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
로랑 티라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나비장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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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반인들 중에서도 전문적인 영화 비평가 못지 않은 날카로운 영화평을 하며, 영화에 일가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영화가 대중화되고 단순화 오락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영화가 우리 곁을 ?아온 것은 100년이 조금 넘는다. 이는 근대의 기술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그 시초가 미국의 에디슨이든 아니면 프랑스의 뤼미에르이든 누가 먼저 영화를 발명했다고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슬픔,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여 대중들과 같이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영화라는 기술매체의 중심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꾼’, 즉 감독이라는 사람이 있다.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많은 감독들 중에서는 자신만의 언어로 영화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고, 대중들을 이끈 뛰어난 감독들도 많다. 독일의 뉴 저먼 시네마 운동, 프랑스의 누벨바그, 미국의 뉴 시네마 운동,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등 그야말로 그 짧은 역사 속에서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준 스펙트럼은 다른 어느 예술 장르에 비해 광범위하고 흡입력이 강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감독들의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스튜디오'라는 영화잡지에서 영화평론을 쓰던 지은이가 21명의 영화감독들에 대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21명의 감독 이름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그 목록을 보면 거장이라는 제목이 그저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틴 스코시즈, 올리버 스톤, 시드니 폴락, 왕자웨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빔 벤더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에밀 쿠스트리차 등 20세기를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생각과 눈을 자극하였던 감독들의 영화에 대한 애착과 열정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지은이는 감독들에게게,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시나리오는 직접 써야 하는지, 영화를 찍을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어디인지, 카메라와 렌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배우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영화를 만들 때 피해야 할 실수와 일하면서 얻게 된 교훈은 무엇인지”라는 똑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감독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감독 저마다의 영화에 대한 시각을 느낄 수 있고, 감독들을 서로 비교해 보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재미난 것은 감독들의 말하는 스타일이 저마다 다른데, 그런 개성이 그대로 영화에 뭍어 나온 것 같다. 마틴 스코시즈의 달변, 코언 형제의 다소 엉뚱한 대답, 팀 버튼의 장난기 섞인 이야기, 장 뤽 고다르의 다소현학적인 이야기 등에서 그들의 영화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감독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거침없이 뱉어 내고 있다. 각본을 직접 쓰는지,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감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감독들이 들려주는 가장 큰 공통적인 이야기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내려는 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영화가 다른 많은 예술 장르에 비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네마테크를 전전하면서 영화를 보던 기억, 비디오 도매점을 돌아 다니면서 희귀본을 구하러 다니던 기억들이 이제는 디비디가 비디오테이프를 대체하면서 추억으로 남는다.

요즘과 같은 멀티플렉스 시대가 아닌 퀘퀘한 냄새가 나는 동시상영관 시대. 괜찮다는 영화를 보러 다니던 그때가 그립다. 그때 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가 이 책과 함께 다시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아련한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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