허균 등 당대 최고의 선비들이 쓴 글이 소개되어 있다. 잠(箴)은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예방하고 반성하며 결점을 보완하려고 짓는 글이고, 명(銘)은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 물건들을 면밀히 살펴 그 이름과 용처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그 기물에 스스로를 반추하여 새기는 글이라고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의 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글로 채워져 있다.

날씨부터 시작해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언급하면서 그와 관련된 옛 선인들의 글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일기는 끝을 맺고 있다. 일기라는 차원을 넘어서 좀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옛 사상가와 선비들의 높은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이다. 지은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음며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보고 있다.

특히, 건강과 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지은이는 건강을 크게 한 번 해치고 나서 자신을 새롭게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앞만 바라보고 사는 생활에서 조금 떨어져나와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관독일기에 나오는 책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아니어서 지은이처럼 할 수는 없을 것같다. 하지만 어릴 때 어쩔 수 없이 하던 독서감상문을 이제는 내가 필요로해서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만큼 나도 책을 통해 뭔가를 얻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는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생각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宜睡眼勿睡心(허균의 睡箴)(본서 제100쪽 참조)”

라는 이 책의 부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아무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사회생활이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정작 나 자신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뒤늦게 깨달은 것은 인생이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이루어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면 인생이란 어차피 홀로 가는 길이다. 그 지독한 외로움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뒤죽박죽으로 뒤엉켜 버리고 말지 싶다. 비록 고독할지라도 홀로 이루어야 할 것들을 참구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은 절로 진정한 벗이 될 것이다(본서 제107쪽 참조).”라고 한 지은이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며 나만의 관독일기를 써내려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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