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llman Brothers Band - At Fillmore East [Deluxe Editon]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28]
Allman Brothers Band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일반적으로 록 음악은 블루스 음악에서 파생되어져 나온 것으로 이야기한다. 흑인들이 자신들의 한을 블루스에 담아 노래하자, 백인들이 이에 맞서 자신들에게 맞는 음악으로 만들어 낸 것이 록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 록 음악과 블루스 음악은 근본적으로 서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블루스 음악이 발달한 미국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록 음악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남부 지방 특유의 정서를 담아낸 음악이 바로 서던 록(Southern Rock)이다.

우리나라에는 서던 록이 그렇게 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 남부 지방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보니 우리네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유독 인기가 있었던 그룹이라면 레너드 스키너드와 지지 탑, 그리고 바로 올맨 브라더스 밴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올맨 브라더스 밴드는 71년 3월 12일, 13일 양일간 뉴욕에 있는 필모어 이스트에서의 공연실황 앨범으로 당대 최고의 서던 록 그룹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데렉 앤 도미노스의 ‘레일라(Layla)’에서 슬라이드 기타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슬라이드 기타의 대가 듀언 올맨(Duan Allman)과 보컬, 오르간을 담당하는 그렉 올맨(Greg Allman) 형제를 주축으로 하는 올맨 브라더스 밴드는, 당시로는 실험적인 듀언 올맨과 디키 베츠(Dickie Betts)의 트윈 리드기타와 자이 조하니 조한슨(Jai Johanny Johanson)과 버치 트럭스(Butch Trucks)의 드럼과 퍼커션, 그리고 베리 오클리(Berry Oakley)의 베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트윈 기타와 드럼이라는 당시로서는 특이하다 못해 파격적인 멤버 구성을 선보인 그들은 스튜디오에서 보다는, 라이브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아래의 곡들은 원래 처음 발매된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이고, 여기에 다시  6월 27일 공연실황까지 추가하여 디비디로 치자면 확장판이 나온 것이 바로 이 앨범이다.
 

1. Statesboro Blues 
강한 드럼비트와 오르간, 그리고 귓전을 때리는 울부짖는 듯한 기타가 전해주는 블루지한 사운드에 더해진 그렉 올맨의 걸죽한 보컬은 남부 사나이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투박하고 거친 듯한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바로 서던 락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는 것을 그대로 전해 주는 곡이다.

2. Done Somebody Wrong
엘모어 제임스의 블루스 명곡으로, 중간에 등장하는 Thom Doucette의 하모니카도 멋지지만, 이제껏 다른 밴드에서 볼 수 없었던 트윈 기타가 선사하는 블루지한 사운드의 향연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3. Stormy Monday
자신들이 존경하는 선배 뮤지션인 티 본 워커(T.Bone Walker)의 블루스 명곡을 올맨 브라더스만의 스타일로 소화하고 있다. 이 곡에서는 중후반부 부터 등장하는 그렉 올맨의 오르간과 듀언 올맨의 슬라이드 기타가 들을만 하다. 다른 곡에 비해 멤버들의 연주나 그렉 올맨의 보컬이 다소 부드러운 느낌의 곡이다.

4. You Don't Love Me    
도입부와 후반부에서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맞추어 연주하는 부분이 인상적인 곡으로, 원래는 월리 콥스(WillieCobbs)의 곡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블루스 넘버다. 19분 16초의 대곡으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연주가 흥겹다. 오르간과 드럼, 하모니카, 기타 등 각 악기가 가진 매력을 물씬 풍기며 자신들의 기량을 과시한다. 휘몰아 치듯이 연주가 이어지다가 곡의 중반부에서 기타 독주만이 끊어질 듯이 길게 이어진다. 곧이어 기타와 드럼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주되다가 기타 독주로 끝을 맺는다. 

5. Hot 'Lanta  
이 곡에서는 듀언 올맨의 오르간이 연주를 주도하고 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가지는 경건하면서도 스케일 크고 깊은 맛은 피아노나 키보드 연주와는 사뭇 다르게 와닿는다. 물론 기타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곡의 매력이다. 

6. In Memory Of Elizabeth Reed
그렉 올맨의 기타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디키 베츠가 자신의 재능을 여지없이 드러낸 명곡으로, 디키 베츠가 작곡하고 그렉 올맨 못지 않은 기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서던 록이지만 왠지 모르게 라틴 리듬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으로, 마치 카를로스 산타나의 음악을 듣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매우 서정적인 느낌이 많이 배어나온다. 이 곡은 Jessica, Pegasus와 함께 그들의 3대 연주곡 중의 하나라고 한다.

7. Whipping Post
이 앨범에서 23분이라는 가장 긴 연주시간을 자랑하는 곡으로 그렉 올맨이 작곡했다. 긴 연주시간 만큼이나 멤버들이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아주 부드럽게 곡을 이끌고 있다. 라이브가 가진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할 정도로 스튜디오 버전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듯한 사운드와 활력으로 가득하다.  

블루스 음악이 미국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6-70년대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뮤지션인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톤, 제프 벡이 록과 블루스 음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며, 그와 함께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과 같은 하드 록 그룹도 미국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에 자극받은 미국 뮤지션들은 블루스에 재즈, 컨트리, 재즈, 하드 록, 소울,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흡수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려고 했다. 그 출발점이 된 그룹이 바로 올맨 브라더스 밴드였다. 그들은 트윈 기타와 드럼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시스템과 위와 같은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하나의 틀 안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어 현재까지도 그들의 자양분을 후대에 까지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레너드 스키너드가 트윈 드럼을, 주다스 프리스트가 트윈 기타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고, 최근의 블랙 크로우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음반이 주는 감흥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일 정도다. 귓전을 때리는 사운드는 짜릿한 느낌과 더불어 사운드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각 멤버들의 에드리브가 이렇게 열정적인 음반은 없지 않을까 한다. 라이브 앨범 중에서 최고의 앨범이라고 해도 충분할 만큼 록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이라 하겠다.

 

이번 Delux Edition에는 위 곡들 이외에 소니 보이 윌리엄스와 앨모어 제임스가 협연한 One Way Wrong, 34분에 걸쳐 잼세션을 벌이는 Mountain Jam과 앨빈 비숍(Elvin Bishop)의 곡인 Drunken Heated Bo'에서는  앨빈 비숍의 기타와 스티브 밀러(Steve Miller)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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