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이 책의 주제는 사랑이다. 지금껏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미리 정해두고 읽은 책. 그러니까 사랑을 위해서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혀 없는 것 같다. 희한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내게 그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다.
책을 읽고. 그것은 사랑이었지…. 라고 느꼈던 작품은 몇 권 있다. 강렬하게 스쳐가는 제목은 닥터지바고, 위대한 유산, 표류도. 정도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도 사랑이야기였구나 싶은 생각은 있고, 읽을 때도 그런 책이었구나 싶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세 권의 책보다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2.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서 누구는 나에게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같은 곳이 어떤 곳인지 찾아 헤매기만 하다가 볼일을 다 본 경험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사람이 정해놓은 같은 곳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특히, 같은 곳을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애초에 없는 경우엔 더…. 그랬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같은 곳이라는 유예의 공간은 자신을 간섭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보호막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3. 서문에서 언급하는 니체와 알랭 바디우의 말은 옳은 것 같다. 정과 망치를 들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상대방의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편견을 균형을 위해 깎아내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행위는 많은 아픔을 수반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의 영역이 찢겨져도 참아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당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마주침으로 인해서 진리를 생성해내는 관계. 성숙한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은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아픔은 그 고통을 감지하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인식하는 단계가 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앞으로 다가올 아픔 때문에 시작조차 망설이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편리한 사랑을 찾는 사람들. 아픔을 참아낸 대가로 과분한 보상을 바라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주제를 무의식과 가까운 곳에 처박아둔 나부터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말이다.
5.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사랑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즐겨보진 않지만 우연히 시청했었던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보고, 그 여자가 악녀인지 아닌지 이야기하면서 그와 유사한 연애 경험담을 주고받는 광경을 접한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근본적으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고전으로 불리고 있는 여러 소설 작품을 통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나 남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들이 경험한 여러 방식의 사랑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사랑을 찾는다던가.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탐구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주인공을 바라보고, 그 심리적 변화를 감지하고 연구했던 학자들의 생각들까지 같이 보여줌으로써 지금 현재 사랑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은밀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권태와 같은 불안한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도 알려준다.
6. 자세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음미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실제 소개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다. 확실한 건. 내가 읽었던 작품에 대한 해설은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참, 개츠비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개츠비를 과소평가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