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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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지난번에 읽은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 대한 철학의 반격이라고 불러도 좋다뭐 어차피 드 보통과 이 책 <철학을 권하다>의 저자 줄스 에반스는 종교와 철학의 역할에 대해서 어떤 것이 더 우월하다는 논쟁을 벌이는 사이는 아니기에 반격이라는 단어는 사실 유머에 가깝다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두고 서로 교류하는 아주 친밀한 동반자.

 

학문의 분야 나누기와 표면에 고여있는 학문의 틀을 비추기 급급하므로 대학의 배움은 삶을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그러므로 대학은 죽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 에 대한 가르침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철학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은 드 보통과 에반스가 함께 고민하는 부분이다.

 

다만삶의 기술의 방식에서 드 보통은 종교의 누적된 경험치를 주목했고, 그것을 간단하게 이용함으로써 편의를 추구하고자 했다면줄스 에반스는 고대 철학의 철학자들의 여러 이론에 주목하고, 개인이 직접 방식을 찾도록 유도하게끔 한다. 그것이 두 사람의 차이다. 개인적으로는 줄스 에반스의 방식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이유는 드 보통의 <종교>가 종교의 장점만을 취득하여 새로운 종교를 개발한다는 오귀스트 콩트의 개념에 이르면 만사형통으로 삶의 기술이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면줄스 에반스는 어떤 개념을 가지고 삶을 이끌어나가더라도 만사형통의 길은 절대로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 줄스 에반스의 <철학을 권하다>는 고대 철학의 여러 관념에 대한 장점들과 그 철학 개념이 다른 학자들에게 공격받는 부분까지 설명한다더 나아가 그 이론이 현재는 어떻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소상하게 설명한다그리고 그 각 철학자에 대한 글을 체계적으로 분류해둬서 나중에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읽을 때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참고서의 기능도 겸하게끔 심혈을 기울여 서술한 흔적이 엿보였다.

 

3. 과거. 오귀스트 콩트의 혁명은 실패했고철학에서 권하는 삶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주지도 않는다그렇지만 지금도 수많은 철학자와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것이 정의고 바람직한 삶이라는 진리의 신 아리스토텔레스학파 같은 관점을 들고 나와서 사람들을 계몽시키려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손 놓고 시간가는대로 임기응변식으로 사는 것보다 누군가 바람직하다고 정해주는 방식을 참고하여 사는 것은 좀 더 낫겠지만, 이왕이면 직접 내가 내 방식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그것들을 조합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조합법은 <철학을 권하다>에서 만들어볼 수 있다이것은 모범답안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단 하나의 나의 답안지다.

 

나는 이 학파의 철학 개념예를 들면 디오게네스의 견유학파의 관점이 마음에 들어 그러니 무조건 따를거야.” 라기보다는 견유학파에 있는 모순에 대비하여 여러 철학 개념의 장점들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디오게네스 30%에 에픽테토스 30%. 에피쿠로스 10% 무소니우스 루푸스스 10% 세네카 10% 헤라클레이토스 10% 정도로 견유학파와 스토아 철학이 적절히 균형을 맞춘 삶의 방향타를 설정해둔다.

 

백 퍼센트를 여러 삶의 기술로 나눈 함량의 분해를 글로 나열해보자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부과된 도덕적 굴레를 벗어던지고 남을 신경쓰지 않고삶을 자유롭게 살아야겠어그렇지만 그 자유에 대한 책임과 그에 수반하는 신경증은 엄격하게 다스려야겠어.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해서는 철저히 지키는 방향으로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방향으로위로해야겠어나의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루하루의 반성을 통해 주의해야겠어정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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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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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을 멈추게 할 존재는 정녕 인간을 초월한 존재밖에 없는가? 그 말은인간의 비행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닌가? 라는 자조 섞인 물음은 <제노사이드>의 마지막을 덮고 난 이후에도 떠나지 않는다.

 

정훈이 남긴 내가 꿈을 꾸었구나.”라는 넋두리처럼윤리 브레이크가 아예 빠져 버린 행동으로 신문지 상에 오르내리는 이름들그 사람들을 멈추게 할 제어장치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제노사이드>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잘못된 방향으로 달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그들의 야만스러움을 꿈에서나마 단죄하기 위해 태어난 소설로 바라볼 수 있다.

 

504. 모든 정치적 결정이란 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여도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루벤스는 단호한 대통령의 태도 속에 약간이지만 편향된 인격을 보았다. 그가 누스 말살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인 신념에 의한 것이었다.

 

<제노사이드>가 알려주는 그들의 정체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들을 끝도 없이 줄줄이 엮을 수 있다.)는 번즈 집권의 미국이고, <현실>로 따지면 지하자원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의 네오콘 쪽으로 화살이 기운다그리고 꿈이란 바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수십만 년 전에 태어났던 것과 같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신인류 아키리와 에마의 탄생그것이 시작이었다.

 

277. 이것은 그냥 암살이 아니라 제노사이드라고 생각했다목표는 이 세상에 한 개체밖에 없는 인류종단 한 사람을 제노사이드하는 것이다.

 

<제노사이드>는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죄 없는 나라의 다른 인종의 인간을 제노사이드 했던 과거. 그리고 하고 있는 현실을 신인류가 태어난 이후의 가상 세계와 절묘하게 조합한다. 우리들에게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영상을 제공한다. 트랜스포머 같기도 하고, 에어리언 시리즈 같기도 하고, 인류 이외의 존재를 다룬 여러 SF물의 이미지들이 함께 떠올랐다.

 

그 영상 속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것은 범일본적인 스케일이다광대한 범위를 자랑하는 여러 전공의 학그리고 학의 개념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자의 노력에 대한 경탄을 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2.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라는 책을 보면실제 아프리카 대륙에서 소련에서 발명한 AK47이라는 소총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이 총은 무게가 가볍고조립법이 간단하고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중국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오는 대표적인 무기인데이것을 총의 전체 길이 보다 키가 작은 어린 소년병들의 손에 쥐여주며 전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상황이 아프리카의 현실이다.

 

따라서 적군에게 포로로 잡힌 아이가 살아남을 유일한 조건을 치욕스럽게 이행하는 장면부터 그 아이가 전쟁에 투입되고, 계속되는 살인으로 인성이 말살되고, 그 상태의 아이들과의 성당 옥상 교전의 장면과 그 아이의 관점에서 최후의 감정을 서술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상상력으로 이뤄진 꿈이 아니라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질 법한 현실이었기에 가슴 속이 울컥하며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3. 나는 이 소설을 절반쯤 읽었을 때소설의 빈틈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그것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하이즈먼 보고서의 내용과는 달리 신인류 역시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노사이드도 불사한다는 것이었다결국인류의 종들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그러나 나머지 반을 읽어보니 이런 내가 생각했던 빈틈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줄거리가 담겨있었다.

 

신인류가 했던 행위들은 선제공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류들도 오랜 시간동안 다른 종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해왔었던 정당방위일 수도 있고어쩌면 인간의 부조리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인간의 질문에 대한 신인류의 대답과 신인류의 질문과 그것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415. "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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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가 간다 1 - 100만 명을 먹여 살려라!
이창욱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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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무협소설. 스쳐 지나가는 눈길을 고정시킨 책 소개 문구와 같은 의미로서소설 <야수가 간다>의 장르는 느와르. 이 책은 경제(저축은행분양사기재개발비리와 무협 (요즘 시대의 어두운 뒷골목. 조직폭력배 세계)을 다루고여기에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학연지연 위주의 사회를 골든게이트 그룹으로서 형상화한다.

 

무협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절대 고수처럼 <야수가 간다>에서는 보통사람과는 완연히 다른. ‘야수’ 스러운 남자 이광서의 엄청난 능력을 목격할 수 있다.엄청난 능력 중에서도 단연 그의 사람 다루는 능력이 돋보였다그는 포기를 모르는 야수였기 때문이다.

 

37. “오빠는 다른 남자들이랑 달라진짜 남자오빠는 진짜 남자야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 안 할 사람난 알아 오빠가 우뚝 일어서리라는 거오빠는 야수거든잠시 웅크렸다가 다시 일어서서 이빨을 드러내는 야수

 

어쨌든 <야수가 간다>의 모든 이야기는 이광서라는 한 남자의 삶과거 그리고 현재의 에피소드를 뒤섞어 놓은 채. 흘러가는 구조로 서술하기 때문에 이광서의 초인적인 능력을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이 소설은 남성스러운 어둠. 무협 세계의 요소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중요한 부분을 포기한 소설은 결코 아니다남성스러움을 잘 살리면서 그 분위기의 배경을 만들어내는 경제비리에 관한 세밀한 서사에서 저자의 부동산 개발시행회사의 CEO를 역임했던 이력의 깊이가 느껴졌다그래서 나는 골든게이트의 꼼수 A to Z를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사실 이해하려 애쓰지는 않았다가독성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최상열. 1권까지만 읽고 감상을 쓰는 중이라 확신할 수는 없으나 왠지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예감이 든다나는 이 최상열이라는 서울대 출신의 수재 서울대 동문들을 이용하고무협세계를 이용하고학창시절상열의 아버지로부터 나중에 상열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친구라는 칭찬을 들었던 이광서까지 이용하는 초절정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이유는 돈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라면 금상첨화일 테고……. 

 

353. “광서야나인 볼도 인생과 마찬가지야앞만 보고 가다 보면 저렇게 3번 볼이 변수로 작용하고, 3번 볼을 넣지 못하면 적들에게 결국 4, 5번이 연결되어 지게 돼 있어게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승부에서 비겁이란 게 어디 있니광서 넌 생각이 너무 얕아앞만 본다니까항상 그 다름 수를 생각해빠져 나갈 구멍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이것은 포켓볼나인 볼이 과거 방황했었던 광서에게 전달한 인생의 진리다. 광서는 이 진리로서 그의 앞에 놓인 난관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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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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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다하지만 무신론자가 비종교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달았다신은 이미 죽었다며자신을 무신론자라고 주장하는 드 보통의 관점은 내가 보기엔 종교인들과 훨씬 더 가깝다.


드 보통은 말한다신이 없는 것은 인정한다그러나 신이 있고 없고 와는 별개로 종교의 가르침 중에 우리가 본받을만한 훌륭한 것들이 많다그것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축적해놓은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가르침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현실의 우울한 삶을 바꿔나가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각국의 여러 종교 속에 내포된 채 인간을 향한 따뜻한 교의들의 총합이것을 재료로 무신론자를 위한 새로운 종교를 만들자고 외치고 싶은 그의 마음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드 보통은 이러한 정신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의 뜻과도 맞닿아 있다고 한다.


2.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간단하게 말해서 그의 베스트셀러 <불안>에 관한 해결책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자본주의 사회. 1%의 고독한 승리자가 되기 위해 경쟁 체제에 돌입한 인간들이 겪는 필연적인 불안이와 더불어 불완전함을 타고 난 인간에게 드 보통은 기독교가톨릭유대교,선불교 등과 같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권한다.


불안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복권(권리 회복)을 위해서 삶의 주체가 되기를 권했던 우리나라 작가들의 <청춘인문학>,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같은 책의 해결방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이들이 남들에게 휩쓸리지도 말고쉽게 원자화되지도 않는곧은 자아를 찾아나가자는 주장을 했던 것과 반대로 드 보통은 우선 공동체 사회로의 복귀나 소속감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해결 방안 중에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보통 사람으로 남과 비슷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곧은 신념을 가지라는 충고도 올바른 가르침이요불안에 홀로 시달리지 말고보듬어 줄 수 있는 공동체 사회의 따스함을 기억하라는 충고도 올바른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3.무신론자를 위한 새로운 종교의 성격은 헤세의 <유리알 유희유리알 명인 크네히트가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통제된 사회하나의 교리만을 진리로그렇게 하나의 진리에 얽매여버렸던 종교인이었던 크네히트가 좋은 스승과 다른 신을 숭배하는 타 종교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갇혀있던 새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는 명인으로 발전하고 이러한 성장은 드 보통이 추구하는 무신론자의 종교와 아주 잘 어울린다.


4. 저자가 대하는 문학에 대한 주장이 옳다면 문학은 인생에 대한 현상에 집중할 뿐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직접적인 가르침이 없다는 이야기인데그렇다면 자기계발서에도 문학은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무신론자의 종교를 위해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문학가와 문학 작품에 대한낭만주의에 대한 변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문학작품을 사랑하는 이는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그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그 모습 그대로를 통해 종교인의 설교로서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위로의 과정을 이미 작품을 읽는 순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반박을 하자면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지만 나약하기를 다그칠 것이 아니라 나약하기 때문에어리석기 때문에인간이 추구하려는 그 열정에 대해서도 우리가 절대자가 아닌 이상 존중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다만세속의 교육과 대학 과정의 문제점에는 동감하는 바이다삶에서의 커다란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온건한 가르침보다다소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친 지식의 전달단편적인 전달력에 의존하는 교육 과정그 과정 속에서 삶과 인생을 느낄 수 없다는 부분은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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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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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사는 순간순수한 목적은 퇴색한다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추상적인 것들의 아름다움정의로움에 대한 공정성을 흐리게 하고부패하게 한다.”는 것이 마이클 샌델이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에서 돈이 끼어드는 순간 상황이 시장논리로 급격하게 바뀌어버리고그것을 초월한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했던 순수한 목적들이 훼손된다고 한다. 책에서 예로 든 지역에서 주최하는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이라는 공공재에 대한 암표상인의 극성스런 활동은 무료로 공연을 관람하게 하는 본래의 목적을 변질시킨다는 말이다.

 

여기서 이란 우리가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시대의 부산물쉽게 말해서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로 벌어들이는 자본. 불로소득처럼 얻는 돈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바로 시장과 도덕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니 <허삼관 매혈기>에서 매혈로서 아비의 마음을 담아낸 돈의 의미와 경제위기 때 불거진 버블의 의미가 상충한다. 

 

2. 그는 다수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공리주의에 부합하더라도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사서 이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면서 그것이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만 거래는 성립한다고 이야기한다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공자의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군자의 모습과 마이클 샌델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3.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행위는 성장률만 바라보는 국가의 정책 기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국가성장률이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퍼센트로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우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재화로 변모시킨 후, 소득을 창출해낼지를 궁리하기에 바쁘다.

 

책에서 예로 든 생명보험 전매제도의 사례처럼 인간의 목숨을 파생상품으로 둔갑시켜 누군가가 죽으면 생명보험의 채권을 사들인 채권자들의 통장에 돈을 입금시키는 현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인간의 얼마 남지 않은 목숨까지도 누군가의 부를 창출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민주당의 박선숙 외 14명이 2010년에 발의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생명보험금을 더 이상 납부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돕기 위한 취지라고.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다.

 

또한, 명명권이라는 이름 하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려는 시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에서 명명권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인 넥센 히어로즈가 성공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상황을 대부분 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발전모델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스포츠에 대한, 야구에 대한 관점. 같이 누려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자본의 무분별한 잠식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것들이 바로 성장률의 늪실적에 허덕이는 보험사 실적을 쌓기 위해. 수익에 허덕이는 프로야구 구단이 성공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내놓은 기발한 방법이다이와 같은 예처럼 비도덕적인 방식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팔 수 있는 방식을 짜내고짜내고짜내서 자본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생명보험 전매제도나 각종 파생상품의 범람에는 반대하나. 프로야구 중계방송 화면 속에 잡히는 간접광고들 역시 반대하나. 야구단이 살기 위해서 기업체로부터 명명권을 파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옳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샌델은 명명권까지 반대하지만 말이다.    

 

4. 어쨌든 간에 결국우리 사회는 땀 흘려 벌어들인 긍정적인 돈과 살 수 없는 것들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둔갑시켜 만들어낸 부정적인 돈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돈이 되어.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행위 역시 부패하게 된다이것이 결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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