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1. 프래질과 안티프래질

 

프래질 현상이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깨지기 쉬운 상태를 말하고,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는 버블경제체제를 말한다. 

 

덧붙여 시장의 폭락에 대한 원인을 섣불리 진단하는 것. 그것에서 탈출하기 위한 모든 규제나 부양 정책 또한 프래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억지로 떠받힌 시장은 눈 굴리기처럼 계속 리스크가 커질 것이고, 언젠가 다시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탈레브는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 

 

안티프래질. 이것은 프래질의 반대말이다. 이 단어는 무질서함, 비가역성, 비선형의 형태를 뜻함과 동시에 그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단어이며, 불확실한 상황으로부터 파괴되는 것(프래질)이 아니라 반대로 성장하는 것을 정의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2. 안티프래질. 경험과 직관의 힘

 

<안티프래질>을 통해 인류의 역사. 모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성격이 안티프래질하게 흘러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그에 따르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시한 정상과학이라는 것도, 그로부터 탄생하여 현재 제공받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도. 전후관계가 바뀐 오류투성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발견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많으며, 따라서 우연을 정의한 그것(정상과학)을 배우는 것보다는. 다른 길, 새로운 길(말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경험의 산물)로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견해를 주장한다. 즉. 부족한 단어로 정의(선형)하는 것 보다는 불확실하지만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경험(비선형)을 통해서 헤쳐나가길 기원한다. 

 

이것은 최근 유행하는 머니볼의 철학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탈레브의 철학은 분석과 통계보다는 경험에 우선한다. 

 

3. 안티프래질. 소크라테스 비판 

 

책이라는 것에 이 개념을 대입하면 지금까지 오래동안 살아남은 책은 안티프래질한 성격의 책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 책과 그 책이 주장하는 메시지는 오랜 시간의 누적을 거쳐서 강해졌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안티프래질>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옹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크라테스에게는 비판적이었다. 그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들에게 항상 질문하라고 주지시킨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말로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않게 하고, 단 하나의 답을 찾게끔 함으로써, 디오니소스적인 개념을 무시했고, 지금의 프래질한 세계관(뉴턴의 선형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탐욕의 안티프래질

 

<안티프래질>이라는 뜻은 성장한다는 뜻이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궁극적으로 그것을 추구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지부조화를 벗어나 자유로운 경계인으로서 참된 노동이나 공부나 행복에 대한 관점에서 시련을 버티면서 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자신의 부유함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에는 일침을 가한다.

 

즉, 우리는 대리인을 내세우는 안티프래질한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탐욕은 안티프래질하다. 동양그룹 사건처럼 자신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가입자 모르게 회사채를 가입케 한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나라의 위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부를 쌓으려 노력했던 대표적인 사건들. 예를 들어 한수원의 원전 비리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비리에 관여한 사람들도 바로 탐욕의 안티프래질에 편승하여,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사람들이다.  

 

아울러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의 상반된 두 가지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놓고, 이익을 위해 다른 하나를 숨기는 표리부동한 지식인. 그들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대로 행동하라면 발뺌하기 급급한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안티프래질>은 이들에게 정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1. 에피소드 구성의 아쉬움

 

<휴먼디비전>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주군의 태양이나 굿닥터 같은 드라마에서 즐겨 사용하는 에피소드 방식이다. 이 구성 방식은 벨크로를 붙였다 뗐다 하듯이 이야기 뭉치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다루기 편하다. 게다가 사건의 해결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인물의 성장이나 성격이나 능력. 그리고 관계 회복)을 충실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라한 장점은 앞에서 언급한 드라마처럼 에피소드의 초점을 주인공에 맞출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런데 <휴먼디비전>은 주인공 시점의 에피소드 사이에 작가가 배경으로 설정한 미래 환경. 지구, 개척행성, 콘클라베 간의 권력 구조. 누가 저지른지 알 수 없는 음모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가 단절되는 면이 있다. 또한, 불필요한 설명을 위해서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낭비되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2. 제국주의의 연장

 

이 소설은 지구와 개척행성에 존재하는 인류, 그리고 외계인 연합 콘클라베의 힘겨루기가 가장 큰 갈등 구조로 존재한다. 그것에 선행하여 지구와 개척행성 간의 관계가 착취인가. 아니면 근대화인가라는 논쟁이 개별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래서 개척행성 -> 지구< - 콘클라베 이런식으로 대립한다. 

 

이 구조를 보면서 과거 영국과 미국의 모습이 엿보였다. 구대륙 영국, 새로운 개척지 아메리카 대륙. 그곳으로 떠나는 이주민들과 제 3세계의 노예들.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미국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의 권력이 유럽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시점.

 

그러한 상황에서 찾아오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반면에 미국은 전쟁 때 쌓은 군사력과 무기 개발을 위해 쏟아부은 과학의 발달과 자본주의를 등에 업고 팍스아메리카나를 주도하게 되는 세계 권력 지도의 변경. 그리고 이 후. 미국과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되는 소련.

 

3. NEXT

 

소설의 절반을 읽었지만, 절반의 분량이 배경과 갈등에 기초한 부분으로 덮여있는 터라. 1권만 읽어서는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 권을 읽기 전에 궁금한 부분을 몇 가지 남겨둔다.

 

작가는 제국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앞으로 지구와 개척행성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개척행성의 기밀을 빼돌려. 콘클라베 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외계의 세력과 힘을 모으려는 계획을 막으려는 내부의 적은 누구인가. 

 

개척행성에 대한 지구인들의 불안을 맹목적인 찬양으로 바꿔놓은 계략을 짠 인물은 누구인가. 

 

지구에서 생을 보내다 개척행성으로 이주한 뒤, 힘겨루기 한 가운데 투입된 주인공 윌슨의 활약상과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의 활약상은 어떤 철학으로 작동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1. 이 책의 주제는 사랑이다. 지금껏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미리 정해두고 읽은 책. 그러니까 사랑을 위해서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혀 없는 것 같다. 희한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내게 그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다. 

 

책을 읽고. 그것은 사랑이었지…. 라고 느꼈던 작품은 몇 권 있다. 강렬하게 스쳐가는 제목은 닥터지바고, 위대한 유산, 표류도. 정도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도 사랑이야기였구나 싶은 생각은 있고, 읽을 때도 그런 책이었구나 싶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세 권의 책보다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2.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서 누구는 나에게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같은 곳이 어떤 곳인지 찾아 헤매기만 하다가 볼일을 다 본 경험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사람이 정해놓은 같은 곳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특히, 같은 곳을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애초에 없는 경우엔 더…. 그랬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같은 곳이라는 유예의 공간은 자신을 간섭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보호막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3. 서문에서 언급하는 니체와 알랭 바디우의 말은 옳은 것 같다. 정과 망치를 들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상대방의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편견을 균형을 위해 깎아내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행위는 많은 아픔을 수반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의 영역이 찢겨져도 참아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당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마주침으로 인해서 진리를 생성해내는 관계. 성숙한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은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아픔은 그 고통을 감지하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인식하는 단계가 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앞으로 다가올 아픔 때문에 시작조차 망설이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편리한 사랑을 찾는 사람들. 아픔을 참아낸 대가로 과분한 보상을 바라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주제를 무의식과 가까운 곳에 처박아둔 나부터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말이다.  

 

5.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사랑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즐겨보진 않지만 우연히 시청했었던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보고, 그 여자가 악녀인지 아닌지 이야기하면서 그와 유사한 연애 경험담을 주고받는 광경을 접한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근본적으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고전으로 불리고 있는 여러 소설 작품을 통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나 남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들이 경험한 여러 방식의 사랑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사랑을 찾는다던가.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탐구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주인공을 바라보고, 그 심리적 변화를 감지하고 연구했던 학자들의 생각들까지 같이 보여줌으로써 지금 현재 사랑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은밀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권태와 같은 불안한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도 알려준다. 

 

6. 자세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음미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실제 소개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다. 확실한 건. 내가 읽었던 작품에 대한 해설은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참, 개츠비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개츠비를 과소평가했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비밀 - 75년에 걸친 하버드 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
조지 베일런트 지음, 최원석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난이도 : 


1. 성인발달

 

이 책은 성인발달에 대한 보고서다. 일반적으로 '성인발달'이라고 하면 상당히 낯설게 들리는데,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이 개념은 피아제의 인지발달에서 다루는 아동기의 발달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즉, 인간은 단계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행복의 비밀>의 개념인 '성인발달'은 약간은 은유적이라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청년기나 장년기쯤 전성기를 맞이하고, 노년기의 시간은 내리막과 소멸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이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영문 제목을 경험의 승리로 정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 

 

이 책에서는 에릭슨의 성장 모델을 약간 변형하여 성인의 발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것은 1단계 : 정체성 -> 2단계 : 친밀감 -> 3단계 : 직업 안정 -> 4단계 : 생산성 -> 5단계 : 후견 -> 6단계 :통합1이라는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좀 더 행복의 비밀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행복의 발달 과정과는 상대적인 개념인. 정체성 혼미 -> 고립 -> 역할 분화 -> 침체성 -> 축적 -> 절망에 빠지게 된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노년기를 보낼 것이라 주장한다. 

 

물론, 부정적인 단계를 거친다고 해서 절망의 단계로 무조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 이야기이긴 하지만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라는 책을 보면 소설 초반부의 무기력한 주인공을 보면 1,2,3,4,5 단계를 모두 건너뛴 것 같이 느껴지지만. 주인공의 내면에는 올바른 방향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그것을 타오르게 한 촉매제. 편지 한 통. 그것에 담긴 주인공만이 느낄 수 있는 숭고한 의미로서의 사랑 혹은 동료애를 읽고,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6단계의 과정으로 진입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 인내심 그리고 주체성

 

부정적인 단계를 극복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향해 가는 도중에 생기는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행복의 비밀>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요소다. 

 

<행복의 비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유혹은 알코올리즘. 즉, 알콜중독이라고 한다. 알콜 중독은 수명, 행복. 그 외 모든 생산적인 가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개인적 생각하기에는 술에 대한 유혹으로 자제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 게임이나 섹스나 흡연. 혹은 비만 같이 열정을 희석시키는 모든 부류의 중독현상을 모두 <행복의 비밀> 속의 알코올리즘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이런 판단으로 봤을 때, <행복의 비밀>은 지난번에 읽었던 <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와도 많은 유사성이 있다. 통합이라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인내와 주체적인 마인드라는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버틀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읽었던 탐욕과 욕망의 경계 또한 인내심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3. 방어기제

 

인간은 방어기제를 형성해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빨리 잊어버리기도 하고, 정당화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것에 유능한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이 방어기제라는 것도 단계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미성숙한 것으로부터 차례로 정신병적 방어기제 (망상적 투사, 정신병적 부인, 정신병적 왜곡), 미성숙한 방어기제 (행동화, 자폐적 환상, 해리, 건강염려증, 수동공격성, 투사), 중간적 방어기제 (전이, 정서의 분리, 주지화, 반동 형성, 억압),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숙한 방어기제 (이타주의, 예측, 유머, 승화, 억제)가 있다고 한다. 2

 

이 단계적인 방어기제는 개개인에게 저절로 부여된다는 측면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인내심과 주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높은 층위의 방어 기제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관찰되었기 때문에 <행복의 비밀>은 '성인발달'이라는 개념을 따르고, 인간은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다. 


  1. 정체성의 단계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단계.
    친밀감의 단계는 그런 가치관을 통해 사귄 사람들과 10년이상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단계. 
    직업 안정의 단계는 자신의 직업에서 충분한 열정을 발휘할 수 있고 동시에 만족감을 느끼는 단계.
    생산성의 단계는 다른 이에게 멘토로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단계. 
    후견의 단계는 생산성의 국소적인 면을 벗어나서 좀 더 넓은 세계인 국가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단계. 
    통합의 단계는 이러한 인생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
  2.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맛볼 수 있는 소설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불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이 바로 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알고 있는 사실과 현실은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그에 대한 책임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쳐둔 과거의 주인공의 미성숙한 방어기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식이 점차 넓어진다. 이것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발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뚜렷하지 않은 기억의 과거를 더듬어 내려간다. 그렇게 소설은 시작되지만,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대면하기 싫은 진실과 마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1. 아시이 료의 소설 <누구>는 취직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스터디 모임을 갖고, 취업박람회에서 모의 면접이라는 활동과 실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적성검사 같은 각종 테스트를 통과해서 취업에 성공했거나, 아니면 여전히 취업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법한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소재로 소설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일보다는 당장 취업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2. 그런가하면 소설 <누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블로그 같은 공간에 나열하는 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의 이미지는 마치 140자의 제한된 공간 속에 구겨진 안개 같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허세와 냉소. 그리고 자조를 통한 넋두리는 자기 정당화의 한 가지 방법이지만, 소설은 그러한 관찰자적 거리두기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처럼 <누구>의 작가 아사이 료가 생각하기에는 그곳에 풀어놓는 이야기는 실제로 자기 발전에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주인공인 당신도 취업에 급급한 한 사람의 취준생인 주제에 취업에 연연하지 않는 척 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리고 취업을 향한 과정이 엉망진창 (영혼없는 인맥쌓기, 보여주기 식. 명함만들기 등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이라도 해서 현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 

 

3. 누구는 주인공 다쿠토의 비밀계정 이름이다. 그 공간에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취업준비를 했었던 고타로, 미즈키, 리카. 그리고 리카와 동거 중인 남자친구 다카요시. 마지막으로 소설에서는 이름만 언급되는 과거의 절친. 긴지에 대한 냉소적인 글들이 담겨있다.  한 꼭지를 소개하자면 이런식이다.

 

누구 @NUGU 156일 전


위층의 동거인도 연극 동료였던 그 녀석도 아무한테도 전하지 않아도 될 단계의 일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말을 긁어모아 온 세상에 전하려 한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상상력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을. 누군가에게 상상하게 하고 싶어서 못 견디는 것이다.

 

흥미로운 반전은 이 비밀계정을 통해 넷상에 퍼지는 글은 앞에서 언급했던 인물 가운데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또 한번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인 다쿠토 역시. 긴지나 다른 인물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한 후.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자기 위주의 글들을 엿본다. 그렇긴 하지만, 비밀 계정을 엿보는 것과 공개 계정을 엿보는 것은 분명 차이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속. 인물의 구조는 순환적인 흐름을 가진다.  소설 내부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내면에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행동을 역겨운 행위로 판단한다. 또한 그것을 관찰하는 자는 관찰 대상이 풍기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면모에 역시나 다시 한번 역겨움을 느끼고. 그러한 역겨움을 표출하는 자를 보면서 소설 바깥의 우리는 다시금 혐오감과 역겨움을 느끼는. 그런 방식으로 소설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4. 소설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이러한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인물은 말하는 언어와 표정에서 진실함이 묻어나오는 인물이고, 또한 어떠한 SNS도 이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즉, 삶에 대한 진지함이 있는 인물. 그리고 신뢰가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5. 이 소설은 취업만을 위한 취업에 대해서 상당 부분 용인하는 입장을 취한다. 개인의 적성과 행복에 따른 직업 선택이 아니라. 기계적인 취업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되는 직장. 그리고 불평등한 조건을 제시받는다 할지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견해를 가지는 듯하다. 

 

소설 속. 그들은 무턱대고 "힘내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향해서 힘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내면의 물음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6. 취업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견 기계적인 활동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표면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회적 지위. 초 중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다음 단계인 회사원이라고 불리는 곳을 똑같이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각각의 '나'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 왜냐하면, 초중고. 대학생이 되는 것과는 달리 회사원이 되는 것은 그 어떤 사람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그것 자체로 자신이 판단해서 내린 결정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