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서점가에는 아이들의 학습서를 만화로 옮긴 책들이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여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딱딱한 인문서나 교양서를 쉽게 풀어쓴 만화가 등장하여 일반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만화는 글자수가 적고 그림과 같이 글을 읽으니 지루함을 덜어준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비주얼로 인해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긴 글을 몇 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다보니 글이 왜곡 전달되거나 혹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하튼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서점가는 만화가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책은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책을 기초로 폴 불이 각색하고 마이크 코노패키가 만화로 옮긴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라고 하면 으레 수퍼맨, 스파이더맨 등 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하여 어려움에 처한 세계를 구하고 악당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오히려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국 안과 밖에서 자행한 무지막지한 비인간적인 만행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운디드니 학살. 스페인․미국 전쟁, 필리핀 침공에서 최근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이라크 전쟁까지, 자신의 나라에서 보고, 듣고, 읽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저항해 온 역사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군대는 세계평화라는 미명하에 윤리적인 목적이 아닌 경제력, 정치력,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에 이용되어 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 국민들의 삶과 행복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왔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은 일반적인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부드러움과 화려함은 없다. 조금은 거친 듯한 그림, 현장 사진과 잡지나 신문기사를 그림과 적절하게 섞은 그림, 흑백 그림 등은 컬러로 표현한 것보다 오히려 미 제국주의가 보여준 만행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지은이가 화자로 등장하여 마치 강의를 하듯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림과 함께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만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미국만 이런 모습을 보여줄까? 아마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노조탄압, 정치적 탄압과 비슷한 만행을 자국내에서 행하지 않았을까.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중국 등 모든 나라에서 힘없는 대중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위와 같은 일들은 지금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일이라고 본다. 굳이 미국이여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원드 진이 훑어간 미 제국주의의 역사는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 그림자 속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본서 28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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