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 새로운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한다 살림 H classic 3
심혜련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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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하는 일컫는 미술, 음악, 시, 소설, 연극, 영화 등은 모두 일정한 매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현실화될 수 없다. 이러한 예술의 특성상 매체의 변화는 예술에 대한 정의 뿐만 아니라 미에 대한 관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변화시켜 왔다. 사진기와 비디오카메라는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사진기라는 매체의 등장으로 그림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을 묘사하는 기술이 등장하자 그림은 더 이상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빛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비디오카메라의 등장은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로 우리들 생활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영향은, 특히 현재의 디지털 매체 시대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디지털 매체 기술의 발전은 소위 예술가로 지칭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취급되던 예술 분야에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고, 위와 같은 접근가능성은 고상하고 클래시컬한 것으로 여겨지던 예술이 이제는 다수 대중들이 즐기는 놀이에 가까운 것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벤야민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우라의 몰락”이라고 하고,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고 하며, 노베르트 볼츠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예술의 종말을 고하기까지 하고 있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디지털 매체 시대의 등장으로 인해 문자 문화에서 이미지 문화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하였고, 이미지 중심의 문화에서는 사물의 본성 그 자체보다는 사물의 이미지, 즉 가상이 중요해졌으며, 멀티미디어가 등장하면서는 이미지 중심의 문화가 가지는 시각적 이미지 중시에서 복합 지각이 중요해 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이버스페이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사 촉각성이 중요해 지면서, 다시금 지각이 중요해진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하면서 현재의 디지털 매체 시대를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하여 기존의 고전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예술이라는 것만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추어야 예술의 개념이라든지 미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인지, 만약 변화화는 시대에 맞춘다면 위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가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디지털 매체 시대에서의 새로운 미학의 패러다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지은이는 디지털 매체와 같이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시 하는 영화를 통해 먼저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살펴보고, 아드르노와 벤야민이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에 대해 벌인 논쟁을 언급하면서 디지털 매체가 가지는 분산적 집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상호 작용적인 디지털 매체 기술의 특성상 디지털 매체 예술 또한 개방성과 접근 가능성, 상호 작용성이라는 본질을 가지며 이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전제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올드 보이’에 대입시켜 보면서 사이버 스페이스 시대에서의 미학적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매체의 발전으로 인해 예술과 미학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원본의 존재와 재현불가능이라는 이전의 예술의 특징이 이제는 디지털 매체 기술의 발전으로 원본과 실재가 없는 이미지,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시옹”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대해 아직 국내적으로는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지은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하고 숙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통해 위와 같은 현상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 현상의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이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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