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월드뮤직
Various Artists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 가요 아니면 서구의 팝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미 음악이나 동구권, 더 넓게는 아프리카 음악을 들으면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전통적인 음악이 있어 그 종류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인데도, 문화적 경제적으로 서구 중심의 사회가 되다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귀는 한쪽으로만 열려있어 음악적 편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서서히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무엇보다 국제화와 더불어 서구권 중심의 문화를 벗어나 세계 각국의 문화를 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와 같은 배경에는 영화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였다고 하겠다. 영상매체가 가져다 주는 자극은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그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의 청각적인 자극도 한몫한 것이다.

이 앨범은 월드 뮤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영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듣는데는 큰 거부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월드 뮤직이라는 느낌보다는 영화의 배경음악 정도로 느껴진다. 

1번째 트랙의 Prologue(Tango apasionado)는 장국영과 양조위의 동성애를 담았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 수록된 피아졸라의 곡이고, 2번째 트랙의 Libertango는 샐리 포터의 ‘탱고 레슨’에 수록된 곡으로 이 또한 피아졸라의 곡이다. 요요마가 첼로로 들려주고 있는데 색다른 느낌이다. 14번째 트랙의 I Am You도 탱고 레슨에 나오는 곡인데, 감독인 샐리 포터가 직접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주고 있다.

3번째 트랙의 Forbidden Colours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에 수록된 곡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솔직히 월드 뮤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들려주는 전자음악은 일본적인 사운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으니 말이다.

4번째 트랙의 Raquel은 스크린의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바우라는 아티스트가 기타와 까바낑요로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영화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서정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5번째 트랙의 Veinte Anos는 로드 무비의 대가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에 수록된 곡으로,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음반자체도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베보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와 디에고 엘 시갈라의 마치 막걸리와 같은 걸쭉한 보컬로 들을 수 있다.

6번재 트랙의 Besame Mucho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 삽입된 곡으로 이미 워낙 유명한 곡이라서 월드 뮤직이라기 보다는 그냥 팝송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곡이다.

7번째 트랙의 Alfama는 빔 벤더스가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 ‘리스본 스토리’에 삽입된 곡으로, 포르투갈의 파두 음악의 대가인 마르데두스 밴드가 파두 특유의 처절하다 못해 서글픈 감정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8번째 트랙의 Platna Milosc (In The Death Car)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아리조나 드림’에 수록된 곡으로 고란 브레고빅 특유의 집시적인 스타일이 잘 녹아 있는 곡으로, 익살맞은 사운드가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9번째 트랙의 Por Que Te Vas (까마귀 기르기)는 까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까마귀 기르기’까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자체도 접하기 힘들뿐더러 그 사운드트랙도 구하기 힘든데, 귀중한 음원을 이 음반에 수록하고 있어 무척 반가운 곡이다.

10번째 트랙의 Cuore Matto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에 삽입된 경쾌한 깐소네 곡으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 같았는데 우리나라의 펄 시스터스가 번안해서 불렀다고 한다.

11번째 트랙의 Tous Les Garcons Et Les Filles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에 삽입된 곡으로, 프랑소와즈 하르디의 샹송이 6, 70년대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프렌치 무드 팝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프랑소와즈 하르디도 그런 아티스트들 중의 한명이었다.

12번째 트랙의 Maria Elena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에 수록된 곡으로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당시 극중에서 장국영의 춤장면과 함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곡이다.

13번째 트랙의 Oblivion은 ‘엔리코 4세’에 삽입된 곡으로, 파블로 지글러의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데, 피아노와 현악이 강조되어 다분히 프렌치 무드 팝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 이채를 더하고 있다.

15번째 트랙의 So Nice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 삽입된 곡으로, 보사노바의 고전인 'Samba de Verao'의 영어 버전으로 엘리안 엘리아스의 보컬이 마치 호아오 질베르토의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16번째 트랙의 From Within는 라틴 재즈 뮤지션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칼레 54’에 삽입된 곡으로, 미셀 까밀로 트리오의 열정적인 연주가 뮤지션들의 치열한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17번째 트랙의 Falsa Baiana는 피나 토레스 감독의 ‘맛을 보여드립니다’에 삽입된 곡으로, 16번째 트랙의 From Within과 달리 브라질의 디바 Gal Costa가 유려한 보컬로 사람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준다. 

수록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라틴 음악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이 월드뮤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 속에 쓰인 월드 뮤직을 엄선하다보니 그래도 우리들에게 많이 소개된 영화들이 라틴 영화들이다보니 자연히 음악이 편향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월드 뮤직을 흡수하기가 편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음악과 접해보는 것도 색다른 사운드를 체험하게 되는 좋은 음악듣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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