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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밀 - 75년에 걸친 하버드 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
조지 베일런트 지음, 최원석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난이도 : ★★★★
1. 성인발달
이 책은 성인발달에 대한 보고서다. 일반적으로 '성인발달'이라고 하면 상당히 낯설게 들리는데,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이 개념은 피아제의 인지발달에서 다루는 아동기의 발달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즉, 인간은 단계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행복의 비밀>의 개념인 '성인발달'은 약간은 은유적이라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청년기나 장년기쯤 전성기를 맞이하고, 노년기의 시간은 내리막과 소멸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이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영문 제목을 경험의 승리로 정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
이 책에서는 에릭슨의 성장 모델을 약간 변형하여 성인의 발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것은 1단계 : 정체성 -> 2단계 : 친밀감 -> 3단계 : 직업 안정 -> 4단계 : 생산성 -> 5단계 : 후견 -> 6단계 :통합이라는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좀 더 행복의 비밀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행복의 발달 과정과는 상대적인 개념인. 정체성 혼미 -> 고립 -> 역할 분화 -> 침체성 -> 축적 -> 절망에 빠지게 된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노년기를 보낼 것이라 주장한다.
물론, 부정적인 단계를 거친다고 해서 절망의 단계로 무조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 이야기이긴 하지만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라는 책을 보면 소설 초반부의 무기력한 주인공을 보면 1,2,3,4,5 단계를 모두 건너뛴 것 같이 느껴지지만. 주인공의 내면에는 올바른 방향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그것을 타오르게 한 촉매제. 편지 한 통. 그것에 담긴 주인공만이 느낄 수 있는 숭고한 의미로서의 사랑 혹은 동료애를 읽고,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6단계의 과정으로 진입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 인내심 그리고 주체성
부정적인 단계를 극복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향해 가는 도중에 생기는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행복의 비밀>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요소다.
<행복의 비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유혹은 알코올리즘. 즉, 알콜중독이라고 한다. 알콜 중독은 수명, 행복. 그 외 모든 생산적인 가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개인적 생각하기에는 술에 대한 유혹으로 자제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 게임이나 섹스나 흡연. 혹은 비만 같이 열정을 희석시키는 모든 부류의 중독현상을 모두 <행복의 비밀> 속의 알코올리즘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이런 판단으로 봤을 때, <행복의 비밀>은 지난번에 읽었던 <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와도 많은 유사성이 있다. 통합이라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인내와 주체적인 마인드라는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버틀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읽었던 탐욕과 욕망의 경계 또한 인내심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3. 방어기제
인간은 방어기제를 형성해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빨리 잊어버리기도 하고, 정당화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것에 유능한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이 방어기제라는 것도 단계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미성숙한 것으로부터 차례로 정신병적 방어기제 (망상적 투사, 정신병적 부인, 정신병적 왜곡), 미성숙한 방어기제 (행동화, 자폐적 환상, 해리, 건강염려증, 수동공격성, 투사), 중간적 방어기제 (전이, 정서의 분리, 주지화, 반동 형성, 억압),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숙한 방어기제 (이타주의, 예측, 유머, 승화, 억제)가 있다고 한다.
이 단계적인 방어기제는 개개인에게 저절로 부여된다는 측면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인내심과 주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높은 층위의 방어 기제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관찰되었기 때문에 <행복의 비밀>은 '성인발달'이라는 개념을 따르고, 인간은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다.
- 정체성의 단계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단계.
친밀감의 단계는 그런 가치관을 통해 사귄 사람들과 10년이상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단계.
직업 안정의 단계는 자신의 직업에서 충분한 열정을 발휘할 수 있고 동시에 만족감을 느끼는 단계.
생산성의 단계는 다른 이에게 멘토로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단계.
후견의 단계는 생산성의 국소적인 면을 벗어나서 좀 더 넓은 세계인 국가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단계.
통합의 단계는 이러한 인생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 -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맛볼 수 있는 소설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불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이 바로 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알고 있는 사실과 현실은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그에 대한 책임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쳐둔 과거의 주인공의 미성숙한 방어기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식이 점차 넓어진다. 이것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발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뚜렷하지 않은 기억의 과거를 더듬어 내려간다. 그렇게 소설은 시작되지만,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대면하기 싫은 진실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