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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이재익 장편소설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교환
시기가 많이 지난 와이퍼는 꾹꾹 우는 소리를 내며 빗물을 쳐냈다.”
책을
받자마자 읽다가 이 부분에서 뭔가 콱 막혀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았다. “교환
시기가 많이 지난”을
빼도 괜찮은 문장인데 꼭 집어넣었어야 했을까 생각해봤다. “많이” 라도
빼보지……. 솔직히
읽는 맛이 안났다. 구형의
소나타를 설명하는 문장도 그다지 간결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나보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자꾸만
설명하려는 문장은 딱 질색이다.
반면에, “반성이란
때를 놓치면 변명밖에 안 돼.” 같은
문장은 아주 좋았다. 이런
문장이 좀 더 많았으면 했다. 호불호의
문장들을 모조리 품에 끌어안고서 이재익의 <41>은
휙휙 지나가는 필름들처럼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필름들이 가리키는 시점은 M시의
여중생 사건 이후를 그려내는 가상의 대한민국이었다. 혹시나
이 사건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대둔 블로거의 글을 링크해둔다.
링크 주소 : 2004년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내용의
전개와 결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한
편의 복수극을 벌이는 용의자와 그를 쫓는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여러
영화에서 절묘하게 잡아왔을 것만 같은 그림이 엿보였다. <공공의
적>, <올드보이>, <식스센스>, <실종> 등. 영화를
탐닉하지 않는 내가 이 정도로 느꼈다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은 장면에서 숨겨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은
현실의 부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싸늘한 시선이 돋보인다. 그는
마치 “어이! 거기
담배 피는 불량 학생들. 돈에
환장한 변호사님들. 돌팔이보다도
못한 의사양반. 여기
당신의 미래가 있으니 똑똑히 보시구려.”라는
경고를 하는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한 마디로 김치찌개 같은 소설이다. 어느 집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를 이재익 작가 특유의
비법으로 끓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