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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1 - 부익부 빈익빈 ㅣ 뱅크 1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 검은 액체가 전하의 혀끝에 닿는 순간을 상상하며 내 모든 감각을 깨우고 또 깨웠다. 사랑보다도 더 짙은…… 어떤 '지극함'을 배우고 익히는 나날이었다. -노서아 가비 131p-
1. <노서아 가비>을 읽었을 적. 김탁환 작가에게 받은 인상은 간결함이었다. 짧지만 심혈을 기울인 듯한 정갈한 문장이 기억에 남았었다. 이번 <뱅크>에서도 같은 기대를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3권으로 이뤄진 <뱅크>의 분량에서 짐작하다시피 문장의 간결함이나 정갈함에 신경을 쓰기에는 신경 써야 할 곳도 많아졌고, 품고 있었던 엉킨 실타래의 양도 많아졌다.
정갈함의 상실과 더불어 단어의 선택에서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언어가 혼란스레 뿌려진 듯 하여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스릴있는 사건 전개에서 포착되는 재미와 가독성이라는 특유의 요소는 <뱅크>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끔 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의 갑작스러움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단절은 피하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2. 소설이야기를 해보자면. <뱅크>는 복수극이었다. 그런데 그 복수가 각 주인공에게로 중첩된 구조였다. 주요 인물외 대부분의 인물이 이야기에 재료로 소모됨으로써 복선과 결말(음모)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건(음모)이 공개되면서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그런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쉽게 말해서, 탐욕이 뿌린 복수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그 싹에서 자라난 씨앗이 또 다시 복수를 낳는다는 설정이다.
박진태와 장철호. 이 두 인물이 바로 복수를 품에 안은 사람이다. 소설 <뱅크>가 금과 연동하는 조선의 화폐. 즉 실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화폐를 유통시켜 외세에서 벗어나 민족 정신을 부흥시키려는 의미를 지닌 상징적 공간인 한국중앙은행의 건립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돈을 다루는 곳. 즉, 부의 결승점을 향해 달려감으로써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경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상한대로 두 인물의 가치관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利)를 우선시 할 것이냐. 아니면 의(義)를 먼저 할 것이냐의 싸움. 그러니까 <뱅크>는 훌륭한 인재란 어떤 인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 주도권 싸움은 다소 싱거운 승리와 패배로 매듭지어진다.
3. 책을 보다 TV를 켰는데, 정말 우연히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안철수 의원(그때는 교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토시하나까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어떤 인재가 훌륭한 인재냐는 학생의 질문에 안철수 의원이 답하기를...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 프로그램의 정확히 그 부분만을 캡쳐한 분의 블로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블로거도 아마도 이 내용을 인상 깊게 봤나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뱅크>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송상의 상부상조 정신)도 이와 같다. 한 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학생 : 이병철 삼성 전 회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기업은 사람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사회를 이끌고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그런 인재상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 인재상에 정답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시대마다 다 바뀌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 걸 인식하는 인재가 가장 중요한 것 같거든요. 어떤 회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앞으로는 만 명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거기에서 빠진 게 뭐냐면 만 명의 먹을거리를 만드는데 그 만개의 먹을거리를 전부 혼자서 다 독식하고 차지하고 심지어는 남의 것까지도 다 자기가 가져가버리면 그러면 그 사람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죠.
그래서 기업으로 따지면 이런게 있잖아요 '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이다' 그게 다 국민 상식 같죠? 그런데 사실 그건 틀린말이에요. 왜 그런가 하면 예를 들어 기업의 목적이 수익창출이라는 걸 너무 지나치게 믿고 그쪽방향으로 가다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면 된다고 스스로 정당화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면 (예를 들어) 불량식품을 만들어요. 그러면 자기는 돈을 버는데 그 불량 식품을 먹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아프고 사회가 나빠지잖아요. 그러니까 혼자서는 자기 목적 달성하고 자기는 잘 먹고 잘 사는데 사회 전체로 보면 그건 오히려 없는 게 더 좋은 암적인 존재, 범죄집단이잖아요.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인재 같아요. 능력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4. 한편, 극에서 빠질 수 없는 소금 같은 존재인 애정에 얽힌 이야기도 등장한다. 두 주인공과 인향과의 삼각관계. 그 외에도 현주와 진태. 그리고 악의 근원인 권혁필. 조력자인 조명종 간의 지고지순함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