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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직장이나 가정이나 일상생활에서 시간에 쫒기는 일을 흔하게 경험할 것이다. 인간이 시간의 주체가 시간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인간의 주체가 되어 버리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인 류비셰프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시간을 통제하고 관리한 인물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생소한 인물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조명을 받는 것은 82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세상에 남겨 놓은 70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 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논문, 그리고 방대한 분량의 학술 자료들 때문이었다.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원고다.
과연 무엇이 그에게 위와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건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관리한 류비셰프의 뛰어난 시간관리 능력 덕분이었다. 지은이가 인용한 류비셰프의 일기장에 수록된 내용들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무슨 일을 할때마다 거기에 쓰여진 시간을 통계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첫 장부터 이어지는 그의 놀라운 시간계산법은 류비셰프라는 인물에 대해 인간적인 면보다는 냉철하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어떤면에서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다. 생활에 여유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보면 류비셰프는 이런 생활에 길들여지다보니 자신만의 노하우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아무런 의미없이 흘려 보내는 시간이 지금 당장은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시간일 수 있지만, 나중에 되돌아 보면 엄청난 시간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류비셰프라는 인물에 대해 느끼는 점은 그와 같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자신에게 허여된 시간 범위내에서는 아무렇게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시간을 류비셰프처럼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당장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알차고 소중하게 보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간단하게나마 류비세프와 같은 시간통계 방법을 나에게 적용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지 않을까. 시간이 없다고 상황 탓만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류비세프의 생활을 그대로 나 자신에게 옮겨 오기는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적인 류비세프의 모습은 충분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