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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역사 -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나체 이해 방식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수치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어사전을 뒤적여보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위 정의만으로는 수치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무엇보다 수치심이라는 것이 인간의 감정적인 면에 대한 것이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원인도 다종다양하며,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애매한 개념의 수치심, 그 중에서도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 나타난 나체에 대한 수치심을 다루고 있다. 나체를 이해하는 방식을 통해 수치심이 어떤 식으로 변모해 왔는지,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의 벗은 몸을 다른 사람이 봤을 때가 아닐까. 물론 자신이 좋아서 보여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깨알같은 글자들과 이해하기 힘든 프랑스 사람들의 이름과 역사는 몇 달 동안 이 책을 들고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 동안 이 책을 정독하며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다.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읽었던 부분을 또 읽어보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읽었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뭔가 손에 잡힐 듯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지나쳐 보는 것들에 대해 지은이는 마치 현미경을 갖다 대고 보듯이 꼼꼼하게 뜯어보며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욕조, 옷, 의학, 침대 등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한 수치심과 조형예술, 연극, 영화, 광고 등 예술적 재현과정에서 벌어지는 수치심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인용하는 문헌의 분량과 지은이의 방대한 지식에 그저 압도당할 뿐이다.
주로 프랑스라는 서구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논의여서 이 논의들이 우리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하지만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하나의 문명화된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로서는 많은 부분이 참작할 만한 내용들이다. 수치심이라는 것도 어떤면에서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문명이 만들어낸 부산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등자하는 사람들과 잘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로 인해 책에 몰입할 수 없었지만, 수치심이라는 것을 통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는 힘들지만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짬을 내어 다시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며 책장을 넘겨보고 싶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