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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몬스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1. 몇 년 전. 그랬었다. 사람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타도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그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전경 버스를 투입하고, 물대포를 뿌리면서 그들을 진압하였다. 정부가 그렇게 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가 신종플루라는 전염병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사람들을 검역하고, 양성반응을 보이는 의심환자를 격리시켰다. 한 사람이 숨질 때마다 뉴스 메인에 특종으로 보도했다. 사람들은 세정제와 마스크를 사용했다. 신종플루를 치료할 유일한 해결책 '타미플루'이 마치 구세주처럼 등장했지만, 그마저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들은 일반 계절 독감의 사망자 수보다 적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고위험군의 환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나니와 몬스터>와 비슷한 성격의 음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분산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그것은 바로 전염병이다.
2. <나니와 몬스터>의 '룰렛'. 이것은 권력의 실세들이 모여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지금까지 수집해왔던 대형 뉴스 가운데 어떤 것을 세상에 노출할지 논의하는 장면이다. 이것도 역시 음모의 일종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은 학습효과 덕분에 연예계 빅뉴스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국민 몰래 무언가를 은밀히 진행하는 것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받을 뜨거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만한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 소설 자체로만 따진다면 <나니와 몬스터>는 기대 이하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1부, 2부, 3부의 연계성을 뒷받침하는 기승전결 가운데. '결'의 해소가 너무 약하다. 게다가 등장인물과 시점의 단절이 두드러진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독자의 궁금증을 위한 페이지보다는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유토피아를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 증거로 유토피아를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주인공이라고 생각했었던 인물)은 자기에게 부여된 역할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4. 그래서 그 유토피아를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다. 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환자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그 정보는 주민들에게 카드 형태로만 제공한다. 그래서 그 기록은 카드 소지한 이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열람할 수 없다. 환자는 자신의 의료기록을 들고 의사를 찾아갈 수 있다. 환자의 중복진료를 예방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비용 절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망자들의 해부율을 높여서 그것 또한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것은 사망의 원인분석과 사망에 이르게 한 병의 진행과정을 알 수 있으므로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사인규명시스템을 통하여 사망자의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의료소송과 의료사고 건수도 낮출 수 있다.
5. 이것들은 좌익, 우익이 아닌 의익이라는 정치 성향으로 지방 독립을 실현하려고 하는 야심가들의 생각들이었다. 그들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의익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 몬스터라고 불려도 마땅할 인물들이다.
이 소설에는 몬스터라고 해석할 표상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혁명을 통하여 앞으로 중심거점이 될 나니와라는 지역이 몬스터 같기도 하고, 그 계획을 두고 권력을 잡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사법과 의료의 수장도 몬스터 같고, 그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는 인물도 몬스터같다. 어떤 룰렛을 돌릴지 결정하던 그들도 몬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