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에게 닥쳐올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면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리 알고서 이를 막을 수 있을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수많은 일을 겪게 된다. 당장 오늘 하루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이는 오히려 그와 같은 점으로 인해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예정된 삶은 무미건조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이처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이 우리 인생의 모습이다. 당장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프다든지, 아니면 직장을 잃어 버린다든지 숱하게 많은 일들이 때로는 즐거운 기억으로 때로는 아픈 기억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우리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모습을 사막에 비유하며, 지은이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은 일을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확실한 삶에 대한 생활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20대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 유럽을 여행하던 중 파리의 매서운 추위에 질려 그 해 겨울은 따뜻한 서아프리카 해변에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는 무작정 남의 차를 빌려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알제리에 이르러 세계 최대 사막인 사하라 사막을 종단하게 되는데 따뜻한 남쪽 해안으로 가겠다는 생각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지라, 지은이의 여정은 변화무쌍한 사막만큼이나 하루 하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일을 겪게 된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불확실한 인생의 사막을 헤쳐나갈 지혜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사막여행에서 터득한 인생 노하우를 여섯 가지로 나누어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다. “끊임없이 모양이 변하는 모래사막에서는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야만 더 멀리 갈 수 있다, 정체상태에 빠지면 자신만만한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어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사막을 건너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사이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안전하고 따뜻한 캠프파이어에서 나와 깜깜한 사막의 어둠 속으로 나아가라, 열정을 가로막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라는 여섯 가지 방법이 지은이가 제시하고 있는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방법이다.

사막과 마찬가지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의 삶에 있어 유용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는 쉬어가라는 대목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었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마저 돌아볼 기회도 없이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고 가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재충전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쉬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 때는 단순한 여행서라는 느낌을 받았다가,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는 정말 막막한 모래사막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장수가 넘어가면서 나는 어느새 지은이와 함께 사하라 사막 깊숙한 곳으로 와있었다. 최근에 읽어본 처세서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고 실감이 나는 책이었다. 기존의 처세서들이 대부분 우화형식을 빌려서 훈계조로 가르치려고만 드는데 비해, 이 책은 지은이가 사막여행을 하면서 얻은 자신만의 인생경험을 통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혼과 위기였던 이혼, 아이의 양육문제, 그리고 취업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통상적으로 겪는 일상적인 내용들을 들려주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지은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멋진 여행이란 돈을 들여서 흔들림 하나 없이 길을 달리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단순히 여행하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멋지게 여행하는 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인생의 밀물가 썰물을 평화스럽게 받아들이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지은이의 말처럼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멋진 여행가가 되기 위해 불완전한 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 들이며 호기심 찬 여행가의 자세로 인생에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