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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타락천사 합본 패키지 [개별 슬림 디지팩 2disc]
왕가위 감독, 임청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시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중의 한 사람. 왕가위.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기술로 빚어낸 감각적인 영상, 시적인 대사,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동성애적인 코드는 언제나 왕가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가 ‘열혈남아’라는 장편 영화로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아비정전을 거치면서 중경삼림에 이르러서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특히 중경삼림은 왕가위가 ‘동사서독’이라는 시대극을 찍다가 기분전환겸 편안한 마음에서 찍은 것인데, 오히려 이 영화가 ‘동사서독’을 능가하는 영화적인 완성도와 재미를 던져주었다. 영화에 등장한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은 다시금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서 발표한 ‘타락천사’는 중경삼림의 후속편이라고 할 정도로 중경삼림의 스토리 구조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아주 많다. 물론 이러한 공통점은 이 두 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왕가위 표 영화의 특징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스텝프린팅과 광각카메라를 이용하여 사물을 왜곡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내면심리를 읽게 하는 동시에,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으로 감각적인 것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크게 어필하였다.
그리고 영화의 진행은 화자의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자칫하면 감독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서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데도 왕가위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러한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로간의 의사의 소통이 단절되고 고독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는 이전의 영화들에게 비해 영상적으로 아주 감각적으로 변하고, 감정의 표출이 은근하기보다는 과잉에 이를 정도에 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나 평단으로부터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 이는 시대적인 흐름을 읽은 왕가위의 탁견이 아닌가 한다.
오디오 세대를 거쳐 비디오 시대로 접어든 지금 비주얼은 그 어는 매체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임팩트를 주는데, 그러한 면에서 이 두 영화에서 보여준 왕가위의 연출력과 의도는 적중하였다.
영화의 주제가 된 사랑과 고독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그리기보다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냄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심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 발매된 조잡한 영상과 사운드를 알토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디비디가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으며, 영화평론가의 정성일의 코멘터리를 서플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왕가위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