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2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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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븐블레스 증후군을 불러온 실책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헨리의 마음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고그는 균열의 바운더리. 슬럼프의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수비의 기술> 2권에서는 헨리가 겪는 슬럼프의 깊이를 글로 표현해내려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데스스로 구멍을 찾아 들어가는 헨리의 행동 덕분에 읽는 내내 곤혹스러워져서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읽기를 끝마쳤다.

 

418. “당신이 한번은 말했지요영혼이란 사람이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노력과 실수학습과 사랑을 통해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라고당신은 그 일영혼을 만드는 일을 최고의 헌신으로 해내셨어요당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2. ‘희생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를 하는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는 모 자동차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수비의 기술>은 야구소설이라는 본 바탕에 어울릴만한 희생으로 끝을 매조지한다.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작가가 설정한 각 인물의 무수한 경험치를 흡수하기 바빠서 잘 몰랐다이 책의 결말이 철저히 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그들이 속한 지역대학대학야구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권의 리뷰에서 언급한 5헨리 스크림섄더마이크 슈워츠오웬 던거트 어펜라이트펠라 어펜라이트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5명은 누구나 슬럼프에 빠지게 되어 있는데그 모습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다. 그래서 참혹한 일상이다이와 같은 일상에서도 슬럼프에 빠진 이의 공백을 다른 이의 성장으로 메우고누군가의 득점(미래)을 위해서 나를 희생시키는이 소설을 둘러싼 모든 인물의 행동반경에 야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야구게임과 연관되어 있다얽매여있다<수비의 기술>의 필딩은 삶에서 찾아오는 바운드를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의 메타포라고 했는데 그 말은 참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그들이 처해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일반론의 성격으로 읽을 때는 전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꽤 많다비유하자면희생번트’ 타이밍이 다가왔음을 독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희생번트를 대서 남아있는 주자를 진루시키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특히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헨리에게 거트가 건네는 비행기 표가 더욱 그렇다.

 

번트를 대기 어려운 처지라면상대 투수가 던진 몸쪽 높은 공에 몸을 들이미는비신사적인 플레이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는 플레이를 통해 데드볼을 얻어서 출루하기도 한다그리고 이것 역시승리를 위해 필요한 희생의 또 다른 일면이다그런데 이와 같은 장면들은 1권에서 느낀 필연성이라는 성질과 어울리지 않는 우연성이며. <수비의 기술>의 2권에는 이런 우연성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이것은 매일 TV에서 중계하는 프로야구의 본헤드 플레이의 연속과도 같다벤치에서 히트앤드런 사인이 났고그 사인을 타자가 못 보고 공을 치지 않았는데, 1루 주자는 달리기 시작하고그것을 본 상대 팀의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졌지만, 그 공이 외야 쪽으로 빠져서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고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견수가 공을 더듬어서 그 틈으로 홈으로 파고드는 이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희박한 가능성.

 

<수비의 기술>에는 이와 같은 우연성이 지배한다. 이 우연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이 책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야구게임에 맞춘 듯한 우연성이 인생에서 찾아오는예측불가능함과는 다른 성격인 것 같고, 어울리지 않았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식을 잃어버린 사이에 일이 끝나는 건 좀……. 만화도 아니고……2권 전반에서 벌어지는 그 미친듯한 슬럼프의 향연의 끝과는 좀…….

 

아예 이런 우연성을 처음부터 완전하게 살려주었으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텐데, 하나의 제목을 가진 두 권의 <수비의 기술>이 상반된 분위기를 불러와서, 과연 이 책이 같은 책이 맞나 싶을 정도의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1권에서 찬사를 늘어놓았던 이유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같은 느낌이 사라져 버렸다. 그 점이 많이 아쉽지만, '이 책은 채트 하바크의 소설이야' 라고 말한 만한 이유는 분명히 생겼다. 아마도 채드 하바크의 다음 책이 나오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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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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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국민일보그리고 연합뉴스는 파업을 종료했다하지만 MBC의 파업은 이어지고 있다무한도전 결방이 21주째에 접어들었으니파업의 시간이 대충 그 정도 되는 것 같다그들은 대체 왜 그토록 고단한 싸움을 벌이는 것인가단순하게 생각하면 MB정부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는 김재철 사장의 개인적 비리에 대한 배임죄를 물어 그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깊숙하게 들어가면 MBC의 직원들은 국민의 입장에서가 아닌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작금의 언론보도 행태 -MB정부의 비리를 철저히 제거하고약자들이 억압받는 사건을 도려내는를 비판하기 위해서비판에서 더 나아가 불편한 진실을 보도할 자유를 얻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파업을 하고 있고지식인연예인 할 것 없이 주위의 많은 이들이 파업에 지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정확한 소속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쓴 <주기자>에는 나팔수 언론이 감춰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취재한 기사와 팩트가 공존한다그리고 주기자의 에세이(생각)도 함께 했다개인적으로는 팩트도 물론 인상 깊었지만당돌한 주기자의 올곧음(보라색으로 덧칠된 꼼꼼한 뒷얘기 부분)이 더 좋았다그래서 나는 <주기자>를 죽이자와 발음표기가 같은 주기자가 아닌인간 주진우 기자와 같은 의미의 주기자로 읽었다.

 

101. 어차피 인생에서 돈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순서대로 놓으면 돈은 7등 정도 된다나도 돈 버는 것이 좋고 돈 쓰는 것은 더 좋은 줄 안다하지만 돈에 인생이 저당 잡힌 노예가 되는 것은 경계한다.

 

190~191. 사람은 어느 쪽으로든 움직이게 되어 있다그런데 꿈을 간직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게 만든다내가 어떤 분야를 꿈꾸면서 계속해서 하나씩 둘씩 쌓아가면,나중에 그것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져나온다그게 바로 꿈꾸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

 

257. 나는 기사가 나가기 전 당사자한테 미리 말해준다기사를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아무리 나쁜 깃을 했어도 기사 파장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나는 그의 곧은 정신으로 시작하는 저널리즘 방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그 방향의 성격을 간단하게 몇 가지의 특징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첫째약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둘째, 취재를 해야 하는 목표에 대해서는 목표에 관련된 책을 모조리 읽어 보고, 목표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에 가서 실제로 체험하면서 그들을 상세히 파악하고, 목표의 비리를 끝까지 추적하여 밝혀내기그리고 셋째는, 터트린 기사에 대해 고소가 날아올 것에 대비해서 주머니에 히든카드 하나 정도는 숨겨두기.

 

책의 내용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짓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그냥 주기자의 프레임을 믿고, MB정부대기업검경 정치공무원종교계친일언론의 썩어 문드러진. 그래서 환부를 도려내듯이 도려낸 팩트를 감상해보길 바란다. <주기자>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주류 언론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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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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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에서 말하길 세상에는 외향적인 인간과 내향적인 인간이 있다고 한다.

 

외향적인 인간 활동적인원기 왕성한말이 많은사교적인사람을 좋아하는흥분을 잘하는지배적인자기주장이 강한적극적인위험을 무릅쓰는얼굴이 두꺼운외부를 향하는느긋한대담한스포트라이트 앞에서 편안한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인간이다.

 

한편내향적인 인간은 사색적인지적인책벌레꾸밈없는섬세한사려 깊은진지한,숙고하는미세한 내성적인내면을 향하는부드러운차분한수수한혼자 있기를 좋아하는수줍음 많은위험을 싫어하는얼굴이 두껍지 않은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개인의 다양한 성격의 요소들이 모두 외향적인 범주에 쏠리거나 내향적인 범주에 몰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이러한 이분법은 대체로 나의 성격이 어떤 쪽에 더 많이 치우치는지를 결정짓기 위해 구분하는 것이다그리고 그 방향이 후자에 더 많이 기울어져 있다면당신은 내향적인 인간에 가깝고그렇다면 이 책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저자는 유전적으로 내향적외향적인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부분이고, 또한 현재의 성격만을 가지고 결정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어쨌든 간에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성향그리고 어렸을 때의 성향을 조합해보면 대충은 답이 나올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과연 내가 외향적인지 아니면 내향적인지.

 

2. 만약 답이 나왔다면그리고 그 답이 내향적인 인간 쪽에 더 가깝다면 우리는 우열의 법칙으로 따졌을 때현재 사회의 시점에서 열성의 위치에 있는 내향적인 인간에 대한 저자의 반론과 내향적인 인간의 커다란 장점 수잔 케인의 경험과 저명한 박사들의 실험 자료를 통해 증명한 <콰이어트>에서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향적인 인간을 열성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요즘 사회에서 원하는 글로벌 인재의 요소가 어느 쪽에 있는지만 살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한 마디로 글로벌 인재는 미국식 인재와 동의어인데그들은 어려서부터 토론식 수업(참과 거짓에 관계없이 리더십이 강한목소리가 크고 제스처가 다양한 아이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 방식)을 통해 의미 없는 말들을 쉼 없이 내뱉는 방식의 외향적인 인간이 되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따라서 이들에게 깊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향적인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외향적인 인간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깊이. ‘깊이는 어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물이다말만 앞세우고, 벽에 부딪히거나 조금이라도 힘들어지면 우회로를 찾거나 문제를 회피하는 외향적인 인간과는 달리 내향적 인간은 그의 앞에 놓인 장애물을 탐색하고그것을 뛰어넘으려 애쓰고뛰어넘을 때까지 시도하고마침내 장애물(궁금증)을 뛰어넘으며 깊이를 가진다그래서 획기적인 업적을 이뤄낸 위인들 가운데 내향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콰이어트>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빛은 좋지 않아도 참살구인지 먼저 주목한다.신중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내향적인 인재가 바로 모럴 해저드에 빠져 말도 안 되는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어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가의 그들실적 부풀리기에 중독된 외향적인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3. 는 것이 <콰이어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고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책이 내향적인 인물이 가진 가능성을 좀 더 극적으로 표출시키기 위해서 외향적인 인간의 장점보다 다소 부정적인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경향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물론아내와 남편이 보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 나타나는 다른 성향의 대립에서는 그들의 양비론적 해결책. 즉, 조화로운 절충한을 허용하긴 하지만 내향적인 인간의 장점을 말하고자 할 때 희생되는 것은 외향적 인물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내향적인 인간의 장점은 외향적인 인물이 다수를 이루는 사회를 바라보면서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해결책의 모색에서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는데내향적인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혹은 내향적인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다소 마마보이 만들기 같은 부모의 과잉보호를 장려하는 것 같아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의 가르침 정도로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다루었을 때, 아이와 부모가 어떤 재능을 발견했다면,그것이 정말 아이가 가진 재능인지 확신할 수 있을지그렇게 순조로운 상황에서 아이들은 과연 어떤 장벽을 발견할 수 있을지그리고 그 장벽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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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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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일 말이 별로 없는 소설이다작가가 아주 친절하게도 시작부터 끝까지 매듭을 확실히 지어주니 그저 읽기만 하면 될 일이다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구절만 옮겨놓으면 된다그것은 바로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형사의 모습이고바람직한 사회상이다.

 

추리 과정은 글쎄……직접 관계되어 있지 않은 여러 단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세심하게 추적하며, 그 사이에서 우연하게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어 범인을 검거하는 방식<신참자>뿐만 아니라 다른 미스터리실제 강력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방식이라 딱히 신선한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참자>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곁가지처럼 딸려있는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밝히지 말아야 이로워지는 비밀을 지켜주려는등장인물의 의리나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속으로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끔 하는 수줍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는 갑작스레 찾아온 훈훈함과 함께 그들의 속마음을 더욱 따스하게 포장해줬다.

 

278. “가가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피해잡니다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신참자>로서 낯선 곳에 업무를 배정받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주민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제복을 벗어 던지고 흡사 대학생 같은 옷차림으로 가게를 활보한다그 덕분에 가가 형사는 신참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어떤 베테랑 형사보다 훨씬 더 배정받은 지역을 잘 이해하고,주민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린다.

 

영화 <백야행>에서 봤던 형사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가가 교이치로의 모습은 왜 사람들이 가가형사를 좋아하고가가 형사 시리즈에 열을 올리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한다가가 형사는 친숙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무엇이든 해결하는 시대의 영웅이자 해결사선함의 상징가가 형사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쌓인 체증이 시원하게 뚫림을 느낀다.

 

426.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그렇게 해서 알아낸 진상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을 겁니다실제로 기요세 고우키 군도 그랬고요그래서 변한 거예요.”

 

<신참자>에서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훈은 헤르만 코흐의 <디너>와 비슷하지만, 서술 방식은180도 다르다코흐는 자녀의 허물을 덮어주는 부모의 그릇된 판단의 심리과정을 낱낱이 공개하여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에, 게이고는 자녀의 잘못은 관대하게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처벌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경고한다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녀의 철저한 감시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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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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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날. “그런 상태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로 의미 따위를 운운하는 것은 그녀가 살아있었던 과거에도 의미가 미약했었고더욱이 지금에는 이 하루만 지나면 더는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는 타인에게 허락된 대수롭지 않음의 표식일 뿐이다.

 

타인이 아닌 가족의 관계특히 <한 여자>에서처럼 딸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의미 없음이 결코 아니다생물학적으로 어머니의 존재 덕분에 그녀는 존재할 수가 있고인격 형성이라는 도덕관념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존재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다가 부모가 만들어 놓은 환경 안에서 자녀가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전제가 옳다면 부모의 존재는 환경의 좋음과 나쁨에 관계없이 훨씬 더 높은 단계로 격상된다.

 

2.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부닥침은 필연적인 반복이기에그녀와의 매 순간이 행복하게 다가오지만은 않았을 것이다단적인 예로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와 종전 이후 궁핍했던 시절어머니는 자그마한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받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어린 딸에게 푸는 어떤 나날도 있었겠지만이 다툼은 모두 자식이 바르게 되도록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51. 네가 다른 애들에 비해 넉넉하지 못하다고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어그녀의 가장 깊은 욕망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것 전부를 내게 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렇다는 것은 결국 그녀에게는 과중한 노동극심한 돈 걱정을 의미하는 거였다.

 

그러므로 다툼의 본질은 어려운 시대에 한푼 두푼 절약하고억척스럽게 번 돈을 딸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바치는 사랑이고그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바로 저자의 어머니요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다그리고 <남자의 자리>의 아버지 모습 또한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다.

 

<남자의 자리>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반추했던 아니 에르노는 <한 여자>에서 어머니의 자리를 되새긴다자신의 삶을 만들어준 어머니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는 효녀 딸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깊숙하게 패인 공간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어머니와 함께했던 예전의 시간을 추억하며 아니 에르노는 종이와 펜을 들고빈 곳을 가득 채우는 행위로서 그녀와 시간을 같이 한다.

 

그렇다고 본다면 그녀가 글을 쓰는 순간은 그녀를 선생의 길로작가의 길로 인도해준 그녀의 아버지어머니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순간일 것이다희생에 대한 답례의 순간일 것이다그리고 이 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니 에르노는 꾸준히 글로서 대화할 것이다.

 

101. 그녀는 개인 소지품을 하나씩 하나씩 전부 잃어버렸다무척 마음에 들어 했던 카디건예비로 갖고 있던 안경화장품 가방그녀에게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었고그것이 무엇이든 더 이상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자기 소유의 물건들을 기억하지 못했고더 이상 자기 jt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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