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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읽었던 리영희선생의 글 중에 “새는 좌우(左右)의 날개로 난다”를 떠 올려 본다. 규칙도 원칙도 없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를 애매모호한 성격의 단체의 직함을 걸고 자신의 주장만을 하는 이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좌측에 있으면 붉은색으로 색깔을 자시 임의로 규정하고 매도하고 대화는 애당초 생각지도 않는 그런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치는 세상이 언젠가부터 되어 버렸다. 그들은 분명히 망각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결코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진리다. 그것을 전우익선생은 이 책을 통해 말씀을 하시고 계시다.
누구를 가르치기 위해 아는 척을 하시려 이 좋은 말씀을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세상에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누구보다도 체제유지에 혈안인 독재정권의 피해자이기도 하시지만 그들에 대한 원망의 어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당신께서 키우시는 친구로 삼는 나무를 닮아서 일까? 주변의 환경과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나무의 몸짓만이 책 전편을 통해 가득할 뿐이다. 화려한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 또한 잘 모르지만 전우익선생의 자연 속의 삶은 윤택해 보인다.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폭력과 우김을 일삼는 이 시대의 마음도, 정신도 가난한 이들에게 나즈막히 말씀을 하신다. 나무처럼 한결같이 살라고. 주변을 거스르지 말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라고. 가슴 속에서 전우익선생의 말씀이 조용히 번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