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준의 뽀아뽀아 시리즈를 매우 즐겁게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에서도 날카롭거나 거친 면들은 어느 정도 완화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엉뚱해 보인다. 그리고 마치 가치없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읽혀서는 안되는 비교훈적인 이야기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렇다. 꼴찌에게 천사라니? 꼴찌에게 힘을 준다는 뜻일까? 꼴찌가 힘을 얻어 꼴찌를 벗어난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꼴찌도 사람이니까 꼴찌를 이해하자는 것인가? 꼴찌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꼴찌는 있는 것이니까, 아예 시험을 보지 말자는 것일까?
오카다 준이라는 작가는 기본적으로 삶을 따뜻하게 보는 작가가 분명하다. 그에게는 매우 어려웠던 학창시절이나 외톨이였던 아이, 또는 내성적인 왕따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의 그런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림이 나는 좋았다. 꼴찌 천사의 모습은 어린이도 아니고 예쁜 세일러 문도 아니고, 자상한 어머니도 아니다. 양복 입은 꾀죄죄한 몰골의 늙어보이기도 하고 젊어 보이기도 하는 홀쭉한 사내의 모습이다. 그런 천사의 모습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빌려온 모습이기도 하다. 가장 인간적인 천사의 모습.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인간적인 천사의 모습은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다.
주인공 하지메- 일본말로 처음, 시작이라는 뜻을 가진 남자아이- 는 꼴찌천사와 함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꼴찌를 하려 든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빠를 잃은 후 겪는 정신적 혼란을 안고 있는 하지메의 목표가 꼴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꼴찌 천사처럼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하지메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꼴찌를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일등을 할수 있다.'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지적인 능력이나 지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고,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해 줄 것이다. 그저 일등을 하기 위해, 또는 다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고 정말로 즐겁다는 사실 또한 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