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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난이도 : ★
76.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 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비법, 또는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기요는 이럴 때 절대 웃는 법이 없다. 무척 감동하며 들어준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1. 소설 <도련님> 속의 화자이자. 자아인 나쓰메 소세키의 문제의식이 담긴 문장을 고스란히 옮겨본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함이나 진솔함을 비웃는 권모술수다. 정확히 말해서 누군가를 짓밟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치졸한 형태의 권모술수다.
여기서 <도련님>의 캐릭터는 아주 선명하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산미치광이 수학선생, 도련님. 그리고 기요. 좀 더 인심을 써서 끝물호박 선생까지. 이들은 정의감이 있으며 착한 사람이다. 그리고 너구리 교장, 빨간 셔츠 교감, 알랑쇠 미술선생. 이들은 돈과 권력을 탐하며 그것을 위해서 권모술수를 공수표처럼 남발하는 나쁜 사람이다.
2. <도련님>은 이 둘의 대립과 해소를 통하여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달한다. 산미치광이 선생과 도련님은 봉건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마을에서 세도가 노릇을 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떠밀려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지만. 도련님과 산미치광이 선생은 그들의 정의감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는 실행력을 바탕으로 통쾌한 복수극을 완성한다.
소설은 그렇게 복수로서 끝이 났지만, 그것이 은밀하고 개인적인 형태의 복수였던지라 그 뒷이야기가 매우 궁금하다. 빨간 셔츠와 알랑쇠가 그곳에서 권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도련님이 학생들에게 당했던 방법처럼 그의 음험한 비밀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까발려졌을지 말이다.
이것의 답은 소설 속에 있는 것 같다. 정답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소세키는 마을의 사람들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시종일관 내비쳤었지만. 기념식이 있던 날, 도련님은 마을 사람들의 춤사위를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 장면에서 나는 화자의 심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 장면으로 유추해봤을 때, 소세키는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예사롭지 않은 춤에서 그들이 쏟은 열정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서 일종의 사명감을 알아본 것 같다. 그러므로 소세키는 '이곳의 사람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기에 이들에 대해서 조금은 믿음을 가져봐도 될 것 같다.' 라는 복선을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춤사위는 도련님의 예상대로 시시했을테니 말이다.
3. 우리는 이 소설을 도련님과 빨간 셔츠의 대립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인가에 대해서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그러한 도련님을 키워낸 기요의 양육법이라고 생각한다.
15. 부모에게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도련님은 흥미롭게도 처음부터 자신이 사고뭉치였다고 고백한다. 만약, 이런 도련님을 꾸짖기만 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화를 내는 응석받이가 되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짓누르는 소극적인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기요의 관심 덕분에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간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순전히 기요의 무한한 애정 때문이다. 기요의 애정은 믿음과 칭찬을 동반한 자애로움이다.
19. 기요는 가끔 부엌에서 아무도 없을 때 "도련님은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녔어요." 하며 나를 칭찬해주곤 했다.
22. "도련님은 욕심이 없고 고운 심성을 가졌어요." 하며 칭찬해주었다. 기요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칭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