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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1.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적절한 이미지 하나가 떠올라서 올려본다.

드라마 전우치 중 전우치가 분신을 불러내는 장면을 순간 포착한 사진인데, <오늘의 요리> 23가지 단편 각각의 이야기가 딱 전우치 분신 같은 느낌이다. 중심에 저자의 존재가 굳건히 버티고 있고, 그 존재로부터 각각의 주인공이 파생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 23가지 음식이야기들은 겉으로 보면 전우치 얼굴에 전우치 복장을 한 것처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그러나 각 단편의 내면을 관찰한다면 다른 인격을 가진 드라마의 전우치처럼 미묘한 차이점을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2. 내가 생각하기엔 이 책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기존 소설과는 다른 기준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다루는 주제가 너무 미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번에 읽었던 <따뜻함을 드세요>의 잔상을 데리고 왔다.
<따뜻함을 드세요>에서는 음식을 사람과 사람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라는 상징적인 면모를 강조시켜 그려냈는데, 그 상징적인 의미가 동일한 기억 속의 음식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독자는 활자 속의 두 주인공의 실존의 공유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요리>는 추억의 상기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동료라는 사회를 이루는 관계의 형성에서부터 진전, 단절, 그리고 회복까지를 모두 다루었고, 그것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한다면 좀 더 쉽게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따뜻함>의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음식 자체에 대한 중요도는 훨씬 낮아졌지만(꼭 그 음식이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음식이 차고 들어와도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 그러나 <따뜻함>은 반드시 그 음식이어야 했음.)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 중 한 가지인음식이 차지하는 실제적인 몫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음식 가지고 오버하지도 않고 딱 음식이 가진 기능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