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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son 리즌 : 현대카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평점 :
1. 사실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아니라서 신용카드에 관해서는 상당히 무관심한 편이다. 카드사에서 내세우는 각종 혜택이라는 것이 구매 욕구를 촉진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 덕을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게 중요한 것은 제품을 사는 것이고, 기왕이면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것. 그 뿐이다. 그것이 내가 소비하는 행위의 전부다.
그 정도로 신용카드에 관심이 없는 놈이지만 TV에 나오는 현대카드 광고를 감상하는 일은 꽤 흥미로운 일 가운데 하나였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천편일률적인 다른 광고들보다 훨씬 신선하다는 생각도 들고, 신선함 속에서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데도 상당히 능숙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들의 광고가 흥미로웠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책 <리즌>을 읽어보게 되었다.
7. 기업은 제품을 팔고 브랜드는 생각을 판다. 기업은 고객을 앞세우고 브랜드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기업은 디자인 경영이라고 말하고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기업문화라고 말하고 브랜드는 DNA를 표현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1위를 말하고 브랜드는 역할을 말한다.
2. 그들은 말한다. 현대카드는 카드회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이다. 현대카드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집단이라는 개념을 뜻하는 수식어로 쓰일 정도의 인지도를 쌓는데 성공했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카드를 꺼낼 때마다 자부심이 생기는 것은 현대카드를 사랑하는 고객이라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카드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제공하는 것을 브랜드와 가치라고 칭하고자 한다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개념은 현대카드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우리 주위에 있다. 그럼에도 현대카드라는 브랜드가 다른 회사. 특히, 동일 업종인 카드회사들보다 돋보이는 점은 카드회사로서의 결제, 할인, 포인트 제공이라는 기능을 넘어서 현대카드가 제공하는 문화, 예술,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을 통해서 같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이득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66. 파워 브랜드는 단순히 소비자의 요구에 응하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숨은 니즈를 개발하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도록 브랜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브랜드가 강해지기 위한 필수조건.
3. 그런데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좋게 생각하면 고민할 것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믿음직한 회사가 있으니 좋을 것도 같지만, 단순히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자부심까지 생길 정도로 소비자가 브랜드에게 맹목적으로 끌려간다면 주체적이며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할 소비자들이 고유의 개성을 잃고 제공자가 제공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잘못된 관점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정치인들이 한 번만 더 믿어달라는 것은 한 번 더 속아달라는 말과 같다."는 대사처럼 기업이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믿어달라는 것은 순수하게 믿으라는 의미 이외에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지 말고 무조건 써달라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이런 생각 때문일까? 책에 있는 "경쟁사가 아닌 소비자를 공격하라" , "씨줄과 날줄 안에 고객을 가둬라" , "게임의 규칙은 내가 정한다" 라는 소제목들이 눈에 거슬린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전쟁하듯이 공격할 대상이 아니고, 그물로 가두어 잡는 물고기 따위도 아니고, 게임의 규칙을 브랜드 혼자서 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그들이 짜놓은 라이프 스타일과 개성이라는 프레임에 머물러있을 존재도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껏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온 현대카드의 수고와 성과에 관해서 비난보다는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자부심이 극단적으로 자만으로 이어질 것 같다는 노파심에 그들에게 소비자라는 존재는 어떠한 포지션에 자리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려해주기를 권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태영 사장이 트위터에 올려둔 이 구절은 참으로 와 닿는 이야기다.
시장과 소통하는 법.
1) 일단 시장은 당신의 상품에 당신의 반의 반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야.
2) 시장은 똑똑하다. '새롭네요, 좋네요'라는 찬사는 그냥 당신에게 해주는 말일 뿐 속생각은 '계속 노력해봐'인 경우가 대부분
3) 시장은 당신에게 정확히 30초의 시간만 준다. 그 안에 관심이 안 가면 당신은 패스당한다.
4) 시장은 의외로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는 안 믿는다. (20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