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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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일 말이 별로 없는 소설이다작가가 아주 친절하게도 시작부터 끝까지 매듭을 확실히 지어주니 그저 읽기만 하면 될 일이다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구절만 옮겨놓으면 된다그것은 바로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형사의 모습이고바람직한 사회상이다.

 

추리 과정은 글쎄……직접 관계되어 있지 않은 여러 단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세심하게 추적하며, 그 사이에서 우연하게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어 범인을 검거하는 방식<신참자>뿐만 아니라 다른 미스터리실제 강력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방식이라 딱히 신선한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참자>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곁가지처럼 딸려있는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밝히지 말아야 이로워지는 비밀을 지켜주려는등장인물의 의리나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속으로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끔 하는 수줍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는 갑작스레 찾아온 훈훈함과 함께 그들의 속마음을 더욱 따스하게 포장해줬다.

 

278. “가가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피해잡니다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신참자>로서 낯선 곳에 업무를 배정받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주민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제복을 벗어 던지고 흡사 대학생 같은 옷차림으로 가게를 활보한다그 덕분에 가가 형사는 신참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어떤 베테랑 형사보다 훨씬 더 배정받은 지역을 잘 이해하고,주민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린다.

 

영화 <백야행>에서 봤던 형사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가가 교이치로의 모습은 왜 사람들이 가가형사를 좋아하고가가 형사 시리즈에 열을 올리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한다가가 형사는 친숙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무엇이든 해결하는 시대의 영웅이자 해결사선함의 상징가가 형사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쌓인 체증이 시원하게 뚫림을 느낀다.

 

426.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그렇게 해서 알아낸 진상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을 겁니다실제로 기요세 고우키 군도 그랬고요그래서 변한 거예요.”

 

<신참자>에서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훈은 헤르만 코흐의 <디너>와 비슷하지만, 서술 방식은180도 다르다코흐는 자녀의 허물을 덮어주는 부모의 그릇된 판단의 심리과정을 낱낱이 공개하여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에, 게이고는 자녀의 잘못은 관대하게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처벌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경고한다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녀의 철저한 감시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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