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카다 준의 뽀아뽀아 시리즈를 매우 즐겁게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에서도 날카롭거나 거친 면들은 어느 정도 완화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엉뚱해 보인다. 그리고 마치 가치없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읽혀서는 안되는 비교훈적인 이야기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렇다. 꼴찌에게 천사라니? 꼴찌에게 힘을 준다는 뜻일까? 꼴찌가 힘을 얻어 꼴찌를 벗어난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꼴찌도 사람이니까 꼴찌를 이해하자는 것인가? 꼴찌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꼴찌는 있는 것이니까, 아예 시험을 보지 말자는 것일까?

오카다 준이라는 작가는 기본적으로 삶을 따뜻하게 보는 작가가 분명하다. 그에게는 매우 어려웠던 학창시절이나 외톨이였던 아이, 또는 내성적인 왕따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의 그런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림이 나는 좋았다. 꼴찌 천사의 모습은 어린이도 아니고 예쁜 세일러 문도 아니고, 자상한 어머니도 아니다. 양복 입은 꾀죄죄한 몰골의 늙어보이기도 하고 젊어 보이기도 하는 홀쭉한 사내의 모습이다. 그런 천사의 모습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빌려온 모습이기도 하다. 가장 인간적인 천사의 모습.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인간적인 천사의 모습은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다.

주인공 하지메- 일본말로 처음, 시작이라는 뜻을 가진 남자아이- 는 꼴찌천사와 함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꼴찌를 하려 든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빠를 잃은 후 겪는 정신적 혼란을 안고 있는 하지메의 목표가 꼴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꼴찌 천사처럼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하지메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꼴찌를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일등을 할수 있다.'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지적인 능력이나 지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고,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해 줄 것이다. 그저 일등을 하기 위해, 또는 다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고 정말로 즐겁다는 사실 또한 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세계사를 가르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계지리도 설명해야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곁들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역사의 인과과정이나 줄거리도 잡아주어야 합니다.욕심이 많은 걸까요? 아이들이 신나하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선책으로는 이 책을 추천할 만 합니다. 우선 전체적인 맥락이 무리가 없습니다. 세계사 이야기를 재미위주로 하다 보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무리한 비약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일단 확인된 정설에 근거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공자와 노자의 만남은 사실이 아닌 것 같기는 하군요) 또,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과관계를 해명하려 한 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기획의도가 있어서인지 문제 항목도 좋구요...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에게 세계사를 가르치시려는 분은 잘 연구해서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군요. 아이들은 조금 어려워 합니다. 함께 읽어가면서 해설을 덧붙이고 정리해주어가며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뽀아 뽀아가 가져다 준 행복>을 읽었던 나는 오카다 준의 만화적인 아기자기함과 일상의 잔잔함을 기대하고 <마술사 루루의 해적선>을 읽었다. 그런데 뽀아뽀아에서 보여주었던 그림의 오밀조밀한 재미 대신에 이번에는 눈부신 문장력과 구성력에 의해 펼쳐진 인생의 서사시를 감상하는 기회를 얻었다. <마술사 루루의 해적선>은 제목과 그림에서 어린아이들의 취향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훨씬 스케일이 커다란 동화였다. 약간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생각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고 나는 이야기에 빠져 들어 갔다. (뽀아뽀아..를 읽고 루루를 읽으면 훨씬 친근하게 마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스키퍼는 비밀스런 책을 알게 된다. 거기에는 오래 전에 해적으로 유명했던 루루의 이야기가 있었다. 루루를 악랄한 악당 해적으로 알고 있던 스키퍼의 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마술사 루루의 아름다운 공연 대본이었다. 그 대본에는 '봄의 신비','용과의 싸움''가난한 사람을 위로하는 빵의 소나기'가 있었다. 그런 루루가 잔인한 해적일리가 없다는 스키퍼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펼쳐지는 비밀과 루루에 얽힌 실제 이야기는 책속의 책으로서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생생함을 가져다 주었다. 루루의 인생은 모험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아주 많이 알려진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평범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틀에 박힌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주먹을 불끈 쥐고 어린아이처럼 빠져 들었던 것일까?

글을 읽으며 내 눈앞에 하나하나의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펼쳐져서, 처음 책을 집었을 때 가졌던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글을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그 부분을 찾아본다. 내가 보았던 장면이 책에 그림으로 나와 있지 않은지...없다..내 머리속의 상상이었나 보다 - 한 번에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기구하면서도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 루루나 루루의 보물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어쩌면 어색하거나 인위적인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에게 너무나 생생한 느낌을 주었던 것은 그들의 삶과 태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약점을 지닌채 살아간다. 너무 사랑해서 질투를 낳고,너무 강력한 신념과 목표를 지녀 집착에 빠지고.. 그래서 친구도 잃고,처음의 순수함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친구도 사랑하는 이도 사라지고,오랜 세월 꿈꿔 왔던 소망이 마침내 성취되려던 순간에 갑자기 물거품처럼 사라질 때 우리 앞에는 무엇이 있을까?

루루의 친구들은 노래한다.

일곱 바다 그 너머
여덟 번째 바다,루루의 바다.
일곱 가지 신비 그 너머
여덟 번째 신비,루루의 신비.
바다는 신비를 사랑하네.
신비도 바다를 사랑하네.

그리고 스키퍼는 마지막에 기억한다. -조금 전까지 품에 안고 있었던 라라의 따뜻한 온기와 루루가 남기고 간 슬픔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그것은 신비와 마법의 선물이었다. 루루의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그리고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루루의 선물을....즐거운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의 독자 서평에 올라 있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독후감과 이선아씨가 번역한 책이라는 점 때문에 주저없이 이 책을 구입했다. 햇살과 나무꾼의 열렬한 팬인 나는 이번에도 탁월한 선택을 했다.

작가의 그림은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아기자기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도 어려서 이런저런 종류의 집을 그려보곤 했었다. 뻥 뚤린 천장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유성이 보이는 동굴 속의 집, 높은 다락방의 삼각형의 벽면을 가득 채운 아늑한 나만의 방... 흔히 생각하는 이런 집뿐만 아니라 주전자 모양,유리병 모양의 집을 생각해낸 작가는 대단히 아기자기한 감성을 간직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의 그림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읽는다. 고마웠다.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집을 그렇게 잘 그려놓다니... 지금은 사라진 그 시절의 그림을 잊지 못해 나는 지금도 우리 아이와 함께 블럭을 쌓고, 레고를 가지고 논다. 우리 아이도 나처럼 마음 속의 집을 짓고 부수어가며 커가겠지.

주인공 스키퍼처럼 나도 말이 적은 아이었다. 지금도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간혹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그리고 나면 나 자신이 열적어지곤 한다. 아니 어쩌면 스키퍼처럼 말없이 조용하게 차 마시는 시간을 음미하면서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내 성격이 그렇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커가면서 남들 앞에서도 큰소리 잘 내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떠들어대던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금 나의 직업은 학원 강사이다-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을 익힌 것일까? 그렇지 않으리라.
-운이 아빠

사람을 처음 알아갈 때 겪어야 하는 어색함을 상쇄시킬 정도로 사람과 나누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스키퍼처럼...
-린이 엄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운이는 이제 5살입니다. '새벽'과 '비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특히 새벽은 아주 어려서부터 좋아했습니다. '조용하다...고요하다...싸늘하고 축축하다...'라고 글을 읽어주면 글 위의 그림에 손을 대어보곤 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운이에게 나무를 알려주고 물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운이는 다음 장에서 나무 아래에서 자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행히도 운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달빛이 부서집니다. 배가 보입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운이도 압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호수가 몸을 떤다고 하면서 자기가 실바람이 되어 호수와 같이 몸을 움직입니다. 물안개. 박쥐의 비행. 개구리..새소리...할아버지가 손자를 깨워 물을 길어오고 불을 피웁니다. 왜냐고 운이가 묻습니다. 따뜻한 밥을 짓기 위해서라고 말해 주지요. 두 사람은 담요를 개고 배를 호수로 밀어넣습니다..영차 영차 힘을 써야 합니다.

운이도 같이 힘을 쓰고 땀을 훔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갑니다. 삐걱 삐걱 소리를 내며 배가 나아갑니다 ..점점 멀리...아이는 드디어 해를 보게 됩니다. 앞에서 보았던 달과는 다른 느낌으로요. 그리고 마지막 장(책 표지 안쪽면 말입니다. 거기 6개의 파란색 줄이 있는 페이지)을 넘기고 고요하고 축축하다는 말을 살며시 중얼거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