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지음 / 석필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士禍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勝者와 敗者. 승자는 살고 패자는 대부분 사약을 받고 죽거나 위리안치 되기 일쑤다. 왕 개인의 의지이든 利害關係가 맞는 몇몇 신하들의 野合에 의한 것이든 필연적으로 회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승자라고 해서 역사적으로 승자로 남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士禍의 導火線이 되거나 촉발을 시킨 자는 역사의 審判臺에서 逆賊이나 奸臣으로 평가가 되고 만다.

이덕일 선생은 다양한 시각으로 조선의 역사를 해부하고 요리한다. 毒殺의 疑心이 드는 왕이야기 같은 禁忌시 되는 일들은 물론 匹夫의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당당한 역사의 한부분이 된다. 이 책 또한 그 연장선에 서 있다. 역사시간에 왜 士禍가 일어났으며 그 결과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에지 대한 言及은 없다. 이 책의 眞價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피로 점철된 정쟁의 역사지만 남겨진 사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사실적으로 독자에게 역사적 사건의 배경과 원인, 진행과정, 그리고 결과를 말해 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현세의 평가뿐만 아니라 역사적 평가를 念頭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아본다. 나 하나의 汚點으로 끝나지 않고 후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살아야 할 일이다. 대표적인 간신이었던 유자광이나 임사홍의 자손들도 아직 이땅에 함께 숨쉬고 살고 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은 디자인이다
권삼윤 지음 / 김영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2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랬다. 한동안 세계일주에 미쳐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고.(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다시금 책을 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찬찬히 읽었다. 初讀때완 다른 느낌이다. 내 소견으로는 이미 권삼윤님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이미 넘어선 一家를 이룬 듯한 느낌이다. 문화나 문명에 대한 전공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관심분야에 기득권을 포기하고서 뛰어든 작가의 용기도 무척 부럽다.

또한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답사를 하고 정리를 통해 얼마나 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지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가다보면 어지간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은 다 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다만 단점이라면 그 많은 유적과 문화유산을 너무 짧은(?)시간에 다 돌아봐서 머리 속에서 정리도 잘 안되고 잔상이 너무 짧다는 것이지만.

오랜 시간 쌓인 문화유적을 보는 내공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명해석의 경지에 오른 작가의 글들이 맛깔스러운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다양한 문명의 비교를 통해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공통점을 찾아 인류학적인 관점에서도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참 흥미로운 책이다. 아주 잘 차려진 인사동 골목의 한정식 한상을 골고루 포식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시황릉 - 개정판
위에 난 지음, 유소영 옮김 / 일빛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리장성을 직접 보거나 오른 이들은 백이면 백 다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과연 이것이 만리를 가는 것이요, 사람이 만든 것인지에 대해. 경제논리로는 전혀 납득이 안 되는 그런 구조물이다. 그 밑에는 강제부역으로 인하여 희생된 많은 민중의 피와 뼈가 묻혀 있다. 한 인간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진시황릉이라 불리우는 병마용도 다를 바 없다. 시황제는 생전에 아방궁을 비롯한 대규모 건축물은 물론 양자강과 황하를 연결하는 대운하와 만리장성, 죽어서는 지하의 아방궁이라는 병마용 건설을 통해 국고를 탕진하고 결국엔 수성(守成)에 실패하는 가장 악명 높은 황제로 남는다. 그가 이룩한 업적도 결코 녹녹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하세계에서 불멸을 꿈꾸며 건설에 동원된 기술자와 인부 모두를 주살하며 만들었다던 지하의 아방궁, 병마용에 관한 기록들이다. 거대한 지하공간의 크기뿐만 아니라 정교함에 있어서도 유물 하나하나가 다 예술품인 병마용은 시황제 사후에 백일도 넘게 불을 지르고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도굴을 거치면서도 살아 남은 유물들이니 그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하겠다. 거기엔 진나라 백성들의 탄식과 피와 땀이-그 규모의 몇배가 될 지도 모르는- 서려 있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건축공사를 하면 나라는 망한다는 격언을 몸소 보여준 시황제의 병마용에 감탄을 하자. 충분히 감탄사를 지어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한을 묻어 놓은 이름없고 힘없는 이들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읽었던 리영희선생의 글 중에 “새는 좌우(左右)의 날개로 난다”를 떠 올려 본다. 규칙도 원칙도 없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를 애매모호한 성격의 단체의 직함을 걸고 자신의 주장만을 하는 이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좌측에 있으면 붉은색으로 색깔을 자시 임의로 규정하고 매도하고 대화는 애당초 생각지도 않는 그런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치는 세상이 언젠가부터 되어 버렸다. 그들은 분명히 망각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결코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진리다. 그것을 전우익선생은 이 책을 통해 말씀을 하시고 계시다.

누구를 가르치기 위해 아는 척을 하시려 이 좋은 말씀을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세상에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누구보다도 체제유지에 혈안인 독재정권의 피해자이기도 하시지만 그들에 대한 원망의 어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당신께서 키우시는 친구로 삼는 나무를 닮아서 일까? 주변의 환경과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나무의 몸짓만이 책 전편을 통해 가득할 뿐이다. 화려한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 또한 잘 모르지만 전우익선생의 자연 속의 삶은 윤택해 보인다.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폭력과 우김을 일삼는 이 시대의 마음도, 정신도 가난한 이들에게 나즈막히 말씀을 하신다. 나무처럼 한결같이 살라고. 주변을 거스르지 말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라고. 가슴 속에서 전우익선생의 말씀이 조용히 번져 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의 묘지기행 1
고제희 지음 / 자작나무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엔 명당(明堂)이라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거의 확신(確信)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후세계를 믿는 편도 아니고 묘자리로 인하여 후손에게 발복한다는 것도 신봉하지는 않는다. 호화분묘나 명당을 고집하기보다는 화장이나 납골당을 이용하는 방법을 통해 묘지로 인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는 것들을 개선해 나가는 쪽으로 장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소위 명당이라는 곳엘 가보게 되면 좋고 아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가 보았던 명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남연군 묘다. 가야산으로 둘러 쌓인 그곳에서의 눈맛과 아늑함을 잊을 수 없다. 정말 지관의 말처럼 2대에 걸친 황제를 배출한 길지임에 틀림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선왕릉을 가보았는데 모두 다 명당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배수가 잘 되고 앞이 막히지 않았고 물은 돌아서 나가고..... 결정적으로 이 책의 재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선산에 관한 내용때문이었다. 그 내용을 근거로 주변에 얘기를 했더니 반감을 표하던 이들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복이라는 것에 조금은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고 맹신만 하지 않는다면 명당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인 통계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명당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