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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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제법 부피감이 있는 책이다. 부피뿐만 아니라 무게도 묵직하다. 솔직히 말해서 부피감과 무게감 때문에 제법 긴 시간 동안 책을 방치해두었다. 실제로 마음먹고 읽는 데는 단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더러 왜 이 책을 한 시간에 다 읽고선, 사색하지 않았느냐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의 출간목적이 스마트 폰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떼어놓는 데 있다고 하니... 책이라는 물성과 그 속에 담긴 내용을 곁에 두고 읽고 사색하기 위해서는 핸드북 타입의 책자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2.  

 

이 책에 담긴 내용뿐만 아니라 책에 실리지 않은 많은 글은 사색의 향기에서 발간하는 향기메일을 통해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게다가 내용 검색도 손쉽게 할 수 있어서. 원하는 글이나 주제를 쉽게 찾아서 읽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의식에 딱딱하게 얼어있는 살얼음을 깨뜨리길 원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가입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의 출간의의는 지금까지 무사히 달려온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혹은 책에 담아낸 고급스러움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향기메일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딱히 지금의 형태에 대해서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자신들의 업적을 알리는 것보다 독자에게 조금 더 다가서기 위해서라면 다음번엔 한번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해보면 대부분의 내용들이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견디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길 응원하는 바람이 가득 들어 있다. 또한, 무언가라도 우선 시작하기를 권한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었다는 마부작침의 고사성어도 인용되기도 하고, 칼 융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갈고 닦으라는 메시지.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이야기했었던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이야기를 통해 바람직한 인간의 완성을 이야기한다.  

 

4.  

 

인간의 완성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주위 사람과의 소통과 사랑도 필요하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은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방법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5.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몇몇 모범답안도 등장한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대한민국 삼대 파락호 중에 한 사람으로 알려진 경북 안동의 양반 김용환의 이야기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시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탕진한다. 알려진 것만 180억이라고 하는데, 남들에게는.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비밀에 부친다. 겉으로는 술집과 기생집에 드나들면서 돈을 탕진한 것처럼 보이도록 철저히 위장한다. 그렇게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대대로 이어져 온 가산을 탕진한 파락호라는 치욕을 감수한다.

 

하지만 그의 파락호 생활은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군에게 자금을 전달하기 위한 눈속임이었다고 한다. 그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서 바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에 담긴 엄청난 집념과 인내력.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올바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결단력을 읽을 수 있다.  

 

6.  

 

고정관념을 깨준 꼭지글 하나. 

 

"손님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가 묻자 직원이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해답을 제시했다.
"손님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청소를 하면 됩니다.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건 버려도 되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니까요."

- 가마타 히로시,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 중에서 -


청소는 더러워졌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네요.

더럽힐 수 없을 정도로 깨끗이 하면
버리는 걸 주저하게 된다는 글을 읽으며
사후수습에 길들여진 습관을 돌아봅니다.
일이 벌어진 후에야 대책을 세우는 일이 허다합니다.
먼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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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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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동시대에 등장했던 소설인 <달과 6펜스>나 <젊은 예술가의 초상> 같은 작품에는 자아의 극대화를 추구하던 인물상이 등장한다. 스트릭랜드나 스티븐 디덜러스같은 이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 규범이나 종교로부터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예술가로서 자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절대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자유를 선망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를 대중의 잣대로 진단한다면 그것은 대부분 기행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 요즘 시대에도 이러한 시선은 별반 다르지 않다. <거위의 꿈>의 노래에도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그들의 행위가 헛짓인지 아니면 정말 창조적인 무엇인지. 그들의 꿈과 재능이 칭찬받아 마땅한 것인지는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보코프의 소설 <절망>은 그것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2.

나보코프의 절망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의미는 답답함에서 찾아오는 절망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을 꼭 빼닮은 펠릭스를 발견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은 그가 발견한 자신과 펠릭스의 닮음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있다.

남들의 눈에는 그 두 사람이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에 게르만의 존재 자체. 그의 예술작품 (치밀하게 설계한, 필연적으로 다가온 살인계획) 자체가 부정당한다. 그것이 답답한 것이다. 그래서 <절망>은 집필된다. 자신의 펠릭스를 독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3.

증명을 위해서 쓴 이 소설의 가장 첫 문장은 "나는 뛰어난 역량을 갖춘 작가이다." 다. 자신의 유능함을 처음부터 뽐내는 것에서 모자라 실제로 소설 자체로서 그것을 보여준다. 일인칭 화자 게르만은 소설 안에서 독자들에게 말은 건넨다. 그와 동시에 그 시대의 소설가들의 문장을 흉내 내기도 하고, 소설의 도입부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이 쓸 수 있는 다양한 문체 가운데 몇 가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다른 작가들의 아포리즘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것이 많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비틀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작가로서도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과시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일인칭 화자인 게르만의 과시와 동시에 대부분 잘못되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게르만의 과시는 마치 빈 수레가 요란한 듯이 그려진다.

4.

잘못되었음. 이 사실이 꽤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는 소설 내내 완벽을 추구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지팡이를 남김으로써 자신과 펠릭스의 닮음에 상관없이 완벽한 범죄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다. 그는 지팡이로 방향을 가리키는 펠릭스의 행동을 묘사했지만, 자신이 쓴 그 문장을 망각해버렸다.

5. 남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게르만이 발견한 닮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환상일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주인공의 외면에서부터 내면으로 범위를 확장했더니 무언가 잡혀옴을 느낄 수 있었다. 거지꼴을 한 펠릭스의 외면은 게르만의 황량한 내면 (부유함을 유지시켜준 초콜릿 공장은 망하게 생겼고, 주위 인물은 자신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더욱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은 어쩌면 예술가의 삶이 아닐까 싶은 소명의식이 싹트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6.

게르만이 세운 완전범죄의 실패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전해준다.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를 타인에게 대신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 말은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해서 살 수 없다는 것과 동일하다.

신의 존재를 부정한 게르만. 그리고 그의 실패를 통해 인간의 실존은 불완전하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다시 내용 1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스트릭랜드나, 디덜러스 같은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또 한 번 절망이 가까이 다가온다.

7.

여기까지(소설에 적힌 절망)는 게르만의 거짓과 세상의 진실을 다룬 이야기다. 하지만, 조금 무리를 해서 게르만의 이야기(펠릭스와의 닮음)이 참이고, 게르만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아르달리온의 편지(세상)에 담긴 시선이 거짓이라면 모든 것이 반전된다. 그것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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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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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노르웨이의 숲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면서. 이 책의 원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18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낯선 함부르크 공항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면서 불현듯 추억에 잠긴다. 그렇다. 노르웨이 숲은 그에게는 아주 특별한 음악이요. 음악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2. 하이칼라

 

하이칼라는 일본 근대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 그 의미는 개략적으로 '서양의 옷이나 음식을 포함한 서양의 것을 차용하고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실의 시대>는 이것들을 낮잡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대주의적 측면에서 바라본다. 이것을 작가가 관찰한 시대상의 규정이라고 본다면 솔직하게 마뜩치 않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를 규정짓고 있는 상징들은 대부분 서양의 것이다. 그들이 즐겨 듣거나 연주하는 팝, 재즈, 클래식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곁에 두었던 책들을 다른 이가 읽는 책들과 완벽하게 차별화시킴으로써 와타나베라는 인물을 특수성을 가진 브랜드로 만들어냈다. 

 

<상실의 시대>를 덮고 와타나베와 그가 읽었던 책의 제목을 기억해본다. 가장 먼저 <위대한 개츠비>가 연상되고, 차례대로 <호밀밭의 파수꾼>, <마의 산>, <로드짐>, <수레바퀴 아래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등의 작품들이 지나간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이 그저 읽고 있는 책의 기능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 곳곳에 그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풍겨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의 불빛을 바라보는 와타나베를 개츠비와 동일화시킴으로써 그를 사랑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자로 만들었으며, 그의 아웃사이더 기질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의 그것처럼 느껴졌으며, 나오코와 레이코가 거주했던 정신병동과 그곳의 생활은 <마의 산>의 공간과 일치했으며. <로드짐>은 읽어보지 않아서 건너뛰고, <수레바퀴 아래에서> 역시 그들이 처한 상황이. 죽음이 주는 무게가 수레바퀴에 깔린 것처럼 느껴지게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우리피데스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는 역설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결국에 하느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거니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상징이었다.

 

3. 죽음 그리고 스무 살의 사랑

 

스무 살의 와타나베에게 이 세상은 자기중심적이었다. 자신이 즐겨 듣고, 읽는 것을 통해서 세상을 규정했다. 하지만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와타나베는 이 세상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거리두기로 회상은 시작된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 문장은 <상실의 시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이분법 위에 놓여있는 직접적인 인물. 그러니까 소설 속의 기즈키가 아니라 그와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했던 주변 사람(와나타베, 나오코)에게 적용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오코의 죽음 이후에 그것은 와타나베와 레이코로 전이된다. 한편, 미도리의 아버지의 죽음은 와타나베와 미도리로 연결된다. 

 

와나타베와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이들은 소중했던 사람의 죽음을 바라본다. 그리고 장례라는 행위로서 그를 땅에 묻는다. 그럼으로써 산 자와 죽은 자가 이별한다. 그렇게 떠나보낸다. 하지만 마음속에 그에 관한 추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소설 속 등장인물이 느끼는 존재의 정체다. 그리고 그것의 무게는 죽은 자와 어떤 경험과 감정을 공유했는가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4. 반딧불이에서 상실의 시대로

 

내가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아 발췌를 시작했던 부분이 정확히 2부의 끝 부분을 가리켰다.

 

그의 문장은 인물의 행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바라보는 사유로서 완성되었다. 내겐 '마치'로 시작하는 그의 엉뚱하거나 깊이 있거나 특유의 하루키식 직유보다는 그의 사유가 담긴 문장이 훨씬 묵직하게 전달되었다.

 

해설을 보니 2장과 3장의 내용은 그의 단편 <반딧불이>의 내용과 같고. 이 소설은 그 단편에서 이야기를 이어붙여서 완성된 것이라고 하던데. 그 경계면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론을 말하자면. 반딧불이라는 소설은 죽음과 가깝고, 상실의 시대는 삶과 가까운 소설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반딧불이>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와타나베의 유일한 친구였던 기즈키. 그리고 기즈키와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키싱구라미처럼 거의 한 몸 같았던 나오코와 셋이서 어울려 지내다가 기즈키가 갑작스런 자살을 선택한다.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오코와 와타나베는 자신을 파괴하듯이 관계를 맺는다. 그 이후 또 한번 갑작스럽게 나오코가 와타나베의 곁을 떠나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그렇게 와타나베는 홀로 남겨진다. 이런 구성을 보면서 삶보다는 죽음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실의 시대>에서는 와타나베와 나오코에게 미도리와 레이코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한다. 와타나베에겐 미도리가. 나오코에게는 레이코가 곁에 있었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죽음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동시에 삶에 대한 통로가 조금씩 열리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나가사와 선배는 경계의 의미로 설정된 듯싶다. 

 

소설에서 나오코는 자신이 짊어진 죽음의 무게를 끝내 이겨내진 못했지만, 와타나베에게는 미도리. 그리고 레이코는 와타나베에게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삶에 대하여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으로서 존재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코의 무게에 짓눌린 와타나베는 자신이 있는 곳을 잃어버렸지만, 전화선으로 이어진 미도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인식한다. 이렇게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봤을 때, <상실의 시대>는 죽음의 무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위해서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보자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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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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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76.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 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비법, 또는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기요는 이럴 때 절대 웃는 법이 없다. 무척 감동하며 들어준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1. 소설 <도련님> 속의 화자이자. 자아인 나쓰메 소세키의 문제의식이 담긴 문장을 고스란히 옮겨본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함이나 진솔함을 비웃는 권모술수다. 정확히 말해서 누군가를 짓밟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치졸한 형태의 권모술수다.  

 

여기서 <도련님>의 캐릭터는 아주 선명하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산미치광이 수학선생, 도련님. 그리고 기요. 좀 더 인심을 써서 끝물호박 선생까지. 이들은 정의감이 있으며 착한 사람이다. 그리고 너구리 교장, 빨간 셔츠 교감, 알랑쇠 미술선생. 이들은 돈과 권력을 탐하며 그것을 위해서 권모술수를 공수표처럼 남발하는 나쁜 사람이다.  

 

2. <도련님>은 이 둘의 대립과 해소를 통하여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달한다. 산미치광이 선생과 도련님은 봉건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마을에서 세도가 노릇을 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떠밀려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지만. 도련님과 산미치광이 선생은 그들의 정의감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는 실행력을 바탕으로 통쾌한 복수극을 완성한다. 

 

소설은 그렇게 복수로서 끝이 났지만, 그것이 은밀하고 개인적인 형태의 복수였던지라 그 뒷이야기가 매우 궁금하다. 빨간 셔츠와 알랑쇠가 그곳에서 권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도련님이 학생들에게 당했던 방법처럼 그의 음험한 비밀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까발려졌을지 말이다.  


이것의 답은 소설 속에 있는 것 같다. 정답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소세키는 마을의 사람들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시종일관 내비쳤었지만. 기념식이 있던 날, 도련님은 마을 사람들의 춤사위를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 장면에서 나는 화자의 심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 장면으로 유추해봤을 때, 소세키는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예사롭지 않은 춤에서 그들이 쏟은 열정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서 일종의 사명감을 알아본 것 같다. 그러므로 소세키는 '이곳의 사람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기에 이들에 대해서 조금은 믿음을 가져봐도 될 것 같다.' 라는 복선을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춤사위는 도련님의 예상대로 시시했을테니 말이다.


3. 우리는 이 소설을 도련님과 빨간 셔츠의 대립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인가에 대해서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그러한 도련님을 키워낸 기요의 양육법이라고 생각한다. 


15. 부모에게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도련님은 흥미롭게도 처음부터 자신이 사고뭉치였다고 고백한다. 만약, 이런 도련님을 꾸짖기만 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화를 내는 응석받이가 되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짓누르는 소극적인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기요의 관심 덕분에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간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순전히 기요의 무한한 애정 때문이다. 기요의 애정은 믿음과 칭찬을 동반한 자애로움이다. 

 

19. 기요는 가끔 부엌에서 아무도 없을 때 "도련님은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녔어요." 하며 나를 칭찬해주곤 했다.

 

22. "도련님은 욕심이 없고 고운 심성을 가졌어요." 하며 칭찬해주었다. 기요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칭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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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 사람들 앞에 홀로 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강헌구 지음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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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즈덤하우스 소셜평가단의 첫 번째 미션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미션에 해당 책 사진 3개를 첨부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써온 대로 글과 인용구로 이 페이지를 채워나가려고 한다. 지금처럼 오로지 글에 집중하겠다는 고집이 하나의 이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책과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2. 

 

이 책이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강연을 위한 기술들을 보면서 작가는 그것을 청중의 수준에 맞게. 소통을 위한 임기응변 장치로 충분히 활용할 능력이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차적인 도구로 남용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 불안감을 안고 팔짱을 끼고 떨어져서 보다가. 작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강연을 준비했었는지.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었는지. 지금의 분야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삶을 바쳐왔는지 그리고 마침내 인정받게 되었는지를 고백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3. 

 

이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20. "프로는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 핵심부터 찌른다. 처음 한 토막이 가장 중요하다. 소설가 패니 허스트는 소설의 첫 한 줄을 104번이나 고친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명강사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멋진 첫 한마디를 찾아낼 수 있다면 다섯 시간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문구처럼 나는 <박수받는 힘>의 핵심 메시지를 말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사람들 간의 일반적인 스피치를 넘어서 대중 앞에 서는 프로 강사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프로 강사' 라는 단어에서 나는 '강사' 보다는 '프로' 라는 단어에 마음이 끌렸다. 내에게는 이 책의 본질은 '프로'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프로의 마음가짐을 배운다는 자세로 책을 읽었다. 

 

205. 아마추어는 프로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프로는 자신의 계획과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아마추어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프로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일한다. 프로 강사가 되는 데 학력이나 프로필, 또는 스펙 같은 건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단지 강한 근성, 뭔가를 한번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장을 보고 마는 성미가 더 결정적인 요소다. 

 

4. 일인자를 넘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눈으로 보는 음악이 아닌 귀로 듣는 음악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원곡가수와 그리고 원곡 가수를 좋아해서 노래를 똑같이 따라부르는 사람들이 경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모창 가수들의 실력이 가수 못지않게 훌륭하다는 것이다. 원곡 가수를 좋아해서 노래를 똑같이 부르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그 덕분에 가수를 위협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212. 검도에 '수파리'라는 용어가 있다, 

'수 (守)'란 '가르침을 지킨다'라는 의미로,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정해진 원칙과 기본을 충실하게 몸에 익히는 단계를 말한다.

'파(破);는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틀을 깨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에 의존하여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가는 단계이다.

'리(離)'는 스승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승을 떠나 자기 나름으로 일가를 이루어나간다는 뜻이다.


214. 우선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일인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자. 그가 쓴 대표적인 책 한 권을 골라 위편삼절 식으로 완전히 마스터하자. 그의 다른 책들까지도 모두 독파하자. 그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검색하고,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책까지도 모조리 독파하자. 그의 생애를 조사하고 어떻게 훈련받았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그를 찾아가자. 그의 제자가 되자. 그의 기술, 설명 방법, 학습법, 자기관리, 인간 경영, 생활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를 능가하는 것, 이것이 지식의 블랙홀이 되는 필수의 과정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노래를 따라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좋아했기 때문에 따라 불렀고, 그러다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았고, 그런 과정을 거친 모창 가수는 가수의 꿈을 향해 걸어가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명한 가수들 역시. 유명해지기 전에는 모창 가수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우상으로 생각했던 선배의 노래를 좋아해서 흉내 내곤 했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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