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 대교북스캔 클래식 15
마크 트웨인 지음, 마도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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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우선악당 인디언 조에 대한 오해와 변론이 필요하다. <톰 소여의 모험>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에 대한 이주민의 탄압이 아주 극심했던 시기였던 17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담고 있다마크 트웨인 역시3인칭의 서술자로서 백인에게 억울하게 희생당한 인디언 조의 가족사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디언 조는 소설의 필요성에 따른 악당일 뿐인디언이라서 악당이 아니다하지만 어린 톰과 그 친구들에게는 인디언 악당의 공식이 성립하니 참 어떻게 보면 안타깝다인디언의 최후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으로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 니 에 묻어주오>라는 책이 있다.

 

2. <톰 소여의 모험>에서는 작가 특유의 해학적인 풍자가 눈에 띈다성경을 이천 구절이나 외워야만 차지할 수 있는 성경책을 톰은 친구들과의 정당한 거래(?)를 통해 얻어낸다물론톰은 이천 구절 중 열 구절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예수의 12명의 제자 중 앞의 두 사람을 이야기해보라는 테스트 아닌 테스트의 답으로 다윗과 골리앗을 언급하는 천진난만함은 성경을 차지했던 지난 인물들의 권위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이것은 자본의 풍자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에 대한 풍자다강아지와 딱정벌레의 전투가 벌어진 신성한 예뱃날마음 놓고 웃음을 터트릴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도 어쩌면 풍자의 또 한 부분이다. 이외에 많은 부분에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3. 이 책을 읽었던 날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이 책을 건성으로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렇게 다시 집어들었고 읽고 난 후,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이때까지 읽은 성장소설 중에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못 느꼈었는데 이제서야 확실해졌다기억 속에 남아있는 최고의 책.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햇빛사냥>, <광란자>를 능가하려고 한다빌려 놓고 돌려주지 않은 친척 덕분에 바로 매력을 비교해 볼 수 없음이 매우 아쉽다

 

최근에 읽은 <제비호와 아마존호>와 비교해봤을 때도 이 책이 우위에 있다<제비호와 아마존호>는 고전스러운 느낌이 드는 <로빈슨 크루소>에 가깝다사실주의 소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소설을 읽고 자발적인 무인도의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인 묘사에 중점을 둔 소설이다.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은 사실적 묘사보다 꽉 짜인 구성이 돋보인다현대소설처럼 플롯의 낭비가 전혀 없다그 안에 풍자까지 숨어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다양한 각도로 톰에 접근하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여자친구 베키와 톰가족들과 톰허클베리 핀조 하퍼같은 도적단 친구들과 톰사건마다 드러나는 톰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4. 마크 트웨인이 바람직한 인물상을 만들려고 세 명의 인물을 조합한 결과가 바로 영악하고 익살스러운 톰이라고는 하는데 톰의 영악함(모든 사물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것 같은 모습)보다는 돈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허클베리 핀의 낭만적인 모습이 가슴속에 마지막으로 스며들었다.

 

28. 아이나 어른이나 어떤 물건을 부러워하게 만들려면 그것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도록 만들기만 하면 된다. '노동'은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을 뜻하고 ' 놀이'는 몸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사실.

 

사람들은 상당한 돈을 내고 특권을 누리기 때문에 놀이를 한다. 만약 마차를 모는 대가로 신사들한테 봉급을 준다면 그 일은 바로 노동으로 전락하는 것이며, 그 사람들은 당장 그 일에서 손을 뗄 것이다.

 

312. 어디로 향하든 움직인다는 것은 적어도 전진을 의미했고 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앉아 쉰다는 것을 죽음을 자초하고, 죽음을 재촉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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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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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주식시장과 부동산의 폭락과 버블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서적이 주류를 이루었는데이제 그 정도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 되었다요즘 눈길이 가는 신간이 <점령하라>에서부터 시작해서 <마르크스 평전>에 다가 <좌파하라정도인데이 책들은 자본주의의 썩은 뿌리와 함께 자본주의를 버리라고 충고한다. <좌파하라>의 박노자는 그야말로 마르크스의 계승자이자 분신 같다.

 

1. <좌파하라>에서 박노자는 진중권과 나꼼수를 아주 잠깐 톡 쏘는 맛을 내는 콜라 같은 탄산음료에 비유한다막말로 그냥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 것이다박노자는 마르크스와 같은 생각이다아래로의 계급투쟁이 일어나야 참다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을 보호하고 있는 쉴드는 너무나도 두껍게 형성되어 있다.

 

일단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북한이라는 전가의 보도다이건 뭐 그냥 휘두르면 엄청나게 흔들린다뭔가 생각대로 안 풀리면 북한을 끌어들이면 되니 만병통치약이다게다가 정규직이라는 암기도 있다같은 프롤레타리아트인 줄 알았는데그들은 다르단다다름을 인정하자는 좋은 뜻을 왜곡해서 사용하는 그들은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니라고 모든 투쟁에서 배제하려 한다이를 박노자는 피착취계급의 수직적 분산이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2. 박노자가 계승한 마르크스의 착취 개념은 신자유주의를 이렇게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 공황에서 자본가의 이윤율을 유지하기 위해 1. 저임금 노동의 과도한 착취에 의한 초과 이윤을 수취하고. 2. 기술 혁신에 의한 신상품 개발과 새로운 상품 시장의 창출에 힘쓰고. 3. 산업 부분에서 금융 부분으로 자본을 유출시켜 거품 경제를 만들고. 4. 의료와 교육과 같은 비시장적인 부분의 시장화를 일으킨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착취가 부의 양극화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이것은 좌파 지지율의 상승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의 약진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간파한 정객(당장의 집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들의 집단인 통합진보당이 진정한 좌파였던 정치인(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가 먼 미래까지 보는 사람)의 집단인 진보신당을 흡수한 것은 아쉽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같은 복지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 외국노동자와 국내노동자들의 경쟁을 부추긴 세력은 좌파세력이고 이 허점에 민족주의라는 카드를 제시하며 들어온 우파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지만 신자유주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은 똑같다결국이것은 자본주의 공황 대처법으로 태어난 신자유주의의 패닉이며,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종언의 이유라고 말한다.

 

3. 박노자는 <좌파하라>에서 촛불 운동과 점령하라의 운동으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고 전한다그래서 좌파하라고 한다촘촘히 얽혀있는 자본가들의 조직에 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말처럼 그들 역시 조직으로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너무 높다. 반걸음만 앞서 가도 따라가기 어려운데 다섯 걸음도 넘게 앞서있다. 게임이라면 따라가기 쉬울 텐데현실은 게임이 아니니 문제다잠시 좌파하라가 원하는 세상을 꿈꿨으나 장벽에 막혀 전향한 이들이 현실에서 그들을 가로막고 있으니 말이다.

 

4. 책의 내용에서 벗어나 책의 외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인터뷰 내용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좀 아쉬웠다. 그 탓에 읽을 때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꼼꼼히 살피지 않고 대충 읽게 된 부분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보완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구 책임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에 더 좋은 책을 읽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단지, 개인적인 이기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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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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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자화는 필연적이다그렇기 때문에 타자화를 가지고 옳다 나쁘다 할 수 없다다만 타자화가 사회적인 차별과 소외를 만들어낼 때 문제가 된다타자화가 문제라면 타자화에 내재된 자아 중심적인 사고가 문제다.

 

<하얀 가면의 제국>을 쓴 박노자는 차별과 소외를 만들어내는 자아중심적인 사고’ 와 제국의 하얀 가면을 동일한 것으로 정의한다서구 중심적인 사고의 기저에는 오리엔탈리즘과 긍정적인 옥시덴탈리즘(서양을 정형화·범주화하는 서양/비서양’ 식의 이분법적 인식서양을 악으로 그리면 부정적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긍정적)이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293P. 과거의 고전적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인의 타자인 동양인의 본질적 낙후성과 정체성타율성타락한 모습을 강조하는 제국주의적 세계관이요현대판 오리엔탈리즘은 세계의 중심부로부터 통제와 착취를 당하는 주변부 문제들을 문화적 본질’ 등의 불가피한 문명적 장애에 돌림으로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를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과거의 오리엔탈리즘은 비문명이며현대의 오리엔탈리즘은 제국주의 사다리 타기다.

 

박노자가 비판하는 하얀 가면은 마치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전통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깎아내리고서구의 문화를 추켜세운다냉전의 종식 이후미국의 제국주의라는 공장에서 찍어낸 사다리에 편승하고뒤따라오는 다른 국가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를 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박노자의 목적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침투해 있는 하얀 가면을 벗겨 내는 것이다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루이비색 똥덩어리를 덜어내는 것이다. <하얀 가면>의 키워드는 도스토예프스키, 선불교, 동학농민운동, 조선의 유교사상, 기독교, 엘리트 학벌주의이며핵심 문제는 키워드 안에 잠복해 있는 긍정적 옥시덴탈리즘이다결국, 서양이 제공한 가치를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단 것이 문제이고이 가치가개인의 관점에 흘러들어와 타자를 타자화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타자화는 필연적이다그렇기 때문에 타자화를 가지고 옳다 나쁘다 할 수 없다다만 타자화가 사회적인 차별과 소외를 만들어낼 때 문제가 된다타자화가 문제라면 타자화에 내재된 자아 중심적인 사고가 문제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와서 인간의 무의식적인 타자화는 필연적이다그렇지만 하얀 가면을 쓴 타자화는 차별과 소외를 불러온다박노자는 <하얀 가면의 제국>에서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한다그러므로 서구적인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맹목적인 찬양에는 문제가 있다따라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37P. 작품 속에서는 '생명 존중'을 그토록 강조한 도스토예프스키가, 왜 자신의 사회 참여적인 잡지에서 이처럼 끔찍한 군사주의적·배타주의적 언어를 썼을까?

 

105P. 미시 집단과 타협을 가장 잘하는 둥글둥글한, 개성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출세가 잘되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장래가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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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호와 아마존호 네버랜드 클래식 23
아서 랜섬 글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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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의 아이들은 그들 앞으로 다가올 비극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자신들을 <보물섬>, <산호섬>,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주인공에 비유했다어른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 때까지 재미있게 놀자고 했다무인도에 불시착한 그들은 소설처럼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는 바램을 그려냈던 것이다.

 

시공사주니어 네버랜드 클래식에 분류되어 있는 아동문학. <제비호와 아마존호>는 그렇게 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스티븐슨의 <보물섬>, 밸런타인의 <산호섬>보다 이 작품에 먼저 손이 간 이유는 <파리대왕>과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소설이기 때문이다.

 

1930년과 1954이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무엇 때문에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상반된 결론(간단히 말해서, <제비호와 아마존호>가 환상의 섬이라는 도구로 동심을 자극하여 그들의 모험심과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한 계몽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소설임에 반해서 <파리대왕>은 낭만적인 견해와는 다른인간의 잔혹한 야만성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이다.)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24년의 세월 동안 인류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의 시작과 끝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2차 세계대전의 짐승 같은 군국주의 야욕을 멈추기 위해서 원자폭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했다. 이처럼 전 세계는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골딩의 성향은 인간성의 폭로로 굳어졌던 것 같다.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어린 친구들과 <파리대왕>의 어린 친구들의 상반된 전투의 과정과 결말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이 바로 인간 정신의 고갈이다. <파리대왕>에서 여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우물도 마르면서 점차 썩어가는 것처럼 교육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세워진 인간의 도덕성도 고갈되면서 썩는다. <파리대왕>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우리는 고갈되어 바닥을 드러내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파리대왕>에서는 의존할 곳이 없는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되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제비호와 아마존호>에서는 모험과 흥미를 위한 탈출구를 마련해놓고 벌이는 자발적인 고립상황과 그 고립을 즐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것은 윌리엄 골딩과 아서 랜섬의 시각차를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과학자 출신으로서 비극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찰자와 낚시와 여행을 함께 즐기고 싶은 유랑인의 시각차이다.

 

<제비호와 아마존호>는 유랑인의 관점에서 접근한 소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따분한 것처럼 이 소설의 초반부가 약간 지루한 맛이 있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유랑을 위해서 책을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이끌렸던 여행이었으나 정작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처럼제비호의 식구들이 펼치는 모험은 입체적인 인물 설정과 어우러져 아주 흥미로웠다.

 

아서 랜섬이 그리는 유토피아.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여유 넘치는 유랑에는 평화와 발전을 위한 조약과 조약을 충실히 따르는 경쟁이 있었다돈키호테 같은로빈슨 크루소를 체험하고 싶은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이 모든 상황을 가능케 한 것은 바보가 되느니 물에 빠지는 게 낫다바보가 아니라면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의 말로서 아이들을 믿고 내보낼 수 있는 담력을 가진 부모의 바람직스러운 역할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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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이재익 장편소설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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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시기가 많이 지난 와이퍼는 꾹꾹 우는 소리를 내며 빗물을 쳐냈다.”

 

책을 받자마자 읽다가 이 부분에서 뭔가 콱 막혀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았다. “교환 시기가 많이 지난을 빼도 괜찮은 문장인데 꼭 집어넣었어야 했을까 생각해봤다. “많이라도 빼보지……. 솔직히 읽는 맛이 안났다. 구형의 소나타를 설명하는 문장도 그다지 간결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나보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자꾸만 설명하려는 문장은 딱 질색이다.

 

반면에, “반성이란 때를 놓치면 변명밖에 안 돼.” 같은 문장은 아주 좋았다. 이런 문장이 좀 더 많았으면 했다. 호불호의 문장들을 모조리 품에 끌어안고서 이재익의 <41>은 휙휙 지나가는 필름들처럼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필름들이 가리키는 시점은 M시의 여중생 사건 이후를 그려내는 가상의 대한민국이었다. 혹시나 이 사건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대둔 블로거의 글을 링크해둔다.


링크 주소 : 2004년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내용의 전개와 결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한 편의 복수극을 벌이는 용의자와 그를 쫓는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여러 영화에서 절묘하게 잡아왔을 것만 같은 그림이 엿보였다. <공공의 적>, <올드보이>, <식스센스>, <실종> . 영화를 탐닉하지 않는 내가 이 정도로 느꼈다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은 장면에서 숨겨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은 현실의 부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싸늘한 시선이 돋보인다. 그는 마치 어이! 거기 담배 피는 불량 학생들. 돈에 환장한 변호사님들. 돌팔이보다도 못한 의사양반. 여기 당신의 미래가 있으니 똑똑히 보시구려.”라는 경고를 하는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한 마디로  김치찌개 같은 소설이다. 어느 집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를 이재익 작가 특유의 비법으로 끓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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