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 (2disc) - 할인행사
김종진 감독, 박진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아픈 상처라고 한다면, 6.25 전쟁으로 인한 남북 분단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영화계에서는 위 두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속속 제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웰컴 투 동막골’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휴가’다. 후자가 사실적인 면에 초점을 두었다면 전자는 판타지적이면서 코미디적인 면을 부각시켜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 ‘만남의 광장’은 ‘웰컴 투 동막골’의 계보를 잇고 있다. 6.25 전쟁과 강원도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하고 코미디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두 영화가 많이 닮아 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이 영화는 남북 분단 이후 1980년대를 시대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솔리’라고 하는 강원도 두메산골 작은 마을 분교에 선생님이 부임해 온다. 그런데 진짜 선생님 장근(류승범)은 부임 도중 지뢰밭에서 갇힌 신세가 되고, 우연히 마을을 지나던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임창정)이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고, 공영탄의 좌충우돌로 인해 마을은 일대 회오리가 불어 닥친다.

갑작스런 휴전선으로 인해 청솔리 마을 사람들은 남과 북으로 갈리게 되고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만들어 만남을 이어왔다. 그런데 공영탄이 마을 이장(임현식)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를 겁탈하려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한바탕 소란이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이 비밀스러운 장소를 공영탄이 알게 되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마을사람들은 남한의 공영탄과 북한의 선미를 결혼시켜 이 모든 것을 덮고 계속하여 만남을 이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이들의 만남은 남한의 군인들과 북한의 인민군들이 추격해오면서 막다른 길에 갇히고 만다. 바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으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남한 주민들이 막아서고, 결국에는 남한에 남기로 한다. 그리고 굴속에 갇힌 삼청교육대 출신인 공영탄과 북한의 선미는 남한으로 넘어 오려고 굴을 뚫어 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은 왠지 씁쓸하다. 당시의 시대상으로 보면 북한이나 남한이나 인권 탄압에 있어 별반 다를게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을 넣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코미디답게 마지막 반전이 가져다주는 웃음으로 그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 왕래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가진 이야기로, 최근 코미디 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어 영화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다만 공영탄과 선미의 불분명한 로맨스와 조금 늘어지는 듯한 스토리 전개, 그리고 장근이 처한 난감한 상황을 계속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영화라기 보다는 마치 시추에이션 코미디같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소재가 가지는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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