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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난이도 : ★★★
1. 동양철학
자기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널리 권장해야 한다. 슬기롭게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동양의 수많은 철학서적은 우리에게 '군자'와 같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한 후, 그것에 도달하는 삶을 권했다. 사람이 날 때부터 선하다고 생각했던 성인은 우리들로 하여금 반성하게 하여 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방식을 권했고, 사람이 날 때부터 악하다고 주장했던 성인은 본능에 사로잡힌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 훌륭한 덕성을 가진 인간이 되는 방식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주자의 시대에 이르러 넓은 존재가 구성된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불어와서. 불가와 도가의 사상을 접목한 성리학이 집대성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를 멈추지 않고 고민해왔다. 책에서 소개하는 홍자성의 <채근담>과 여곤의 <신음어>같은 책이 그런 결과물들이다.
2. 자기계발서에 관한 생각
지혜로운 삶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담은 책.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해라' 어투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책들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다. 그러한 가르침이 범람하는 덕분에 우리는 손쉽게 자기계발서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적을 경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 비난을 불러오게 만든 요즘 자기계발 작가들의 표절 행위.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강연 장사를 하는 행위. 과거에 썼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잊을만하면 신간 서적을 다시 출간하는 행위 등은 반드시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게다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들의 몫으로 떠넘긴 채, 뜬구름 잡는 소리만 일삼고, 또한 그런 뜬구름 같은 내용조차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는 반복해서 읽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지침이 되는 자계서는 5권 정도만 만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3. 멘붕
'멘붕'. 멘탈붕괴라고 하는 말의 줄임말이다. 멘붕은 빠진다는 동사와 함께 쓰여 '멘붕에 빠진다'고 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매일 수도 없이 멘붕에 빠졌다가 붕괴된 멘탈 밖으로 허둥지둥 빠져나오는 우리에게 마음을, 정신을,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멘탈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멘탈의 기초를 튼튼히 쌓으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건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그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보건대 저자는 인간이 지닌 자기 치유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통찰은 앞서 읽은 <인생내공>에서 이시형 박사가 언급한 세로토닌이 발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4. 말에 관하여.
동양철학. 낭중지추,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뛰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생각이 통용된다. 그래서 유교사상에서는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고, 금으로 여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그런데 이 좋은 말이 요즘에는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한 원인은 경쟁사회가 불러온 비극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가만히 있으면 밟고 올라가려는 미성숙한 인격들이 많기 때문에, 침묵을 통해서. 인내를 통해서는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한 부조리가 쉬이 지나가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을 옭아맨 인간이 설정한 부조리를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고, 좀 더 능동적으로 겟썸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일테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비극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앵무새에게 미성숙한 언어을 가르쳤다. 가르쳤다기 보다는 앵무새가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학습했다. 그런데 그 앵무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시대를 축약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었다. 무거움이 아닌 가벼움. 신중함이 아닌 경솔함이 지배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앵무새를 애지중지여긴 우리비노 박사는 앵무새의 입을 통해 졸지에 더 파렴치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77. 앵무새는 망고나무의 가장 낮은 가지에 앉아 있었다. "이런 파렴치한 놈!" 우르비노 박사가 앵무새에게 소리질렀다. 그러자 앵무새는 똑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더 파렴치한 사람일 겁니다. 박사님."
그리고 그 말은 복선이 되어 어이없게 생을 마감했다.
5. 중용. 현대사회의 중용.
과거에 살았던 성인들이 저술한 철학 사상의 모든 잠언에 감탄하여.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모든 것을 똑같이 재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싶다.
대신, 저자가 <중용>을 이야기하면서 주장하는 것을 십분 받아들여. 우리들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맞게. 처한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필요성은 개개인에게 각각 자율적으로 맡겨져있다는 것일테다.
6. 말의 중용
말이라는 것이 특히 그렇다. 요즘 세상은 말하지 않는 행위는 소통의 부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말한다는 것은 앵무새처럼 떠들석하게 하여 공간과 사람을 주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래서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너무 자만하지는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