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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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얼마 전에 읽은 <임박한 파국>을 만족스럽게 읽지 못해 다시 도전한 책이 <멈춰라,생각하라>그런데 <멈춰라생각하라>는 <임박한 파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려운 책이라 힘들었다바로 앞에 읽은 <무지개접시>의 셰프 혼마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혼났다이 책을 읽지 못하면 다른 책을 읽을 자격이 없다는 서릿발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겠는데그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사실은 블로그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 열심히 기록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호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기호들의 나열과 기표에 담겨있는 기의를 해석하지 못해서 독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2. 결과적으로 <멈춰라생각하라>를 통해서 슬라보예 지젝이 좌파에게 던지는 불만의 목소리는 이것이다책에 인용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구절. “가장 선한 자들은 모든 신념을 잃은 반면 가장 악한 자들은 격정에 가득 차있다.”

 

좌파들은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에서 그치거나 그들이 던져준 프레임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 궁리하는 반면에 우파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인간들을 모두 민족주의적인 배신자로 몰아붙인다는 것이다모든 근원을 그들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금의 상황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종북세력으로. 빨갱이로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칸트가 제시한 개념. 이성의 공적사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빼기를 권유한다빼기란 중층결정(복합적인 몇몇 사고의 응축이 단일한 상징을 낳는 과정)화된 개념 속에서 부패한 어느 일부분을 보란 듯이 드러내고 비판하자는 말이다.

 

그것은 반박할 수 없는 잘못된 무엇에 대한 탄원이다. 탄원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프레임 밖으로의 빼기를 계속하여 이 체제가 임박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예감케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선동은 안된다. 선동과 빼기를 구분하는 것은 몹시어렵고 민감하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될 것이다.

 

어쩌면 최근에 불거지는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그 빼기의 사례에 가장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본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민생을 대표하겠다고 나섰던 정치인들의 구호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정치라는 의미 자체가 역설적이며 모든 이해집단을 충족시키지 못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촌극이 아닌가?

 

3.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의 세 가지 요소에는 잠재적 꿈 사고(본래의 무의식적 소망),꿈 작업(잠재몽이 그대로 발현몽으로 나오면 본인이나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몽의 내용을 교묘히 변장 혹은 위장시키는 메커니즘으로압축과 전치가 있다.), 발현된 꿈 내용(실제 꿈 꾼 내용)이 있다.

 

지젝이 말하기를 프로이트의 개념에 따르면 정치인의 행동은 꿈 작업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탐욕이 덕지덕지붙은 무의식적인 꿈이 현실화되면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다소 유화시키고 포장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실재인데.

 

그 실재가 지금 국회의원 연금법이라는 형태로 등장한 상황이고그 혜택의 구조는 시민이 낸 세금을 온전히 착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상황은 부를 축적하고 싶은 그들의 본능과 가까운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4. 어쩌면 슬라보예 지젝의 외침을 읽는 것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다고 위로하는 것과 같은 마음처럼 양비론의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의 소수의 세력을 돕는다는 다소 관망자의 입장에서 읽는 것이 사실이고, 북한과 대치 중인 대한민국이 미국과 함께 지구 상에 남아있는 가장 마지막 이데올로기 세력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나.

 

그가 일러주는 칸트의 사유법인 "생각하고 복종하라!"의 가르침. (이성을 자유롭게 사용하여공적으로 생각하고 (권력의 위계 조직의 일부로서사적으로 복종하라정도는 유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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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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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만화 같은 소설이다. 드라마 파스타가 생각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문장이 경쾌하고인물묘사도 간결하다개성이 잘 살아난다독특한 플롯 없이 그저 묵묵히 정방향의 서사를 이어가는 소설이지만그 속에는 밝음과 유쾌함그리고 진지함이 넘쳐난다.

 

주인공 히로의 방황에서 그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삼총사>의 달타냥처럼 뭔가 술술 일이 잘 풀린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그게 단점일 정도랄까?

 

북폴리오를 통해 내게 온 책 가운데단연유독가장 오래도록 기억될 책이 <무지개 접시>라고 확신이 들 정도로 인상 깊게 읽었다다시 말해서 북폴리오 하면 떠오를 책이 <무지개 접시>가 되었다는 소리다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능동적인 힘. 조지프 나이가 역설한 소프트 파워. 의 세계를 고스란히 살려낸 성장소설이 탄생했다.

 

2. 히로가 '감'을 단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런 도제식 길들이기는 분명 악덕 사업주에게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 사회적 경험이 적고 젊은 당신을 미친듯이 부리면서도. 그것이 바로 너를 프로페셔널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훈련이라는 당근을 던져주는 따위의 유혹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프로가 되기 위한 고난일 수도 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당신 자신의 몫일 것 같은데. 나는 프랑스 레스토랑의 도제식 수업법을 무턱대고 옹호하진 않지만, 정말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셰프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3.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멘토링의 방법은 본질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곧, 기본기의 수련이며, 지속적 반복을 통해서, 예측하는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스파르타식이지만 훈련의 목적은 타성에 젖어있던 우리의 감각에 충격을 던지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무지개 접시>의 훈련법은 우리가 쏟아붓는 시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줄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치의 측정은 시간을 부은 총량이 아니라노력으로 탄생시킨 결과가 전문가의 눈에는 전문가의 방식으로, 어린아이의 눈에는 어린아이의 방식으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면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행의 반복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자가적인 타협을 통해 편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신년에 그토록 많은 계획을 세웠더라도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오랜 시간을 결심대로 보내더라도 큰 덩어리째 완성시켜야 할 무언가에 균열이 가고 조금씩 흩어져나가는 것이다마치 모래를 한 움큼 쥔 손아귀에서 모래가 빠지듯이 말이다.

 

4.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에 감명 받아 요리를 포기하고 소설가가 되었다는 다쿠미 츠카사라는 작가요리를 소재로 한 <금단의 팬더>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대상이라는 성과까지 거둔 다쿠미 츠카사라는 작가는 분명 <무지개 접시>의 셰프 혼마가 요구하는 극한의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즉, 감각이 몸에 배어있는 작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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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13년 01월 08일에 저장
절판

쿠코츠키의 경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이수연.이득재 옮김 / 들녘 / 2012년 10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1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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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인
이상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1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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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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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적절한 이미지 하나가 떠올라서 올려본다.

 


 

드라마 전우치 중 전우치가 분신을 불러내는 장면을 순간 포착한 사진인데, <오늘의 요리> 23가지 단편 각각의 이야기가 딱 전우치 분신 같은 느낌이다. 중심에 저자의 존재가 굳건히 버티고 있고, 그 존재로부터 각각의 주인공이 파생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 23가지 음식이야기들은 겉으로 보면 전우치 얼굴에 전우치 복장을 한 것처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그러나 각 단편의 내면을 관찰한다면 다른 인격을 가진 드라마의 전우치처럼 미묘한 차이점을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2. 내가 생각하기엔 이 책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기존 소설과는 다른 기준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다루는 주제가 너무 미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번에 읽었던 <따뜻함을 드세요>의 잔상을 데리고 왔다. 

 

<따뜻함을 드세요>에서는 음식을 사람과 사람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라는 상징적인 면모를 강조시켜 그려냈는데, 그 상징적인 의미가 동일한 기억 속의 음식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독자는 활자 속의 두 주인공의 실존의 공유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요리>는 추억의 상기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동료라는 사회를 이루는 관계의 형성에서부터 진전, 단절, 그리고 회복까지를 모두 다루었고, 그것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한다면 좀 더 쉽게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따뜻함>의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음식 자체에 대한 중요도는 훨씬 낮아졌지만(꼭 그 음식이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음식이 차고 들어와도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 그러나 <따뜻함>은 반드시 그 음식이어야 했음.)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 중 한 가지인음식이 차지하는 실제적인 몫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음식 가지고 오버하지도 않고 딱 음식이 가진 기능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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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변화한다 - 모옌 자전에세이
모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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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회상록을 써달라는 인도의 한 편집자의 주문을 받고 쓴 책이다그래서 회상록으로 소개된 책이다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소설가의 회상록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까? 라는 의문과 기대감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서 명작을 쓰게 한 사적인 영감의 기록이나 혹은 소설론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다만, <모두 변화한다>에서 나열된 친구. 허즈우의 파란만장한 삶그리고 루원리의 소박맞은 삶이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든 소설로 재탄생 되었을 것이라는 예감은 전달받았다.

 

2. 원래 알고 싶었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을 실망스럽다고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왜냐하면이 책을 읽으면서 모옌이라는 작가의 능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 능력이 뭐냐면모든 글을 소설처럼 쓰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작가라고 나는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하면 서두에 기록된 막상 쓰려고 펜을 들고서야 그가 내게 제시한 주제가 여전히 나를 속박하고 있음을 안 것이다.”라는 문장의 이면에서막중한 책임감 혹은 사명감을 지닌 작가의 뚝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성장의 밝은 부분에 집중하여 도시와 건축물의 모습을 변화의 상징물로 보여주는데 그치는 시각적 변화가 아니라.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변화라는 생각을 덩어리째 안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식과 기억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변화는 물론비전까지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가 이토록 알맞게 가공되었고 소설의 한 문장처럼 술술 읽혔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결국변화를 몇 사람 인물이라는 상징물에 투영해서 보여준다는 점이 소설이 가진 순기능과 맞아떨어졌고 이것이 바로 그의 능력이자 버릇이라는 것이다.

 

3. 다만 단점이라면 이 책은 애초에 변화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아무리 뭔가를 더 쓰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변화에 따른 무엇이 아니라 그냥 변화. 그것에 그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변화 너머의 무엇. 변화 때문에 나타난 것들예를 들면, 위화의 <형제>라는 소설처럼 물질주의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비인간화가 진행되는 사회적 문제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런 심도깊은 내용들은 아마도 자전에세이가 아닌 그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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