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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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승...?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 내세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던 나에게 이 질문은 낯설기 그지없다. 물론, 유령이나 귀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나 지옥이나 천국 같은 추상적인 공간을 상상력을 통해서 지어낸 이야기를 즐기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과 창조에 대한 경탄이지. 그것이 실제적인 믿음으로까지 나를 이끌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위화가 창조한 빈의관이라고 불리는 저세상은. 나로서는 실제의 저세상이라는 생각보다 현세의 팍팍하고 고된. 그리고 부조리에서 태어난 삶의 여진(餘震)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2. 위화가 창조한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곳의 사람들

 

보통 저세상이라고 하면 현세의 모든 속박과 굴레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공간. 즉, 안식처라는 의미로 흔히 생각하는데, 위화의 그곳에서는 앞서 여진(餘震)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세의 사회제도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단절이 아닌 연속된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소파와 플라스틱 재질로 분류된 의자가 있고, 수입가마와 국산가마가 있어서 화장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수의와 유골함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점은 유골이 안장될 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죽은자들의 계급이 나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현세에서 돈을 벌어 장례 절차에 필요한 제반 용품에 비싼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되는 자들은 안락한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차례를 기다리면서 저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빈곤한 사람들은 입장료를 지불하지 못한 채, 영혼이 이승과 저승 사이에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3. 위화의 작품들 1

 

사실 위화의 작품은 이런 식으로 삶과 죽음을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중국 사회의 부조리와 가난이라는 고통. 그리고 급작스럽게 변하는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해학을 담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의 위대함. 그와 더불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제공했지. 이렇게 처음부터 우리에게 실패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죽음을 던져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제7일>에서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 상태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죽음을 보면서 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 현실감에 두려움이 엄습했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육체의 종말을 맞았을지언정.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은 찬란한 영혼에서 우러나는 인간애. 그것이 육신의 죽음을 초월하는 순간에 더욱 숭고해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4. 인간애

 

솔직히 말해서, <제7일>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은 물질적으로 부유한 인간처럼 계산적이지 않았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진정한 휴머니스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에서 비롯한 절박함과 유혹. 그리고 좌절감 때문에 삶의 끈을 놓아야만 했다. 

 

위화가 그린 저승세계는 현세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계급이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계급은 그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들을 위해 설계된 프레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파에 앉은 자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보다 장례식과 비용에 관한 의견만 주고받으며 그 프레임에 순응한다. 그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 영혼들에게 작가는 위화 특유의 스타일을 불어넣는다.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인간애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가난해서 저승으로 가는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광활한 공간에 육신은 모두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모습은 말라빠진 해골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외면적인 초라함 때문에 슬퍼하고 방황할 영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초연했다. 

 

그들은 그러한 조건에서도 더불어 나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서로 힘을 모아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고난의 삶을 살았던 슈메이를 진심으로 위하고, 저승(빈의관)으로 배웅하는 장면과 찬란하게 빛나는 슈메이의 영혼은 남은자들의 축복이 길어낸 위대함의 표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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