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

 

1. 동양철학

 

자기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널리 권장해야 한다. 슬기롭게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동양의 수많은 철학서적은 우리에게 '군자'와 같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한 후, 그것에 도달하는 삶을 권했다. 사람이 날 때부터 선하다고 생각했던 성인은 우리들로 하여금 반성하게 하여 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방식을 권했고, 사람이 날 때부터 악하다고 주장했던 성인은 본능에 사로잡힌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 훌륭한 덕성을 가진 인간이 되는 방식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주자의 시대에 이르러 넓은 존재가 구성된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불어와서. 불가와 도가의 사상을 접목한 성리학이 집대성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를 멈추지 않고 고민해왔다. 책에서 소개하는 홍자성의 <채근담>과 여곤의 <신음어>같은 책이 그런 결과물들이다.

 

2. 자기계발서에 관한 생각 

 

지혜로운 삶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담은 책.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해라' 어투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책들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다. 그러한 가르침이 범람하는 덕분에 우리는 손쉽게 자기계발서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적을 경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 비난을 불러오게 만든 요즘 자기계발 작가들의 표절 행위.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강연 장사를 하는 행위. 과거에 썼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잊을만하면 신간 서적을 다시 출간하는 행위 등은 반드시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게다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들의 몫으로 떠넘긴 채, 뜬구름 잡는 소리만 일삼고, 또한 그런 뜬구름 같은 내용조차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는 반복해서 읽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지침이 되는 자계서는 5권 정도만 만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3. 멘붕

 

'멘붕'. 멘탈붕괴라고 하는 말의 줄임말이다. 멘붕은 빠진다는 동사와 함께 쓰여 '멘붕에 빠진다'고 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매일 수도 없이 멘붕에 빠졌다가 붕괴된 멘탈 밖으로 허둥지둥 빠져나오는 우리에게 마음을, 정신을,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멘탈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멘탈의 기초를 튼튼히 쌓으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건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그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보건대 저자는 인간이 지닌 자기 치유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통찰은 앞서 읽은 <인생내공>에서 이시형 박사가 언급한 세로토닌이 발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4. 말에 관하여.

 

동양철학. 낭중지추,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뛰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생각이 통용된다. 그래서 유교사상에서는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고, 금으로 여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그런데 이 좋은 말이 요즘에는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한 원인은 경쟁사회가 불러온 비극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가만히 있으면 밟고 올라가려는 미성숙한 인격들이 많기 때문에, 침묵을 통해서. 인내를 통해서는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한 부조리가 쉬이 지나가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을 옭아맨 인간이 설정한 부조리를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고, 좀 더 능동적으로 겟썸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일테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비극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앵무새에게 미성숙한 언어을 가르쳤다. 가르쳤다기 보다는 앵무새가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학습했다. 그런데 그 앵무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시대를 축약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었다. 무거움이 아닌 가벼움. 신중함이 아닌 경솔함이 지배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앵무새를 애지중지여긴 우리비노 박사는 앵무새의 입을 통해 졸지에 더 파렴치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77. 앵무새는 망고나무의 가장 낮은 가지에 앉아 있었다. "이런 파렴치한 놈!" 우르비노 박사가 앵무새에게 소리질렀다. 그러자 앵무새는 똑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더 파렴치한 사람일 겁니다. 박사님." 

 

그리고 그 말은 복선이 되어 어이없게 생을 마감했다. 

 

5. 중용. 현대사회의 중용.

 

과거에 살았던 성인들이 저술한 철학 사상의 모든 잠언에 감탄하여.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모든 것을 똑같이 재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싶다. 

 

대신, 저자가 <중용>을 이야기하면서 주장하는 것을 십분 받아들여. 우리들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맞게. 처한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필요성은 개개인에게 각각 자율적으로 맡겨져있다는 것일테다.  

 

6. 말의 중용

 

말이라는 것이 특히 그렇다. 요즘 세상은 말하지 않는 행위는 소통의 부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말한다는 것은 앵무새처럼 떠들석하게 하여 공간과 사람을 주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래서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너무 자만하지는 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

 

1. YO세대. 영 올드 세대(55~75세). 신중년. 6075세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선배 격인 이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단어가 최근 등장한 이유는 인간의 평균 수명(현재 한국인 평균 수명은 81세)이 100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한국 사회의 노령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세대를 비율로 나누었을 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 구성원들을 특정한 성향을 공유하는 어떤 개성있는 집단으로 규정 하고, 행동과 선호도를 연구하는 자료들이 속속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입안자들은 한국 사회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한국의 패션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활동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 이유. 신중년을 위한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짙은 <인생내공>이 출간된 이유도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신중년의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2. 신중년 예찬

 

59. '세상에는 신도 없고 악마도 없다. 그저 인간만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 그것이 중년이다. 중년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이 있다. 그것이 중년력이다. 신중년은 더 강해지고 성숙해진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등하고 복잡한 존재인지 알게 되는 것도 중년이다. 시간과 경험 속에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다.

60. 중년력을 대표할 수 있는 네 가지는 신체력과 정신력, 사회력, 영적 능력이다. 

일은 끈기로 해내는 것이다. 이른바 근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노련함은 청년의 힘을 넘어선다. 숙련된 경험으로 다치거나 사고가 날 위험도 적다 

중년 이후 인간의 몸은 중고차와 같다. 여기저기 잔고장이 잘 나고 불편하다. 그러나 정신력은 올라간다. 체력 곡선은 하강하고 정신력 곡선은 상승한다. 그 두 개의 선이 만나는 교차점이 중년이다. 

경험에서 오는 지혜와 통찰력이 강해지며, 자기 성찰의 힘도 강하다. 어떤 사안을 놓고 중심을 잡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중년에는 있다. 그래서 중년의 뇌를 가장 뛰어난 뇌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나이 먹은 뇌는 나잇값을 한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알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 능력'이 높아진다. 과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함으로써 쌓인 상당한 연륜으로 가능하다. 노년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망증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훌륭한 자산이다.

 

본문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는 중년과 신중년이라는 단어가 번갈아 나오는데. 문맥으로 봤을 때는 <인생내공>가 지칭하는 중년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의미로서의 중년1이 아니라 신중년. 그러니까 영 올드 세대. 젊은 노인층을 뜻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인생 내공>은 신중년이 걸어온 삶에 대한 위로와 예찬이 주를 이루고, 선생님이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격려하듯. 몇 가지 조언을 건네는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3. 세로토닌 적 삶

 

힘들게 높은 산을 올라야 하는 전반전의 삶과는 달리 이제는 정상에서 내려와야 할 시기가 후반전의 삶. 신중년이 앞으로 살아내야 할 반세기 남깃한 시간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뤄낸 성과에 만족하고, 행복한 후반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도파민 적 삶이 아닌 세로토닌 적 삶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로토닌은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군집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본능이 발휘될 때, 혹은 3대 욕구가 충족되어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분비되는 물질로서, 도파민(엔도르핀)이나 노르아드레날린과는 달리 유일하게 자기조절 능력이 있는 물질이라고 한다. 

 

세로토닌의 중요한 4대 기능


조절호르몬 : 폭력, 충동, 중독, 폭식 등 극단적 행동 조절
                   수면 - 각성사이클, 식용 통각 조절.
공부호르몬 : 주의집중력, 기억력, 창조성
행복호르몬 : 본능적 욕구 충족 -> 즐거움, 편안함
미인호르몬 : 항중력근 -> 반듯한 자세, 발랄한 표정
                    자율신경 조절 -> 피부대사, 윤기 있는 피부

 

세로토닌의 기능은 위의 내용과 같고. 책의 234페이지에 있는 '세로토닌적 삶의 제안'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런데 의아하다고 생각한 점은 이 곳에 나열되어 있는 제안과 저자가 바로 앞 223페이지에서 언급했던 미국의 시민운동 '새로운 문화창조 (CULTURAL CREATIVES)'가 벌이는 문화운동의 특징과 하나도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럴거면 C.C의 가치관을 받아들이자라고 할 것이지 세로토닌 적 삶의 제안이라고 다시 페이지를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참 그리고 공저자 중 한 명인 이시형 박사는 2010년 <세로토닌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나는 먹는 사골은 좋아하는데, 그 외 다른 사골은 매우 싫어한다. 


우러날 대로 우러나서 싱거울 수 있는 국물이지만 나는 배가 고파서 매번 그러하듯이 나에게 필요한 먹을 것을 저장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예전부터 제목을 이렇게 저자 역자 편집자 순으로 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질 못했다. 왜일까? 그냥 그래야만 하는 명확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출간년도와 원제, 그리고 저자의 이름만 표기하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작가, 번역가, 그리고 편집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 디자이너, 교정, 인쇄, 출판 에이전트와 비평가 그리고 독자까지. 아마 빼먹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책이라는 것은 저자 혼자서 완성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만 이 책을 만들어질 수 있고, 우리들이 읽을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을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을 보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2. 저자인 이디스 그로스먼이 번역예찬을 하게 된 이유는 미국 출판시장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번역 문학의 위기 때문이었다. 번역서가 범람하는 우리나라의 출판시장과는 달리. 미국은 자기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자만심 때문인지. 다른 나라의 서적을 번역하는 사례가 줄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번역은 이와 같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24. 번역은 문학을 통해 다른 사회, 다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바꾸어 그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잠시나마 우리 자신의 삶, 우리 자신의 편견과 착각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게 해주는 것입니다.

33. 번역은 여러 언어 언어를 서로 교배시켜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독보적이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33. 괴테는 한 나라의 문학이 다른 나라의 문학에서 받을 수 있는 영향과 기여를 막는다면, 결국 그 나라의 문학은 스스로 고갈되고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질은 낮아지기 마련. 

문학 뿐 아니라 언어 자체도 다른 언어와 서로 관계를 맺을 때 풍성해집니다. 한 언어에 주입되는 새로운 표현 수단이 가져오는 결과는 어휘의 확장, 연상 잠재력, 구성상의 실험입니다. 

번역을 통해 넓어진 시야는 한 언어를 쓰는 사람이나 그 언어로 쓴 글을 읽는 사람, 그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에 그치지 않고 그 언어 자체의 본질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번역의 순기능은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움을 공급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라온 곳에서 나온 문화와 다른 이질감에서 배양된 작품을 통해 우리는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고, 또 창의적인 관점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41. 자신이 번역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로 자기가 원본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번역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의 말이 암시하는 것은 서평에서 번역을 논하는 목적과 번역의 정확성 검사를 동일시한다는 점. 그러나 진짜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닙니다. 

 

번역에 대한 평가를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원서를 해독할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그렇지만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나도 모르게 번역의 본질과 정확성 검사를 동일시해왔다는 실책에서 비롯된 뼈아픈 잘못이었다. 

 

4.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79. 충실성을 직역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직역은 어설프고 도움이 되지 않는 개념으로, 번역과 원본의 복잡한 관계를 심히 왜곡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합니다.


83. 번역가의 충실함은 어휘의 짝짓기가 아니라 문맥에서 드러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원저자의 어조와 의도와 담화 수준이 암시하고 반향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좋은 번역이 좋은 이유는 문맥 상의 의미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단어나 구문에 충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번역이 아닙니다. 단어나 구문, 이런 것들은 언어마다 독특하여 좀처럼 곧바로 다른 언어로 옮겨질 수 없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원문을 그대로 복제하려는 시도는 그릇된 것이며, 그래서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직역주의자들이 빠지는 함정입니다. 단어란 개별적으로 분리될 경우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어는 문맥 전체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될 때 의미를 띱니다. 이 문맥이라는 것은 감정적 어조와 영향, 문학적 전례, 개개의 표현이 나타내는 후광 같은 언어의 의미 뿐 아니라 암시적 의미까지도 포함됩니다. 

 

그로스먼은 지나친 직역투의 번역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제임스 우드가 분류했던 오리지널리스트와 액티비스트 가운데 액티비스트에 가까운 번역을 지지한다. (훌륭한 번역가라면 물론 양쪽을 겸비해야 하지만. 어쩌면 겸비하는 것이 선행조건인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로스먼이 나보코프의 축어역 이론에는 반대하며, 매끈하면서도 독립적인 번역의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위의 단락을 다시 분해해보자. 중요한 부분이 있다. 

 

문맥이라는 것은 감정적 어조와 영향, 문학적 전례, 개개의 표현이 나타내는 후광 같은 언어의 의미 뿐 아니라 암시적 의미까지도 포함됩니다. 

 

​그렇다. 번역가는 문맥을 충실히 번역하는 사람이지만. 그 문맥이 지닌 의미는 겉으로 드러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단어 속에 내재된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문맥 속에 내재된 내용을 작가와 번역가의 관계에서만 교류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 3자인 독자에게로 잘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번역이란 독자가 무사히 읽었을 때, 매끄럽게 읽었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저자와 번역가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노벨문학상으로 선정된 작가의 작품은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누려야 하는 영광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 

 

1. 최근 21세기북스에서 밀고 있는 책이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다. 그런데 내 기준으로는 이 책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노령화한 근미래의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에 대하여 논의한다. 그런데 노령화를 언급하는 채널은 많다. 그런데 이 책 <세대 전쟁>은 그 노령화된 대한민국의 실제모습을 추적한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겪었던 전 세계의 과거 사례의 분석을 토대로 말이다. 그런 인구의 감소에 따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2. 이 책에 담긴 해답을 내 생각대로 정리해본다면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가 소년을 살찌우기 위한 행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집을 보유한 세대(마녀)의 자산을 지금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집을 구매할 세대(헨젤과 그레텔)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마녀의 집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높은 청년 실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부풀려놓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자산의 폭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노년층의 생활도 어려워 질 것이다. 

 

3. 그런데 이렇게 부동산을 경고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사골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우려내도 너무 우려낸다. 집값을 유지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계속해서 각종 규제들을 우려내어 삼켜버린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약간의 고양감을 느꼈지만, 며칠 전에 발표된 재건축 어쩌구 저쩌구. LTV·DTI 규제 어쩌구 저쩌구 정책. 월세 전세 어쩌구 저쩌구.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

 

 

1. 매년 초 사람들은 이웃들에게 덕담으로 부자가 되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부자보다는 대박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승진을 위해 처세술 서적을 탐독했다. 그런데 그 어떤 누구도 이웃에게 정직하게 혹은 정의롭게 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우리 주위의 풍경이다. 

 

2. 이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표창원 씨가 불만을 표시하는 한국 검경의 부조리한 실태를 읽지 않더라도.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태들(재벌의 솜방망이 처벌, 국정원에 관련한 사건, 스포츠 계의 파벌논란, 부실공사가 빚은 참극)이 가리치는 바늘 끝은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정의롭지 않다는 곳에 닿아 있다.  

 

3. 이 책보다 쉽고 간단하게 우리 사회의 풍경의 온도를 파악하고 싶다면 최근에 종영한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된다. 그 공간에 모인 지니어스들은 정정당당하게 게임으로 실력을 겨루기 보다는 반칙과 편가르기가 난무하는 불합리한 권력 싸움을 서슴지 않고 벌인다. 이 모든 것은 막대한 상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우승자가 되기 위한 여정이다.  

 

4. 이와 같이 만연한 부조리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내어 마이클 센델의  저서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렸다. 이 책을 읽거나 소장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현실의 부조리를 바로 잡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은 원래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카오스이며, 지구 상의 어떤 물질도 완벽히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세상을 그저 그렇게 버텨냄으로써 자위한다.

 

5. 가수 신화의 해결사(1998)라는 노래 가사가 아주 흥미로워서 그대로 가져왔다. 

 

어쩌다가 이 사회가 이리됐을까. 이젠 그 누구에게도 보장 받던 삶은 갔어 주머니 속의 빈곤은 곧 따뜻했던 가슴속의 빈곤들로 이어지고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줄 수도 없어 나 하나가 잘 살기도 힘든 세상이니까 다 욕심이 넘쳐 욕심이 넘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착한 너의 목이 조여지고 있어 맥 없이 다들 맥없이-공든 탑의 무너짐을 바라보았어 모든 게 다 하나같이 혼돈의 수렁 속에 깊이 잠겨 있어 우린 누군가가 필요해-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해결사를 원해 

 

가사에 담긴 메시지는 이러하다. 우리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해결사.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해결사라. 과연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해결사가 존재할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했던가? 그런 엔딩은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을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을 잡고,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벌이는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서 감시하는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공범들의 도시>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