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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1. 박시온이 읽었을 것 같은 책
드라마 <굿 닥터>를 보면.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의사 박시온은 거짓말을 못 한다. 그는 이 세계를 둘러싼 온갖 규칙. 예를 들면, 선과 악의 개념 같은 것들을 책에서 보고 무작정 외움으로써 적응해왔지만, 이상하게도 불합리나 부조리에 관한 것들은 이해할 수 없어서 보통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간단한 거짓말조차도 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이라는 책. 혹은 이와 유사한 종류의 책이 박시온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왔던 책 가운데 한 자리 정도는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회의 부조리를 공부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이유 때문이었다.(부조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프카나 카뮈. 그리고 다자이 모사무의 문학을 읽는 것이 더 낫긴 하겠지만 말이다.)
행복과 선, 도덕과 공감, 우정, 도덕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 훈계할 자격, 윤리와 다윈, 인권과 정치, 빈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일까?, 육체와 정신, 피해에 대한 인식, 사과와 역사, 사회악, 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유명인, 건강과 외모, 마약과 법, 웃음, 칭찬, 신, 고행, 뉘우침, 역사, 사랑, 과학과 합리성 등등…….
왠지 느낌아니까. 목차보고 가실게요.
2. 나의 대답을 찾아서
409. 올바른 질문은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가 아니라 '나의 관계, 나의 목표, 나의 노력, 나의 재능, 내가 하는 다양한 것과 나의 다양한 관심사, 나의 희망과 나의 욕망으로 내가 나의 삶을 위해 만들어내려 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이다.
그렇지만 <철학적 질문들>은 사전적 구성으로 일관하는 책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보편적인 삶의 의미라기보다는 '나 : 앤서니 그레일링'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이고, 목차에서 언급하는 여러 질문을 그레일링의 관점과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책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관점으로서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라고 독려한다.
3. 내가 혐오하는 돼지들
정치인 가운데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들이 바로 돼지들이다. 그들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과 더불어 정치를 하려 하지 않는다. 국민 위에 서서 권력을 휘두를 생각부터 한다. 즉, 국민을 통치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웅주의의 변질이다. 엘리트주의와 계몽주의의 변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주의 선거에까지 조작의 손길을 뻗쳤다. 조작을 통해서 기어코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자신들만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불상사다. 이처럼 돼지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같은 편을 밀어내는 짓도 마다치 않는다. 돼지우리에 먹이를 풀어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똥과 음식물과 침이 뒤섞여 더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과정에서 정의를 추구하던 인물들. 힘이 필요해서 썩은 동아줄을 잡은 사람들은 조용히 돼지들과의 연을 끊고 떠나갔다. 정의로운 그들은 자신의 실책을 용납하지 못했고, 그 이유로 소리치지 못했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지 못했다.
하지만 소리 없는 결별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정의를 추구했던 인물과 돼지들을 아직도 같은 편으로 믿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러다가 결국, 열려야만 했던 판도라의 상자는 절묘한 타이밍에 열려버렸다.
그들의 오류. 그들에게 생명을 부여해준 결정적인 실책.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돼지들로 인해 현 세상의 모든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 낸 시스템이 정상적이며,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