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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먹탱이의 문자로 보는 세상 - 유쾌한 유식, 해학의 즐거움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서예 예찬론
유쾌한 먹탱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을 쓴 분은 세계를 이루는 거의 모든 관념을 문자. 특히, 한자의 구성 원리로 해석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서예를 통해서 붓끝으로 표현하며, 그것을 볼거리로 승화시킨 프로페셔널이다. 쉽게 말해서. 그는 자신의 홈그라운드. 삶의 터전. 직업으로 서예를 택했다. 따라서 작가의 서예 예찬은 그를 높은 경지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6. 서예는 글자를 매체로 표현하는 시공간 예술이다. 음악은 시간예술, 미술은 공간예술이지만, 서예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 종합예술이다.
17. 붓질은 생활의 리듬이요, 먹빛은 사고의 향기다. 묵향은 맡을수록 영혼이 깨어난다. 붓을 잡은 손끝을 통하여 온몸에 전해지는 은근한 흥분과 감동은 천금의 놀음차로도 오히려 부족하다.
27. 피는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인간이 영원히 만들 수 없는 것이란다. 피가 육체에 영양을 공급해준다면 먹은 정신에 영양을 공급해준다. 이렇게 보면 '먹은 정신의 피'라고 할 수 있다.
2. 진정성
265. 아무리 훌륭한 성공 노하우를 전한다 해도 여기엔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진정성이 없이는 가르쳐도 선생이 될 수 없으며, 베풀어도 벗이 될 수 없다. 선거에서도 진정성이 없는 후보는 좋은 공약 대신에 빌 공(空)자 공약만 남발한다. 진정이랑 가슴 밑바닥에서 나오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가리킨다.
이 책에는 좋은 말과 문장이 많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믿을 수 없고, 믿고 들으려고 해도 올바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매번 들어도 부족하다.
3. 한자공부 잔혹사
예전에 한자공부를 할 때는. 참 무식하게 공부했었다. 두꺼운 EBS 급수 책은 아무리 봐도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연습장에 글자를 갈겨써도 도무지 외워지질 않았다. 한자공부를 접은 한참 뒤에야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한자 공부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그 책 덕분에 한자라는 글자는 부수들을 먼저 외우고, 그것들의 뜻을 연결해서 이해하면 공부하기가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자로 보는 세상>에서 설명하고 있는 한자들의 뜻풀이도 그러한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느낄 감(感)자는 모두 함(咸)과 마음 심(心)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글자인데. 그 두 가지 글자의 뜻을 조합하면 '마음 속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바로 느낄 감(感)자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꽤 많은 글자가 나오는데. 한자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은 책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라이브 서예
라이브 서예는 글자 그대로 서예하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아니. 함께 즐기는 공연이다.
붓글씨는 예로부터 점잖고, 정적인 이미지가 강조되었고. 그러한 정적인 분위기 안에 존재하는 글씨의 강렬한 기운과 그것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라이브 서예는 화선지와 붓이 만나는 순간의 모든 기운을 공연으로 승화시키는 예술이라고 한다.
영상매체의 발달 덕분인지. 21세기는 무엇보다 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출판계가 북 트레일러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것처럼.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유행이 된 것처럼. 서예도 직접 글씨를 쓰는 행위를 공연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를 저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66. 관중 속에서 붓을 잡고 온몸으로 쓰는 라이브 서예는 3분만 지나도 땀에 젖는다. 라이브 서예는 붓이란 도구를 통한 육체 단련이기도 하다. 고로 라이브 서예는 마인드 피트니스는 물론 바디 피트니스도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건강 아이콘이다.
피트니스를 통한 육체 단련을 겸한 라이브 서예. 51. 서예는 일회성이라는 점에서 인생과 닮았다. 라이브 서예는 일회성에 현장성이 더하여져 순간순간 판단과 선택을 잘해야 하는 현대인의 삶과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309. "라이브 서예란 몰래 써서 포구한 박제된 서예가 아닌 현장성 있는. 살아 있는 서예" 라는 점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