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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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본깨적 책 읽기

 

책이 있다.빠르게 책을 훑어본다. 키워드를 뽑아본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중요도에 점수를 매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다. 중요한 부분은 박스와 밑줄을 친다. 책에서 본 것은 위쪽 공백에 기록해둔다. 깨달은 것과 적용할 것은 아래의 공백에 기록해둔다. 기록해놓은 부분은 인덱스 테이프로 색깔대로 분류한다. 

 

책을 읽은 후. 다시 평가한다. 중요한 책이라면 재독이 필요하다. 주제별로 정리해왔던 인덱스 파일에 새롭게 초서를 한다. 글로 요약을 하는 것도 좋고, 도식과 그림을 사용해서 요약하는 것도 좋다. 인덱스 파일 철에 요약한 기록을 추가하고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둔다. 강연이나 글을 쓸 때 인용하기 위해서 인덱스에 정리된 내용을 뽑아서 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본깨적 방법을 요약해봤다. 본깨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어떤 책을 본깨적 할 것인가? 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판단하는 능력이 읽는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 갓

 

2. 본과 깨. 그리고 적

 

책을 읽으면서 <본깨적>의 저자는 본과 깨 보다(본과 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는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까?' 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과 깨를 적용하기 쉬운 분야는 아무래도 시간관리, 인간관계, 승진, 자기경영과 같은 구체적이고 눈에 확 드러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치우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언급하는 책. 그리고 직접 본깨적을 해서 보여주는 책 같은 경우도 실용서에 국한되어 있다. 

 

198. 인문학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기본적인 본깨적 책 읽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거나 중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 방식으로는 책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문학 읽기 챕터에서 저자는 책에서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인문서나 역사나 철학서 읽기에 관한 챕터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은 의견도 한번 건네본다. 배경 지식이나 작가의 업적을 이해하고 읽거나 꼭꼭 씹어서 읽어라. 정도의 대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차라리 좀 더 전문성 있게 본깨적으로 할 수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저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라. 

이해하지 못하면 자기 탓? 깨닫기만 하고 적용하지 못하면 자기 탓?

 

68. 본깨적 책 읽기란 저자의 핵심을 제대로 보고(본 것), 그것을 나의 언어로 확대 재생산하여 깨닫고 (깨달은 것), 내 삶에 적용하는(적용할 것) 책 읽기를 의미한다. 책을 읽었는데도 삶에 아무 변화가 없었던 것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읽었어도 읽은 것으로만 끝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저자의 관점대로 읽으라는 주문에서 독자보다 저자를 훨씬 높은 위치로 설정하는 작가의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상호 간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화가 아니라 배움과 학습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주입식 교육처럼 그들이 책에 쓴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한 독서에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비판은 본깨적 책 읽기의 첫 부분 즉, 책을 미리 훑어본다. 키워드를 뽑아본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중요도에 점수를 매긴다. 라는 여과장치로 충분히 고려한 후, 충분히 배울만한 지식을 본깨적해서 읽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럼에도 께름칙하다.   

 

그 이유는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비판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이 들어오면 독자가 자신의 책을 왜곡해서 읽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반론을 남겨두는 셈이 된다. 비판이 들어오면 자신이 잘 못 쓴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잘못 읽었다는 뉘앙스를 남기는 것이다.   

 

4. 정리 

 

본깨적 이론 자체는 훌륭하다. 본깨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고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어떤 책의 주제는 반드시 다양하게 설정해야 한다. 꼼꼼하게 읽는다면 인문 철학서도 충분히 본깨적 할 수 있다고 본다. 일회적인 동기부여만을 위한 동기부여나 자기변화에만 치우치는 것은 위험하다.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위해 동기부여 서적을 읽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보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인간으로서의 완성은 더뎌진다. 

 

인간으로서의 완성.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개념인데. 시야가 트인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단편적인 장면이나 사물이나 행동을 목격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이미 알게 된 지식을 아주 다양하게 연상할 수 있는 개념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모든 지식을 싸매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지식은 인식하지 않는 층위에 머물러 있다가 어떤 계기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이 튀어나오며 그로부터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평소 때는 아무런 기색이 없다가도. 그것과 마주했을 때 연상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마치 공항에서 촤라락 넘어가는 도착지와 출발지의 알림판을 보면서 상상에 빠지듯이.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등만 보고서도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를 위해서 우리는 그것(인식되지 않은 층위에 머물러 있을 지식)을 축적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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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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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사기의 추억

 

10년 전쯤.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를 읽었을 땐, 그저 혼란스러움 뿐이었다. 열전이라는 형식으로 인물이 등장하고. 인물이 등장하고. 인물이 등장하고... 어느 시대 어떤 배경의 사람인지도 모를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 돌릴 새도 없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기억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 그 책을 가져와서 훑어보니 책의 소개에 인쇄된 기전체라는 단어가 유난히 도드라지는데, 그때는 그 단어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전체 : 본기, 열전, 지 등으로 나눠 짜서 서술하는 역사 서술방식. 한 왕조의 통치자를 중심으로 서술되며 왕과 신하들의 전기, 통치제도, 문물, 경제 실태, 자연현상을 두루 다룬다. 

 

2. 왕리췬의 <진시황 강의> 

 

이 책은 사기가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고 지나쳤던 부분을 훨씬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어판 제목이 진시황 강의이기 때문에 모든 중심은 진나라의 건국과 망국의 흐름에 쏠려있다. 진나라 일족은 주나라의 봉건제도의 혜택을 받은 제후가 아니라. 지위가 낮은 호족이었지만 영토확장의 공을 세워서 그 지역을 다스리는 제후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그 이후로부터 상앙의 법치제도를 받아들여서 진나라는 빠르게 발전한다. 

 

그리고 육국을 하나씩 병탄했던 뛰어난 진나라의 왕과 신하(사기에서 서술되었던 여러 제후국의 이야기.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었던 이들이 합종연횡 전략을 맺어 강력해지는 진나라를 견제했고, 그것을 부순 진나라의 원교근공책까지. 전국시대의 유세객들의 피 말리는 싸움도 볼만했다.)들의 활약상이 다뤄진다. 

 

천하를 통일한 후. 군현제를 확립하여 자신을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고 짐으로 부르며, 나중에는 진인으로 불렀던 진시황의 이야기(군현제 확립, 문자, 화폐, 도량형, 거궤 통일)와 진시황과 이세의 학정(진시황의 불로장생의 꿈과 분서갱유사태, 아방궁과 진시황릉 건립, 만리장성 축조)으로 인해서 진나라가 망하게 되는 시간까지 아울러서 다루고 있었다.  

 

3. 정치술

 

이 책은 현재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주위의 인간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술을 향상힐 목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기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읽으면 훌륭한 길잡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꺼운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위기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의 교훈은 간단하다. 유능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반간계를 쓰는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에게 모함이 들어오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비난이 쏠리는 것은 능력에 대한 고의적인 시기일 수 있고, 아니면 자신이 정말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선택의 방식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시를 극복할 수 있는 완벽함을 보일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상항에서 오히려 그에 대한 공을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넘겨주고 동질감을 키움으로써 자연적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반간계를 걷어낼 것인지. 라는 두 가지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정치술에서 더 나아가서 연나라가 제나라의 복수를 위해 부득이하게 진나라에게 어부지리를 제공하고 힘없이 멸망했던 역사. 진나라와 가장 멀리 위치한 초나라가 쇠락해져서 진나라에게 고스란히 나라를 갖다 바친 역사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눈 앞의 상황이 아니라 그 이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려움이 지금은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훗날 마주칠 때를 대비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4. 멸망의 공통점

 

<진시황 강의>에 등장한 많은 나라들은 이미 멸망했다. 그들은 왜 멸망했을까? 라는 질문에서 강제로 단합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한 부작용들이 엿보인다. 사회통합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도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사회통합이라면 통합 이후의 시간은 통치자의 눈치를 보는 시간. 통치자의 시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시황의 통치 이래로 반대 의견은 입 밖으로 새어나올 수 없었으며, 진시황의 앞에는 불로장생의 꿈을 간질여주는 간신배들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진시황은 그들을 믿고, 여러 차례 그들의 활동을 지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진시황을 속였음을 안 이후에는 전국의 술사들을 분서갱유 시키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정책은 진시황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가 앞으로 나서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게끔 만들었고, 자신의 화려한 궁 안에서 머물던 진시황. 때로는 순유의 여흥을 만끽하던 진시황이 고통받는 백성들의 삶을 외면하게 만들게 되어. 전국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명맥을 이어가던 육국의 후손들이 일어나고, 백성들이 그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결과를 막을 수 없게 되었다. 

 

5. 분서갱유에 대한 변명

 

이 책은 기존에 알려진 분서갱유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우리는 진나라의 법치. 진시황 자신의 통치술을 위해서 자신이 내놓은 군현제에 반대했던 유가의 책들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산채로 땅에 묻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원래는 분서갱유라고 부르는 사건으로 희생된 이는 진시황에게 들러붙어서 불로불사의 사상을 전파하던 술사 400여 명 정도고. 진시황은 이들을 홧김에 일회성으로 파묻었다고 주장한다. 시경이나 서경같은 유학자의 책. 그리고 다른 사상가들의 책을 불태운 것은 씨를 말릴 정도가 아니라 진시황의 집권 이전부터 법치가 확립됨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는 용인해 왔던 관습이라는 사실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진시황은 근 2000년 동안 중국 대륙을 다스려왔던 황제들에게 잘못된 통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려주는 반면교사로서 최악의 왕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주나라가 멸망하고, 전국 각지에 제후가 일어난 상황에서 그것을 통일하는 자연적인 절차를 통해 탄생한 필연적인 왕이었기 때문에. 최악이라는 구덩이에 모든 악을 덮어씌우는 것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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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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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3번째 이야기가 조금은 어려웠던...)

 

1. 힘의 논리

 

골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실의 풍경은 삭막하고 우울함 그 자체다. <파리대왕>에서 무인도에 불시착한 어린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제국주의 세계관에 따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소라를 집어던졌고, 기술문명을 상징하는 안경을 빼앗았다. 그들은 고기를 먹고 싶었고, 멧돼지를 잡을 능력을 보여주는 리더를 추종했다. 무인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승자는 랠프가 아니라 잭이었다.

 

피라미드. 제목만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이 소설 역시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파리대왕과의 차이점을 굳이 설명하자면. 파리대왕이 원시적인 환경으로 돌아갔을 때 일어난 일을 그려냈다면, 피라미드는 지금 살고 있는 현실 그대로. 즉, 자고 일어나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 깃들어 있는 힘의 논리를 풀어놓는다. 이 현실은 소설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013년을 살아가는 현재 우리의 삶도 지배한다. 

 

2. 계급주의 사회

 

<피라미드>의 핵심은 고착화된 계급주의다. 자본에 대한 양 극단, 직업에 대한 양 극단, 가문에 대한 양 극단.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정말로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서 상담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집 소유여부와 평수를 묻어보고 끼리끼리 논다고 그런다고 하던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이 계급의 분류 속에서 주인공으로 받을어지는 사람들은 항상 명망높은 귀족(지금은 재벌집 도련님)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소설 속 올리버의 부모처럼 주인공 옆에서 바이올린은 연주하는 사람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배역(대령, 중령, 소령)을 허락받기 위해서 꼬리를 흔들고, 그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행위를 통해 계급을 나눈다. 

 

사실 소설의 주인공 올리버는 그가 사는 곳의 암묵적인 규범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의 행동을 보면서 불평하는 올리버 또한 남들처럼 행동했다. 상류층 여인인 이모젠의 약혼이 그에게 던져준 우울함은 자격지심을 만들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자신보다 계급은 낮지만, 외모가 뛰어난 이비를 단지 육체적인 탐욕의 대상으로. 자신의 자격지심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약사의 아들인 올리버는 의사의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이비를 탐했다는 것에 기뻐한다.

 

한편, 자신보다 사회적인 계급이 낮은 사람을 선택한 바운스의 삶이 행복했던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바운스는 가진 것 없는 웨일스 청년 윌리엄스를 택했지만, 윌리엄스는 그녀의 재산으로 성공한 이후 그녀를 버리고 만다. 그녀가 어떻게 쓰러지는지 이웃사람들은 재미난 드라마를 관람하듯이 바운스의 추락을 즐긴다. 

 

3. 혼란

 

<피라미드>는 독자를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계급주의에 물들지 않고, 어쩌면 본질에 가까운 사랑을 바랐던 이비와 바운스는 타락의 길로 추락했고, 계급주의를 인정했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던 올리버나 윌리엄스는 훗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올리버가 성장한 후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쓴 소설이고 말이다. 

 

과연 성공의 조건이 계급에서 시작하여 계급으로 결정나는걸까? 낮은 사람은 짓밟고, 높은 사람은 딛고 올라서기 위해 이용하는?? 

 

골딩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동시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이 세상은 이상과 낭만보다는 현실의 실리를 쫓은 사람이 성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라미드>같은 모습일 것이다. 이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파리대왕>도 그랬던 것 같다. 

 

이것이 정의인가? 

 

26. 내 시야 바로 아래에서 로버트가 나에게 '어떤 표정'을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표정'은 무엇인가 하면, 제국을 지켜 준 '표정', 혹은 적어도 제국을 진압한 '표정'과 같은 것이었다. '그 표정'과 어쩌면 채찍 손잡이로 무장했을 백인들은 곤봉과 창 속에서 쉽사리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 '표정'은 자신의 우월함을 올리버에게 드러내는 상징 


149. 보이지 않게 그려진 선 안의 사람들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누구도 그 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5. 올리버 :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모든 게 다 잘못되었어요. 모든 게요. 진실도 없고 정직함도 없어요. 오, 맙소사! 삶이란... 내 말은 그러니까 저기 저기에... 하늘만 봐도 그래요. 스틸본은 하늘을 지붕으로 받아들이죠. 마치... 그리고 우리가 몸을 숨기는 것, 우리가 말하지 않고, 감히 언급도 하지 않는 것들이나 우리가 만나지 않는 사람이나... 그리고 사람들이 음악이라고 부르는 그것들. 다 거짓이에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요? 다 거짓말, 다 거짓말이라고요! 역겨워요!"


237. 나는 이완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 내게 늘 선물을 주었던 걸 유감스럽게도 기억한다. 그들 역시 크리스털 피라미드의 시간에 맞춰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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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9
미셸 오스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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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전쟁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

 

전쟁과 아버지라는 두 가지 키워드는 지난달 고블린에서 읽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겹친다. 하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다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박경리 선생이 말씀하신 삶(열림)과 죽음(닫힘)이라는 기준으로 정확하게 분류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열려있다. 이 소설에서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는 전쟁의 상처로 인해 자식을 두고 떠나갔다. 주인공의 가족에게는 아버지로서 책임지지 못한 후회가. 아들로서 아버지를 부르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아있다. 그리곤 그들은 깨닫는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은 믿을 수 없게 가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 깨달음에서 중요한 것은 후회를 더는 후회로 남기지 않으려는 그들의 의지였다. 

  

반면. 미셸 오스트의 <밤의 노예>는 닫혀있다. 이 작품의 아버지 역시 자식을 떠나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후회라는 감정은 보이질 않는다. 프랑스의 독립을 위해 레지스탕스로 전쟁에 참여했던 아르쉐의 훌륭한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가족에게 자신의 재산을 모두 넘겨주고, 그것을 관리할 대리인까지 보내주었으니 이제 더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159. "당신들은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거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결과가 결국 어떤 불행으로 나타났는지를 보게 되었지만!" 

 

어머니는 전쟁 동안 자유를 쫓아 스페인으로 가는 도중에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아픔을 가진 어머니의 보호막 아래에서 자란 아르쉐는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강요당한다. 그런 상황(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과보호. 그리고 관리인과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저항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밤의 노예>는 아르쉐를 둘러싸고 있는 불합리한 세계를 사물처럼 딱딱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세계와 말랑말랑한 내면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격렬하게 보여준다. 남들에게 비쳐지는 겉모습만 보면 아르쉐는 무기력한 인간의 전형 그대로였지만, 그의 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 밤의 노예

 

이 소설의 제목은 밤의 노예다. 제목의 의미에 관해서 생각해봤다. 밤 그리고 노예. 밤은 아마도 전쟁 후. 피폐해진 파리의 모습을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와 더불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기억까지 포함하는 의미인 듯 느껴졌다.

 

그리고 노예라는 단어. 이것은 세상을 경멸하지만, 세상이 주는 쾌락의 유혹을 끊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자조1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생각해봤다. 띠지의 의미심장한 내용처럼 아르쉐의 아버지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레지스탕스를 주도한 영웅으로 기억되었었고, 실제로도 그런 기상을 간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타락한 늙은이가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노예같은 삶이었다. 

 

3. 전쟁 비판서

 

근접해서 보면 이 소설은 사회의 기준과 자신을 이끄는 기준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주인공이 타락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줄다리기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어버리는 씁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시야를 확장해보면 이 모든 씁쓸함의 원인을 전쟁이 제공했다는 것에 이르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아니 주인공 아르쉐는 그의 아버지 샤를르 에바리스트의 전쟁 때의 기억을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점은 사진 몇장으로서는 에바트리스가 겪었던 전쟁 동안의 기억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 트라우마. 이것을 어떻게 말로.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라고 하니 떠오르는 몇 가지 잔상은 <제노사이드>의 학도병을 사살해야만 하는 군인들. 그리고 <황색인>에서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던 군인들 정도다. 아마 샤를르 에바리스트는 독일군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저질렀던 행위에 동참했거나 아니면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타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동정을 건네본다. 

 

106 : 지네트 : "필립, 너도 알겠지만 전쟁이랑 온 도시와 나라만을 잿더미로 만드는 건 아니란다. 사람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까지도 파괴했지. 난 그걸 알아, 난... 

전쟁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냈지. 샘에는 독이 흘러들었지. 톱니바퀴들은 깨졌고. 물론 아직도 기계는 움직이고 있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씩 잡음이 일어."


107 : 지네트 : "결국 우린 모두 올가미에 걸린 거야. 전쟁의 올가미에, 거짓의 올가미에. 우리 인생은 일종의 뜯어 맞추기가 된 거야. 그래, 기묘한 뜯어 맞추기가 된 거라고" 


101. 지네트 : "남자들은 천박해. 남자들은 새털처럼 가벼워. 그저 지식이나 돈, 정치 그리고 음... 그런 것만을 생각하지. (중략) 그들은 전혀 무게가 나가질 않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바람과도 같아. (중략) 남 난자들이란 조그만 어려움에도 위축되는 약한 존재라고 믿고 있단다."


103. 지네트 : "넌 고약한 성격은 아냐. 약한 사람들이 그렇듯 성미가 급할 뿐이지. 내가 널 경멸한다고는 생각 마라, (중략) 난 널 꿰뚫어볼 수 있어. 자기 약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불행한 거란다. 네가 날 모욕하고 위협할 때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 너도 마찬가지라는 걸 난 알아. 넌 어린애처럼, 갓난애처럼 약해." 


200.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 또한 거대한 주사위의 한 칸 한 칸을 영원히 옮겨 다니는 존재다. (중략)이상하고 터무니없는 게임에서는 사람들이 더 잘 당신을 속여먹으려고 당신 손에 올려놓은 주사위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271. 인간이 바닷가에 흩어져 있었다. 매일 두 번씩, 성실한 바다는 그 쓰레기들을 핥고, 침식하고, 마멸시키고, 삼키고, 제거하지만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제품은 이겨낼 수가 없다. 바다는 그것들을 모래언덕 발치로 밀어내는데, 여기서 그 쓰레기들은 썩지 않는 얼룩덜룩한 환형을 그려내게 된다. 


348. 나는 자극을 받아야만 행동한다. 나의 행동은 솜 같은 것이다. 그 행동에는 일관성이 없고, 뚜렷한 결과도 없다. 깨어 있을 때의 내 생활과 밤에 꾸는 꿈은 거의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런 생활이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계속된다. 


371. 희망을 가지지 않는 인간은 이미 존재가 아니며 또한 용납될 수 없는 존재다. 희망은 존재의 심층 깊숙한 곳에 박혀 있다. 희망이라는 내밀한 존재는 한순간 환상을 품게 만들고 그러고 난 후에는 분리되어 잘게 부수어져 결국 파괴되고 만다. 거기에는 목적이 없다. 어떤 희망을 결명하게 되면 자신을 경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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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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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이 책의 표지가 <하악하악>하고 닮았다는 반가움에 책을 집어들었다간 반드시 피를 볼 것이다. 요즘에 새로 개정된 판본의 표지는 이렇게 생기진 않았으니 조금은 다행스럽다. 이 책은 낚시교본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된 기간 동안 대형 서점의 낚시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2. 소설이 시작되기 앞서서 작품에 대한 소개가 등장하는 경우는 정말 이례적인 경우인데, 이 책은 그 뿐 아니라 작품이 끝난 후에도 작가의 문학관과 <미국의 송어낚시>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함께 실어놓았다. 문제는 이 앞과 뒤에 실린 해설을 읽지 않고는 도저히 이 소설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이 작품을 해석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3. 충격적인 사실은 가독하기 어렵고, 이 문장으로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는 아이러니다. 그 이유는 1960년 대 이 작품이 쓰일 당시보다 훨씬 더 이 세계는 생태라는 관점보다는 환경에 어울리는 형태로 변모해왔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세계(그 시작은 산업혁명이겠지만 자연파괴는 그 이래로 쭉 이어지고 있다.)는 과학과 기술 중심 사회로 재편되었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 관습적이며 도구적인 언어관으로 굳어진 현대인들이 이 책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이 비정상에 가깝게 느껴질테니 말이다. 

 

21. 내 소설 속에서 송어는 사람으로, 장소로, 때로는 펜으로 변하는 등 일정한 모양이 없는 프로테우스 같은 존재다.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무일 수도 있다. 사실 그것은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 이를테면 유년기의 꿈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고 탐색해야 한다. 

 

4. 이 책은 생태문학을 표방한다. 그 안에는 송어와 송어낚시라는 상징이 있다. 짧막한 기행문처럼. 로드무비처럼 공간이 빠르게 지나다니는 그곳에 선과 악이 대립한다. 예상하는 것처럼 선은 자연의 순수함이 담긴 모든 것이고, 악은 그것을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돈으로 나누는 인간 탐욕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선과 악이 대립한다. 결과는 매우 현실적이다. 요즘 흘러가는 강과 돈과 권력을 맞바꾸는 세태를 보고 있으면 브라우티건이 느낀 좌절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좌절로 범벅이 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브라우티건은 <미국의 송어낚시>에서 좌절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한다. 황금펜촉을... 그리고 다시 이야기한다.

 

작가 인터뷰 275p.

 

"본질에 다다르느냐 못 다다르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본질을 탐색해나가는 '과정' 자체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상'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을 추구하는 '꿈'만큼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다." 

 

6. 장석주 선생은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고, 돈을 꿔달라고 할 때 서슴없이 꿔줄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예상컨대. 자신이 선택한 텍스트에 대한 의리와 책임감이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런 의리와 책임감이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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