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1. 아시이 료의 소설 <누구>는 취직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스터디 모임을 갖고, 취업박람회에서 모의 면접이라는 활동과 실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적성검사 같은 각종 테스트를 통과해서 취업에 성공했거나, 아니면 여전히 취업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법한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소재로 소설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일보다는 당장 취업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2. 그런가하면 소설 <누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블로그 같은 공간에 나열하는 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의 이미지는 마치 140자의 제한된 공간 속에 구겨진 안개 같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허세와 냉소. 그리고 자조를 통한 넋두리는 자기 정당화의 한 가지 방법이지만, 소설은 그러한 관찰자적 거리두기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처럼 <누구>의 작가 아사이 료가 생각하기에는 그곳에 풀어놓는 이야기는 실제로 자기 발전에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주인공인 당신도 취업에 급급한 한 사람의 취준생인 주제에 취업에 연연하지 않는 척 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리고 취업을 향한 과정이 엉망진창 (영혼없는 인맥쌓기, 보여주기 식. 명함만들기 등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이라도 해서 현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 

 

3. 누구는 주인공 다쿠토의 비밀계정 이름이다. 그 공간에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취업준비를 했었던 고타로, 미즈키, 리카. 그리고 리카와 동거 중인 남자친구 다카요시. 마지막으로 소설에서는 이름만 언급되는 과거의 절친. 긴지에 대한 냉소적인 글들이 담겨있다.  한 꼭지를 소개하자면 이런식이다.

 

누구 @NUGU 156일 전


위층의 동거인도 연극 동료였던 그 녀석도 아무한테도 전하지 않아도 될 단계의 일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말을 긁어모아 온 세상에 전하려 한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상상력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을. 누군가에게 상상하게 하고 싶어서 못 견디는 것이다.

 

흥미로운 반전은 이 비밀계정을 통해 넷상에 퍼지는 글은 앞에서 언급했던 인물 가운데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또 한번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인 다쿠토 역시. 긴지나 다른 인물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한 후.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자기 위주의 글들을 엿본다. 그렇긴 하지만, 비밀 계정을 엿보는 것과 공개 계정을 엿보는 것은 분명 차이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속. 인물의 구조는 순환적인 흐름을 가진다.  소설 내부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내면에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행동을 역겨운 행위로 판단한다. 또한 그것을 관찰하는 자는 관찰 대상이 풍기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면모에 역시나 다시 한번 역겨움을 느끼고. 그러한 역겨움을 표출하는 자를 보면서 소설 바깥의 우리는 다시금 혐오감과 역겨움을 느끼는. 그런 방식으로 소설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4. 소설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이러한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인물은 말하는 언어와 표정에서 진실함이 묻어나오는 인물이고, 또한 어떠한 SNS도 이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즉, 삶에 대한 진지함이 있는 인물. 그리고 신뢰가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5. 이 소설은 취업만을 위한 취업에 대해서 상당 부분 용인하는 입장을 취한다. 개인의 적성과 행복에 따른 직업 선택이 아니라. 기계적인 취업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되는 직장. 그리고 불평등한 조건을 제시받는다 할지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견해를 가지는 듯하다. 

 

소설 속. 그들은 무턱대고 "힘내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향해서 힘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내면의 물음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6. 취업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견 기계적인 활동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표면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회적 지위. 초 중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다음 단계인 회사원이라고 불리는 곳을 똑같이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각각의 '나'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 왜냐하면, 초중고. 대학생이 되는 것과는 달리 회사원이 되는 것은 그 어떤 사람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그것 자체로 자신이 판단해서 내린 결정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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