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사를 공부하면 르네상스가 역사에서 점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인간성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이루어 지게되는 것이다.


14-15세기 유럽에는 봉건사회가 붕괴되고, 도시의 시민 계급이 성장하면서 봉건적 전통과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문화 운동 즉,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난다. 르네상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중세가 신 중심의 문화였다면, 르네상스는 인간 중심의 문화라는 것이다. 이러한 르네상스 운동은 상업 자본이 가장 일찍 발달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르네상스의 회화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옛 관념에서 생겨난 새로운 예술'에서는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친 문학, 회화, 조각, 건축, 장식 예술 등의 발전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언어'에서는 원근법, 비례,  기하학, 몸짓과 신체언어 등으로 나누어 르네상스 회화가 가지는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지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 장인 '테마별 그림읽기'에서는 성서, 교회, 천상과 지상, 신화, 알레고리 등 다양한 주제로 당시의 그림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그림읽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짚어 봄으로써, 그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그림이 단순히 미적 관심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는 것을 넘어, 동시대와 호흡하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며, 르네상스 문화에 대해 이해를 도와 주고 있는 것이다. 즉 그 시대의 문화는 그 시대의 눈으로 보아야 하며, 현재의 시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지은이의 설명은 상당한 흡입력을 가진다.


미술 서적들이 대부분 그림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고, 수록한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작은 그림으로 인해 제대로 된 그림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책은 판형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림보기가 한결 시원해졌다. 그 대신 책은 무게도 많이 나가고 보관하기도 용이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이 책에 담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이어그램 등을 통한 그림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세밀한 분석도 이 책이 가진 크나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책의 제일 뒤편에 엽서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그림들이 밀봉되어 있는데, 액자 속에 넣어두면 보기가 좋을 것 같다.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고나 할까.


이 책이 르네상스 전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만에 국한시켜 당시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어, 자칫 이 책으로 르네상스 전반을 이야기한다고 하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원제가 'The Secret Language of Renaissance'인데 '르네상스의 비밀'이라고 번역한 것도 이 책이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르네상스 미술 속에 나타난 각종 다양한 언어를 통해 르네상스 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 책 본래의 취지와 달리 마치 스릴러 소설이나 아니면 르네상스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반 소설책 읽듯이 술술 책 장을넘겨 가면서 이 책을 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손상하는 책읽기가 아닐까 한다. 쉬엄 쉬엄 그림을 이해하며 읽어야만 제대로 된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주마간산 격으로 그림을 훑고 지나갔지만, 틈나는 대로 꺼내어 읽으며 진정한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삶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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