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아 뽀아가 가져다 준 행복>을 읽었던 나는 오카다 준의 만화적인 아기자기함과 일상의 잔잔함을 기대하고 <마술사 루루의 해적선>을 읽었다. 그런데 뽀아뽀아에서 보여주었던 그림의 오밀조밀한 재미 대신에 이번에는 눈부신 문장력과 구성력에 의해 펼쳐진 인생의 서사시를 감상하는 기회를 얻었다. <마술사 루루의 해적선>은 제목과 그림에서 어린아이들의 취향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훨씬 스케일이 커다란 동화였다. 약간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생각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고 나는 이야기에 빠져 들어 갔다. (뽀아뽀아..를 읽고 루루를 읽으면 훨씬 친근하게 마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스키퍼는 비밀스런 책을 알게 된다. 거기에는 오래 전에 해적으로 유명했던 루루의 이야기가 있었다. 루루를 악랄한 악당 해적으로 알고 있던 스키퍼의 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마술사 루루의 아름다운 공연 대본이었다. 그 대본에는 '봄의 신비','용과의 싸움''가난한 사람을 위로하는 빵의 소나기'가 있었다. 그런 루루가 잔인한 해적일리가 없다는 스키퍼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펼쳐지는 비밀과 루루에 얽힌 실제 이야기는 책속의 책으로서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생생함을 가져다 주었다. 루루의 인생은 모험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아주 많이 알려진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평범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틀에 박힌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주먹을 불끈 쥐고 어린아이처럼 빠져 들었던 것일까?
글을 읽으며 내 눈앞에 하나하나의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펼쳐져서, 처음 책을 집었을 때 가졌던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글을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그 부분을 찾아본다. 내가 보았던 장면이 책에 그림으로 나와 있지 않은지...없다..내 머리속의 상상이었나 보다 - 한 번에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기구하면서도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 루루나 루루의 보물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어쩌면 어색하거나 인위적인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에게 너무나 생생한 느낌을 주었던 것은 그들의 삶과 태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약점을 지닌채 살아간다. 너무 사랑해서 질투를 낳고,너무 강력한 신념과 목표를 지녀 집착에 빠지고.. 그래서 친구도 잃고,처음의 순수함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친구도 사랑하는 이도 사라지고,오랜 세월 꿈꿔 왔던 소망이 마침내 성취되려던 순간에 갑자기 물거품처럼 사라질 때 우리 앞에는 무엇이 있을까?
루루의 친구들은 노래한다.
일곱 바다 그 너머
여덟 번째 바다,루루의 바다.
일곱 가지 신비 그 너머
여덟 번째 신비,루루의 신비.
바다는 신비를 사랑하네.
신비도 바다를 사랑하네.
그리고 스키퍼는 마지막에 기억한다. -조금 전까지 품에 안고 있었던 라라의 따뜻한 온기와 루루가 남기고 간 슬픔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그것은 신비와 마법의 선물이었다. 루루의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그리고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루루의 선물을....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