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똑같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누구는 성공을 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가 하면, 누구는 실패와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굴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에 의해 지배당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점가에는 시간관리에 관한 책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다.

시간관리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남들보다 더 유용하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은 그와 같은 시간관리에 관한 책이 아니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기초로 하여 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지은이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 왔다며 이를 실증적으로 연구하여 시간관과 삶의 연관성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지은이는 책을 두 파트로 나누어 제1부에서는 자신들이 30년간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지은이들은 연구를 통해ꡐ짐바르도 시간관 검사Zimbardo Time Perspective Inventory(ZTPI)ꡑ와 ꡐ초월적인 미래지향적 시간관 검사Transcendental-future Time Perspective Inventory(TFTPI)ꡑ를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태도, 즉 시간관이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는 사실도 발견하여, 이를 ꡐ과거부정적Past-negative 시간관, 과거긍정적Past-positive 시간관, 현재숙명론적Present-fatalistic 시간관, 현재쾌락적Present-hedonistic 시간관, 미래지향적Future 시간관, 초월적인 미래지향적Transcendental-future 시간관ꡑ으로 나누었다.

제2부에서는 ‘가치있는 시간 만들기’라는 제목하에, 제1부에서 각자의 시간관이 어디에 치중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였다면, 시간관을 확장하는 훈련을 통해 누구나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법을 배우고, 현재나 미래 어느 하나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활용한다면 건강, 투자, 비즈니스, 정치 등에서 성취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은이는 연구 과정을 통해 시간관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 기본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인간은 특정 시간관을 습득해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 즉 미래나 현재, 혹은 과거 어느 한 시간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시간의 패러독스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누구나 어느 한쪽으로 조금씩은 치우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우리가 어떤 시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나 자신을 알아야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자신들이 ‘시간의 황금률Golden Rule of Time’이라 부르는 법칙으로 “남에게 바라는 방식대로 자신의 시간을 쓰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적당한 미래지향적 성향과 현재쾌락적 성향, 그리고 충분한 과거긍정적 성향이 섞인 시간관이 우리가 제안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관이라고 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 각종 도표와 통계 수치, 인용문헌, 그리고 다양한 전문 용어와 난해한 내용들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완독을 하는데 다소 시간이 들었지만 지은이들이 이 책을 위해 얼마만큼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나 하는 것이 몸으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자신들의 일을 이루기 위해 오랜 동안 노력을 아끼지 않은 지은이들의 마음처럼 시간은 나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 의식만 뚜렷하게 정립이 된다면, 각 시간관을 융통성있게 활용하는 것이 다소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인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오래되고 편중된 시간관을 새롭고 균형 잡힌 시간관으로 바꾸는 일이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변화로 얻게 되는 이익은 일시적인 고통을 견딜 만한 가치가 있다. 균형을 이루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자유자재로 최선의 것을 취할 수 있다(본서 제414쪽 참조)”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여태껏 시간을 관리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 책을 통해 시간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경험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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