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작년 출판계에서는 무슨 유행이라도 되듯이  “교양”에 대한 책들을 많이 출간하였다.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되어 한권 또는 두권 정도에 걸쳐 다양한 내용들을 실어 두어서 교양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엠파스 국어사전에 의하면 교양이란 “사회생활이나 학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행과 문화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그런 교양에 목말라하는 이가 바로 이 책을 썼다. 지은이가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코리아'의「비하인드 더 뮤직」과「마스터 워크」에 연재했던 글들을 한권으로 책으로 엮은 것인데, 음악과 문학, 미술, 영화를 넘나드는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에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이야기 하면서,  킬 고어 중령의 헬리콥터 부대가 바귀너의 ‘발퀴레의 출동’을 배경으로 공습을 하는 장면을 언급하는 것이나, 윌러드가 커츠를  ?아갔을 때 스크린에 등장하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와 제시 웨스턴의 ‘제식으로부터의 로망스’를 소개하는 것이나, ‘황금가지’라는 책을 타고서 페터 브뤼겔이 그린 ‘사육제와 수난절 사이의 싸움’을 소개하는 등으로 지은이는 이리저리 줄타기를 하면서 다양하게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나위어져 있는데, 제1부 ‘신화와 성서’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음악과 그에 관련된 믄학작품을,  제2부 ‘세상의 노래’에서는 예술 장르 간의 영향관계를, 제3부 ‘파우스트의 편력’에서는 음악과 문학 작품에 묘사된 성장통을, 제4부 ‘사랑의 변주곡’에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각 실어 두고 있다. 즉 위와 같은 소재를 중심으로 음악과 문학, 미술 등이 상호 영향을 주며 서로 발전해 온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의 제목인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는 18세기 작곡가 살리에리(영화 모차르트에 등장하는 그 살리에리)의 오페라 “음악이 첫째, 말은 둘째”로부터 빌려 온 것으로, ‘음악’과 ‘대본 또는 가사’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로서, “시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다른 예술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인과 “무릇 문학이란 음악의 옷을 입고서야 진정한 예술가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작곡가가 대립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논의와는 상관없이 각각의 장르의 소통과 융화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괴테, 실러에 대한 이야기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내용 자체가 중복되거나 소재의 대상 폭이 한정되어 있다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음악과 문학 등의 상관관계를 끼워 맞추려고 하다보니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각 내용간의 연관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한 면도 있으며, 어떤 글들은 이야기의 소재를 벗어나 너무 길게 늘어지는 경향도 있어서 이야기의 강약 조절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은이는 교양인이 되고 싶어서 예술분야에 대한 직업을 가지고 그런 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하지만, 이 글 자체가 과연 교양에 대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지만, 일단 글자체가 가지는 독자들에 대한 흡입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편이다. 이는 지은이가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괴테나 그리스 로마 신화, 클래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부담이 가는 책이 될 수도 있다.


교양이라는 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남들보다 몇 가지 더 안다고 교양인이 되는 되는 것도 아니고 보며, 현대에서의 교양은 지식 위주의 자기만족적인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지은이의 시도는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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