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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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이 책의 표지가 <하악하악>하고 닮았다는 반가움에 책을 집어들었다간 반드시 피를 볼 것이다. 요즘에 새로 개정된 판본의 표지는 이렇게 생기진 않았으니 조금은 다행스럽다. 이 책은 낚시교본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된 기간 동안 대형 서점의 낚시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2. 소설이 시작되기 앞서서 작품에 대한 소개가 등장하는 경우는 정말 이례적인 경우인데, 이 책은 그 뿐 아니라 작품이 끝난 후에도 작가의 문학관과 <미국의 송어낚시>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함께 실어놓았다. 문제는 이 앞과 뒤에 실린 해설을 읽지 않고는 도저히 이 소설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이 작품을 해석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3. 충격적인 사실은 가독하기 어렵고, 이 문장으로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는 아이러니다. 그 이유는 1960년 대 이 작품이 쓰일 당시보다 훨씬 더 이 세계는 생태라는 관점보다는 환경에 어울리는 형태로 변모해왔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세계(그 시작은 산업혁명이겠지만 자연파괴는 그 이래로 쭉 이어지고 있다.)는 과학과 기술 중심 사회로 재편되었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 관습적이며 도구적인 언어관으로 굳어진 현대인들이 이 책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이 비정상에 가깝게 느껴질테니 말이다. 

 

21. 내 소설 속에서 송어는 사람으로, 장소로, 때로는 펜으로 변하는 등 일정한 모양이 없는 프로테우스 같은 존재다.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무일 수도 있다. 사실 그것은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 이를테면 유년기의 꿈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고 탐색해야 한다. 

 

4. 이 책은 생태문학을 표방한다. 그 안에는 송어와 송어낚시라는 상징이 있다. 짧막한 기행문처럼. 로드무비처럼 공간이 빠르게 지나다니는 그곳에 선과 악이 대립한다. 예상하는 것처럼 선은 자연의 순수함이 담긴 모든 것이고, 악은 그것을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돈으로 나누는 인간 탐욕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선과 악이 대립한다. 결과는 매우 현실적이다. 요즘 흘러가는 강과 돈과 권력을 맞바꾸는 세태를 보고 있으면 브라우티건이 느낀 좌절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좌절로 범벅이 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브라우티건은 <미국의 송어낚시>에서 좌절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한다. 황금펜촉을... 그리고 다시 이야기한다.

 

작가 인터뷰 275p.

 

"본질에 다다르느냐 못 다다르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본질을 탐색해나가는 '과정' 자체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상'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을 추구하는 '꿈'만큼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다." 

 

6. 장석주 선생은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고, 돈을 꿔달라고 할 때 서슴없이 꿔줄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예상컨대. 자신이 선택한 텍스트에 대한 의리와 책임감이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런 의리와 책임감이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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