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로봇 브랜드가 온다
태권브이가 바꿀 미래
2007.01.16 / 김혜선 기자 

30년 만의 부활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된 <로보트태권V>의 디지털 복원판이 오는 18일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태권브이라는 캐릭터를 둘러싼 거대 프로젝트들도 하나둘씩 눈을 뜨는 중이다. 한국 최고의 캐릭터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태권브이, 이 거대한 존재가 만들어갈 미래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여전히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태권브이에 대한 추억담을 함께 싣는다.

1976년 7월 24일 탄생한 <로보트태권V>가 30년 만에 새 옷을 입는다. 유실된 줄 알았던 1편 필름이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돼 2년간 디지털 복원 과정을 거쳤고, 2007년 1월 18일 무려 전국 150개관에서 일제히 개봉해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이 같은 개봉관 수 확보는 놀랄 만한 일이다. 30년 전에 이랬더라면 한국영화 관객동원 리스트에서 그 순위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복원된 필름의 전국적인 개봉 자체만도 일대 사건이지만 <로보트태권V>의 존재 의미와 가치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포괄한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뮤지컬, 게임, 출판, 완구,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 아이콘이자 브랜드로써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태권브이의 존재에 각계의 엄청난 기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연출자인 김청기 감독과 제작자 유현목 감독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공동저작권자로서 영구판권을 획득해 태권브이에 관한 모든 사업권리를 지니게 된 브랜드회사 (주)<로보트태권V>는 사실상 7년 전부터 저 너머의 원대한 미래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디지털 복원판 개봉을 시작으로 꿈의 프로젝트를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전체 규모가 약 2,000억 원대인 <로보트태권V> 프로젝트의 미래 청사진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숙성 기간을 거치고 있다.

태권브이 비긴스 혹은 리턴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소년 훈. 그런데 훈과 결승전을 벌였던 미국 선수와 그밖의 선수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훈의 아버지이자 태권브이의 개발자이기도 한 김 박사는 이것이 세계과학심포지엄에서 외모 때문에 망신을 당해 앙심을 품은 천재 물리학 박사 카프의 소행이라 의심한다. 한편, 카프의 딸이라며 찾아온 인조인간 메리가 태권브이 설계도를 훔치다 들켜 김 박사에게 총을 쏘고 달아나고 훈은 김 박사의 유언에 따라 강도 높은 훈련 끝에 태권브이와 일체가 된다. 이후 모든 사건이 지구정복을 꿈꾸는 말콤 일당의 소행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훈과 태권브이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 나선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1편의 줄거리인데, 낯설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다. 당시로선 매우 영리하게도 SF 코드에 무협 코드, 반공 코드까지 뒤섞어놓은 <로보트태권V>는 오랜 세월 우리 뇌리에 깊숙이 각인돼왔지만 그 기억과 느낌은 개인별로 꽤나 각양각색이었다. 그리고 태권브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견도 역시나 각양각색이었다. 마징가Z의 명백한 아류라는 의견과 한국 애니메이션의 보물이라는 의견이 지난 30년간 팬들 사이에서 논쟁이 돼왔던 바,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는 바로 태권브이가 지금 우리의 문화라고 여길 수 있게 하는 ’현재화‘ 작업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화‘의 첫 번째 단계는 역시 제대로 된 시나리오의 개발과 직결된다. 시나리오가 완성돼야만 모든 단계별 프로젝트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주)로보트태권V를 위해 현재 시나리오를 집필 중인 재미동포 김영일 작가는 나름대로 <로보트태권V>를 열렬히 사랑했던 대한민국 꼬마였다. 정말이지 틈만 나면 노트에 태권브이 그림을 그려댔다. 남동생 영이가 친구들로부터 <로보트태권V>의 여주인공 ‘영희’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여자 같다고 놀림을 받아도 그는 <로보트태권V>를 사랑했다. 미국에서 살게 된 후엔 또래 미국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만화와 애니메이션, 슈퍼 히어로물에 심취하게 됐다. <볼트론> <스파이더맨> 같은 만화를 사보며 영어를 배웠고,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 캐릭터 장난감을 모아 친구 삼았으며, <슈퍼맨> <스타 워즈> 같은 영화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2006년, 다 큰 김영일 작가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관한 인재 발굴 프로젝트 ‘필름 메이커스 디벨롭먼트 랩’에 참가했다가 자신의 멘토로 정해진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를 만났다. 어떤 소재를 개발할까 토의를 하던 중 문득 신철 대표가 (주)로보트 태권V의 대표이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참 희한한 인연이었다. 그 이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뒤 6주간 서울 압구정동 신씨네 사무실에 머물면서 오리지널 <로보트태권V>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2주간 시놉시스를 쓴 후 기획실 내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신철 대표 이사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재밌어서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쳤기에"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리메이크버전의 풀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애초부터 슈퍼 로봇 장르와 <로보트태권V>의 열혈 팬이었던 김영일 작가가 쓰고 있는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3D 애니메이션 <로보트태권V> 시나리오는 2007년 상반기 완고가 나올 예정이다. 이 시나리오엔 크게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태권브이 탄생의 비밀과 김 박사가 숨겨놓은 태권브이에 관한 비밀,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 중요 캐릭터였던 인조인간 메리의 비극이다. 과연 어떻게 현대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할지 상당히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피터 잭슨이 1933년 오리지널 <킹콩>을 리메이크하겠다고 나섰을 때처럼 말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로보트태권V 기획실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시나리오도 준비 중이다. 오리지널 <로보트태권V>에서 30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 즉 속편에 대한 시나리오도 서너 명의 작가가 달라붙어 작업해온 지 오래다. 두 가지 전혀 다른 버전 중에서 지금으로선 전자인 오리지널의 현대적 업그레이드버전 쪽으로 거의 방향이 기울고 있지만 이 두 버전을 섞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이 선택되든 다른 하나는 버려지는 대신 완성도를 갖춰 <로보트태권V> 뮤지컬 버전이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적용될 가능성도 크다. <로보트태권V> 시나리오가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던 ”스토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첫 단추인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잘못 끼운 줄 알면서도 스스로 멈추지 못해 결국 재앙이 된 애니메이션들이 오죽이나 많았던가. 이 땅에서 유일하게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으로 기억되는 <로보트태권V>를 망가뜨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프로젝트를 숙성시키기 위한 관련자들의 마음고생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태권브이 몸 만들기

<로보트태권V> 프로젝트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선결 과제가 시나리오라면 어느새 30세가 된 태권브이의 외모를 현대화시키는 디자인 리뉴얼 역시 그에 버금가는 중요 과제다. 지난 몇 년간 간간히 태권브이 부활 붐이 일어서 프로젝트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이 유행할 때마다 일명 ‘에반게리온형’ 혹은 ‘건담형’ 태권브이 디자인이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태권브이의 기존 이미지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태, 즉 부실한 기반 위에서 매번 리메이크를 꿈꿨기 때문이라는 게 팬들이나 태권브이 전문가들의 가장 큰 지적이다. (주)로보트태권V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주)로보트태권V 기획실 장순성 실장은 "로봇 디자인회사 로이 앤 블록을 통해 태권브이 토이 제품을 먼저 디자인했다. 제품을 통해서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디자인의 해답을 얻고 현대적인 비주얼에 대한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태권브이 얼굴 표준이 나오도록 튜닝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그 이유는 이후 태권브이를 제품화할 때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혹시 유행을 타더라도 이유 있는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제작되게 하기 위해서다. 작업속도가 워낙 더뎌 스트레스가 많지만 그래도 원칙을 지키고 싶다“라고 설명한다. 오리지널 디지털 복원판이 개봉하고 나면 제작진은 공식적인 <로보트태권V> 로고를 확정하고 태권브이와 관련해 리뉴얼된 비주얼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태권브이 디자인 표준화작업을 맡고 있는 로이 앤 블록의 이대석 사장은 “태권브이는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문화 아이콘이라 생각하고 30년 전 로봇 태권브이 스타일을 현대화하는 기준선을 정하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더 가깝게 접근하는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고민했다. 태권브이가 사람과 같은 골격을 지닌 구조를 가졌기에 멋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논리적인 디자인을 완성해내는 데 초점을 뒀다. 단순히 가지고 노는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차원을 벗어나 한 사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해서 과학적인 연결고리들을 심어놓으려 애썼다”고 설명한다.

그럼 그 과학적 연결고리들이란 대체 무엇일까? 로이 앤 블록은 예전 애니메이션 속 태권브이의 신체비율이 잘못돼 있던 탓에 실제 나올 수 없는 음영, 가슴과 배의 면을 다시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대영 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트니스 센터에서 세월이 흘러 처진 태권브이의 살을 올려주고 몸매를 다듬는 일”이었던 셈이다. 가슴에 놓인 V자는 평면이 아닌 입체로 디자인했다. 면과 면이 합쳐진 얼굴 부분은 특히 세심하게 신경 쓴 곳이다. 예전에 없던 콧날 면을 만들고, 죽어 있던 뒤통수를 둥글게 살려내고, 광선이 나오도록 돼 있는 눈이 뜨거워지면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나 팬이 들어갈 수 있도록 눈 아래 다크서클 부분에 홈을 파놓기도 했다. 어깨는 뒤로 너무 나가 있는데 가슴은 한껏 키워놓아 불균형적이었던 과거 태권브이의 자세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나니 사람으로 치면 다소 엉거주춤했던 태권브이의 자세가 바르게 교정되기도 했다. 골반도 몸 옆에 달려 있는 상태라 완구로 만들었을 때 실제로는 태권도 자세를 한정적으로밖에 구현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기에 그것 역시 제자리에 옮겨놓았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체형교정을 받고 새롭게 디자인된 태권브이는 자주 비교되는 마징가Z나 76년형 태권브이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엄청난 과제를 떠안았던 새 태권브이의 디자인은 과거보다 젊은 청년의 느낌을 지닌 남성적인 태권브이를 탄생시켰다.

로이 앤 블록이 심혈을 기울인 태권브이 디자인의 첫 번째 결실은 지난 5일 시청 앞 광장에 전시된 3.5미터짜리 태권브이 동상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두 번째 결실은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출시될 40cm의 태권브이 액션피겨다. 이 액션피겨는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관절이 있는 태권브이의 상체만 손으로 움직여 자세를 바꿀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깡통 로봇 피겨도 더불어 출시되지만 아무튼 이 액션 피겨들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출시되는 첫 번째 태권브이 완구가 되는 셈이다. 확실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태권브이 완구가 성공한다면 국내 완구 산업계에는 상당한 청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10년 전 <로보트태권V> 부활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서를 쓰고 이 무모해 보일 만큼 대단한 도전에 뛰어들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중인 장순성 기획실장은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화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말마따나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발의 조짐이 나쁘지 않다.

태권브이, 다단계 모험의 시작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뮤지컬, 출판, 완구, 게임, 테마파크 등 무려 7개의 윈도우를 거쳐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요원했던 ‘원 소스 멀티유스’의 전략을 제대로 펼쳐 보이겠다는 <로보트태권V> 프로젝트의 야심은 각각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단계별 프로젝트들의 포부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앞서 설명했던 100억 원 규모의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영화사 신씨네와 (주)로보트태권V가 주축이 돼 진행하며 올 연말 프로덕션에 들어가 3년 후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결성해 실력 있는 국내 CG 업체들과의 작업을 계획 중이다. 현재 (주)로보트태권V와 MOU 계약을 체결한 국내 CG 업체는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와 광고 CG로 유명한 인디펜던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ETRI,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성장한 CG 업체 세모로직 등등이다. “시나리오를 여럿 개발해 다양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놓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최적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영상 파트 총괄 담당 양우석 감독은 "시간배분도 큰 문제인데 순 재 75억이라는 빠듯한 예산 하에서 각 업체들이 조금씩 희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3D 극장판 애니의 감독은 스토리, 기술, 아트 면을 모두 보완할 수 있도록 공동감독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사 신씨네와 (주)로보트태권V의 신철 대표는 "계획대로 된다면 3년마다 한 번씩 극장판을 만들 예정이다. 1편이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가는 순간, 2편이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우린 100년을 내다보고 있다”며 그 포부를 밝혔다. 이 3D 극장판이 어떤 형식과 이야기를 갖느냐에 따라 <로보트태권V>의 TV 시리즈를 포함한 그밖의 영상물들의 방향도 달라진다. 이외에 <로보트태권V> 뮤지컬 프로젝트에도 상당히 눈길이 간다. 실물 헬리콥터를 무대 위로 끌어들였던 <미스 사이공> 공연이나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라이온 킹>이나 모두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뮤지컬 형식이었던 걸 감안하면 <로보트태권V>의 뮤지컬화도 긍정적일 수 있을까? 롯데월드 야외극장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식 특촬 공연물 ‘파워레인저 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주)로보트태권V 내 뮤지컬 파트 담당자 김소연 씨의 설명이다. “전체 관람가지만 아이들만이 타깃은 아니다. 태권도 군무와 하이테크 쇼라는 두 가지 포인트를 지닌 대형 뮤지컬로 만들 예정이다. 현재 국내 유수 공연기획사들과 접촉 중이다." 대충 로봇 인형을 전시한다거나 배우가 로봇 탈을 쓰고 돌아다니는 어수룩한 방식이 아니라 가능한 한 태권브이를 멋지게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규모 액션 시퀀스를 가미해 성인 관객들에게도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끌어내겠다는 야심으로 함께할 뮤지컬 회사를 선정 중이다.

태권브이 게임 프로젝트도 꽤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다. 4조 5천억 원 규모의 게임시장 규모(성인용을 포함하면 10조 원)를 생각할 때 침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주)로보트태권V 산하 게임팀 내에선 코드명 ‘프로젝트V'로 불리고 있는 태권브이 게임 엔진의 개발이 한창이다. 다양한 유저들이 온라인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MMORPG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태권브이 게임의 주요 컨셉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싸워주는 태권브이를 등장시킨다는 점, 여느 온라인 게임처럼 유저들이 태권브이를 키우고 입힐 수 있으며 유저들을 대변하는 인간 캐릭터가 태권브이 메카닉에 탑승해 나만의 태권브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주요 공략 타깃 층은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 잠깐 비켜 봐! 라며 끼어들 아버지들‘까지를 포괄할 예정. 판타지 게임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메카닉이 돋보이는 태권브이 게임은 사실상 모험적인 시도라 할 만하다. 현재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설정들의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게임 엔진은 올해 4월 완성될 예정이다. 이렇듯 <로보트태권V> 프로젝트의 사업 스케줄을 정리하면 게임이 먼저 출시된 이후 뮤지컬이 제작되고, 3D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고 그 중간 중간 머천다이징과 출판 사업이 진행될 것이며, 마지막으로 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테마마크 사업은 특히나 입지 선정이나 건축물 구조 등 규모나 설계비용의 합리성 등을 검토하는 데에만 무려 20억 원이 들 만큼 거대한 프로젝트.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성공적인 테마파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달려야 하는 로봇, 태권브이의 미래



2006년 (주)로보트태권V와 씨지랜드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후원한 태권브이 컨셉 디자인 공모전 '나의 꿈, 나의 태권브이'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프로작가 한상헌 씨는 인터넷상에서 'lenonno'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태권브이 열혈 마니아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디지털 복원판의 포스터를 직접 리뉴얼했다. 그는 "한동안 태권브이 프로젝트의 그림자만 보이고 아무것도 진척되는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복원판이 개봉을 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도 궤도에 오르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슈퍼 로봇의 혼을 그리워하는 건 일부 마니아들의 정서만은 아니다. 신철 대표는 "<로보트태권V> 프로젝트야말로 거품과 위기로 가득한 한국 영화시장이 여타 분야와의 협업으로 시장규모를 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득 마이크로소프트 사 회장 빌 게이츠는 미국 과학대중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2007년 1월호에 게재된 표제기사에서 로봇의 미래에 대한 의미심장한 얘기를 꺼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게이츠는 로봇 산업이 30년 전의 개인용 컴퓨터(PC) 산업과 유사하다고 주장했고, 로봇이 곧 우리 일상의 곳곳에 존재할 날이 머지않았으며, 이를 위해 로봇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로봇이라는 물체의 위력을 실감케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다. 태권브이가 우리 일상의 업무를 대신하는 류의 로봇으로 기능하진 않겠지만 국내에선 로봇이라는 제품, 로봇이라는 브랜드의 시장 파워와 가능성을 몸소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한 애국심의 발로에서가 아니라 더 크고 더 유효한 시장 개척을 위한 태권브이의 정면 승부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사진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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