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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브릿팝 앨범'이라 하면 통상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89년작 가 꼽히는데 90년대를 대표하는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노앨 갤러거(Noel Gallagher / 기타, 보컬)는 라스(The La's)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 (90)와 스웨이드(Suede)의 (93), 그리고 자신들의 데뷔작 (94)를 브릿팝의 시작이라고 '뻔뻔하게' 밝힌 바 있다. 반면 저널리스트 존 해리스(John Harris)는 블러(Blur)의 싱글 'Popscene'과 스웨이드의 싱글 'The Drowners'가 발매되었던 92년을 브릿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브릿팝의 시작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라는 결론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이후 브릿팝의 발전 과정은 2000년을 6년 보낸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그 아성은(국내에서만 보더라도) 90년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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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된 시점이지만, 그것이 메이저 음악계에서 시장성을 띤 개념으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90년대 초반, 미국 얼터너티브 음악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국의 음악씬이 장르적으로 보다 분명해지는 과정을 밟으면서부터다.
이 시기 영국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빠른 속도로 취합해가던 두 세력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블러, 나머지 하나는 오아시스였다. 이들은 당시 신세대 밴드로서 각각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해가고 있었는데, 얼터너티브의 공격 앞에 절치부심하던 영국언론이 이들에게 라이벌 구도를 적용, 이슈화시킴으로써 '브릿팝'의 이름이 갖가지 논쟁과 함께 세계 음악 팬들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심지가 촉발되면서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생소하다 싶을 정도의 '브릿팝' 뮤지션들도 어느 새 지구 반대편 한국 오프라인 잡지의 커버를 장식할 정도가 되었고, 블러와 오아시스의 선후배들이 그렇게 속속들이 소개되면서 브릿팝은 마침내 오늘의 위치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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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 하면 흔히 '맨체스터 씬'이 빠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오아시스의 연고지가 그곳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스미스(The Smiths)와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라는 거물 밴드가 음악적으로 먼저 큰 족적을 찍어두었기 때문이었다.
모리세이(Morrissey)와 자니 마(Johnny Marr)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 스미스는 음악적인 영향력에 있어서만큼은 가히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밴드로, 섬세하면서도 음울한 음악, 낭만적이면서도 충동적인 가사로 8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군림하였다.
한편 같은 맨체스터 출신의 스톤 로지스는 1989년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발매하며 순식간에 전 영국을 경악케 했는데, '맨체스터 사운드'의 양식을 확립했다는 극찬을 받은 이 앨범은 그러나 비틀즈의 환영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서 향후 브릿팝의 장르적 도그마가 어떤 식으로 불거질 것인가를 의미심장하게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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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 및 오아시스와 동세대로 분류되는 브릿팝 뮤지션 집단으로는 스웨이드(Suede),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Manic Street Preachers), 라디오헤드(Radiohead), 펄프(Pulp) 등이 대표급으로 거론된다. 스웨이드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글램락적 전통 위에 관능적인 퇴폐미를 덧씌워 브릿팝의 범위를 넓혔고,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는 영국 밴드답지 않은 직선적이고 현란란 연주력, 그리고 '골수 사회주의 사상 피력'으로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
데뷔시절 평범한 모던록 밴드로만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던 라디오헤드는 어느 순간 블러와 오아시는 물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까지 능가하는 압도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였고 펄프는 팝과 그루브, 슈게이징을 효과적으로 짜 맞추는 방법론으로 현재까지도 후배 밴드들에게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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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 2000년대 중반으로 이르면서 브릿팝의 패권은 콜드플레이(Coldplay)와 뮤즈(Muse)를 중심으로 한 신세대 밴드들에게 이양되었다. 피아노 사운드를 적극 수용, 브릿팝의 이름에 기품과 절제미를 더했던 콜드플레이는 밴드의 프론트맨이 헐리웃의 여왕을 아내로 맞을 만큼 그 명성을 천하에 떨쳤고 '음악의 요정(Muse)'은 내부로 침잠하는 비감의 극치를 선보이며 순식간에 라디오헤드의 아성을 위협해갔다.
이 외에도 2000년대의 브릿팝 씬은 카이저 칩스(Kaiser Chiefs),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 등 젊음과 음악성을 두루 갖춘 뮤지션들을 연이어 배출해 해당 장르가 생겨난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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