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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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아주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다.
제목 자체에서 이미 이 책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인의 사생활, 특히 성생활이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직설적으로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묘사 자체가 거의 포로노그라피 수준이라고해도 좋을 정도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외설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묘사하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성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어 우리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출간되어 국내외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책으로, 국내에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었던 책이었다. 과학자이자 성 생물학 분야의 작가인 지은이 로빈 베이커는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대중과학서로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견해에 따라 아주 상반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지은이가 던지는 주제의 적나라함으로 인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제껏 이루어지던 성담론과는 사뭇 다른 아주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 부부의 주기적 성생활을 시작으로 자위행위, 몽정, 남녀간의 외도, 혼음, 스와핑 등 인간의 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장면이라는 타이틀을 빌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가지는 장점에 속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오히려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 장면의 묘사를 통하여 지은이는 과학적 접근과 아울러 그러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심리상태와 사회상, 문화권간의 차이,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성생활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

적군을 때려잡는 정자잡이, 적군에게 달라붙어 앞길을 가로막는 방패막이, 수억 마리 아군의 충성스런 복무에 힘입어 수정에 성공하는 난자잡이. 이들이 바로 정자 부대의 정예부대원들이다. 이러한 정자들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여자들은 최상의 조건을 지닌 유전자와 결합하여 자신의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이러한 지은이의 설명은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성과 번식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최근 영화 ‘죽어도 좋아’에서는 우리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노년들의 성생활을 담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어떤 면에서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먼저 그 주제를 끄집어 내기가 힘이 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벌써 10여년 전에 성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토해낼 정도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책에 소개된 것들 중에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선정성을 벗어 던지고 인간 생활의 일부분으로 건강한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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