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의 발견 -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바르 리스너 지음, 안미라.김지영 옮김 / 살림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까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물론 아직도 그녀의 책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지는 스테딩셀러로 남아 있다. 그녀의 책이 그토록 많은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그녀의 탁월한 지식과 걸출한 필력이 가장 컸겠지만, 로마라고 하는 나라가 주는 신화적인 측면과 우리가 학교에서 서구위주로 세계사를 공부한 탓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로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그런 로마사에서 로마를 통치한 로마황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은 황제라는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그런 연유로 당시의 역사는 황제라는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은이는 위와 같이 로마제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로마황제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 로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후세에 의해 윤색되고 왜곡된 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고대 역사가들의 기록을 살펴봄으로써 황제의 세세한 면들을 통해 우리는 황제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총 4개의 장으로 나누어 로마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제1장 ‘신화로 남은 로마의 영웅들’에서는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제정로마시대가 열리기 전,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히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제2장 ‘희망의 황제들, 절망의 황제들’에서는 아우구스투스, 칼리굴라, 네로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폭군 네로의 스승이자 위대한 철학자인 세네카가 자신의 제자이자 황제인 네로에 의해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교육이 한 사람의 성품을 변화시킬 수는 있어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는 것처럼 보여져 무척 우울한 장면이기도 했다.

제3장 ‘로마를 위한 황제, 황제를 위한 로마’에서는 트리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로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와 국민들을 혼란에 몰아넣었던 카라칼라, 엘라가발라루스 등에 대한 대조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중 자신의 병사들에 의해 살해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살해되기 전 저녁식사 때 나왔던 접시에는 일반병사들이 먹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시 황제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전횡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이처럼 권력투쟁의 틈바구니에서 비운의 생을 마감한 황제도 있었다.

마지막 장인 제4장 ‘혼돈을 만든 황제, 세계를 만든 황제’에서는 여황제라 칭하며 제국을 호령하려던 비운의 여인 제노비아에 대한 이야기와 태양을 숭배하며 기독교를 배척하던 선대의 로마황제들에 반해, 기독교를 인정하면서 다시 대제국으로 거듭나는 수완을 발휘하는 콘스탄티누스에 대한 이야기가 이채롭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아우구스투스의 통치 이래 세베루스 알렉산데르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로마의 적은 로마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로마의 적은 바로 폭군과 군인들이었다.”(본문 제335쪽)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로마의 역사를 암살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황제들이 암살에 의해 생을 마감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이야기들이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과 이후 정적들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이 살아왔던 질곡의 세월이 다소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는 흠은 있다고 하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 수많은 황제들과 당시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읽기가 수월한 편은 아니지만, 우리가 몰랐던 황제들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로마제국을 이해하는 또 다른 접근으로 신선한 발상의 책이었다. 특히 각 황제들의 흉상을 사진으로 실어 두고 있어서 이들이 가진 성격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역사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미 오래 전에 지난간 로마제국의 이야기지만 로마황제들의 삶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비춰보는 좋은 거울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