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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평점 :
난이도 : ★
1. 자멸로 실패한 남자
오소킨은 돈도 잃고, 사랑도 잃었다. 매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당장 눈 앞의 쾌락과 편안함이라는 이익을 쫓느라 멀리 있는 목표를 상실. 아니 목표를 정하지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불안정한 일면은 예전에 읽었던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이론에 따르면 오소킨은 쌍곡선 할인의 지배를 받는 전형적인 인간이고, 이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겪는 공통적인 모순점일 것이다.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리뷰 중에서...
인간을 자멸하게 하는 유혹은 인간의 본능과 관계된 부분이라서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없는 존재(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한)라는 이론을 지지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눈앞에 닥친 일에 더 높은 비중을 주고. 훗날 계획하는 일은 원래보다 낮은 비중을 주는 시간할인율( 할인율 :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주는 교환비율 즉, 이자율과 반대방향의 개념)이 작동하여 짧은 기간에는 높은 할인. 긴 시간에는 낮은 할인의 경향을 띠는 쌍곡선의 할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래 계획했던 중요한 일과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일의 선호 관계가 역전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하다가 낭패를 보기 마련이라는 충고를 건네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자만을 내려놓고, 자신에 대한 절제력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이 자멸하지 않고 스스로 다짐했던 길을 향해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인생을 다시 산다면
37. "미리 알 수만 있다면! 탁자 위에서 가장자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앞 못 보는 새끼 고양이처럼 기어 다니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에요. 앞에 놓인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거예요.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앞길을 조금만 볼 수 있어도!"
우리가 만약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하여 사랑했던 여자가 떠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틀림없이 우리들도 오소킨처럼 절규할 것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텐데라고 후회랗 것이다. 아마도 과거를 돌려달라고 할 것이다.
페테르 우스펜스키 형님은 친절하게 오소킨의 소원을 들어준다. 현실에거 비현실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어떻게 보면 다시 돌린다는 게 비현실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재도전하는 것은 다시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소킨 앞에 나타난 마법사는 다음의 한 마디를 덧붙인다.
28.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지, 모두 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에서는 마법사의 말처럼 손쉽게 인생을 다시 시작한 오소킨의 인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채. 흘러갔다. 재수가 삼수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직전 쌍곡선 할인의 인간 본성은 다시금 오소킨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181. 그 두 시간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가치 있어. 오늘 그 일로 인해 머리가 잘린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타네츠카에게 키스할 거야... 이제 꿈속에서 날듯이 호수 위로 날아가고 싶어.
192. 남이 내게 좋거나 필요하다고 정해 주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를 누리고 싶어. 난 이제껏 어떤 일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야.
204. 멀리서는 모든 걸 볼 수 있지만, 상황에 가까이 있으면 더 이상 전체를 볼 수 없어. 오직 별개의 부분들만, 아무 의미도 없는 사소한 것들만 보이는 거야.
3. 운명은 어지간해서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현재를 바꾸기 위하여 과거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패와 마주한 오소킨과 마법사 형님의 대화는 직접적인 강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해석하면 신의 명령으로도 들린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정리하면 쌍곡선 할인이라는 마수에서 약간이나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289. "그렇다면 이것은 바퀴에 올라타고 계속 도는 것과 같아요! 이것은 하나의 덫이에요!"
"친구여, 그 덫이 인생이라고 불리는 거야. 그대가 한 번 더 실험을 반복하고 싶다면 나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 하지만 경고하는데 그대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거야.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만 있어."
293. "이 삶을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오?"
"그건 그대의 일이야. 그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해.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하게. 지금 상태로 맹목적으로 돌아간다면 그대는 다시 똑같은 일들을 할 것이고,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반복되는 걸 피하지 못할 거야. 결코 수레바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고,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이 굴러갈 거야. 그대는 내게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지. 나는 '삶을 살라'고 대답하겠네. 그것이 그대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야."
298. 난 무엇이든 바꾸려면 먼저 그대 자신이 변해야만 한다고 이미 말했네. 그리고 이것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자신이 바뀌려면 오랜 기간의 지속적인 노력과 많은 앎이 필요하지. 지금의 그대는 그런 노력을 할 수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아무도 혼자서는 그렇게 될 수 없어. 사람들은 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처음에 그들은 자신들이 수레바퀴 위에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믿으려 하지 않지. 나중에 그 진실을 깨닫기 시작하면, 그들은 그것이 필요한 전부라고 생각해. 이제 자기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았으며,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지지. 곧 그들은 모든 것이 대단히 쉽고 간단하다고 선전하는 사기꾼들을 발견하게 돼. 이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환상이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큰 고통과 때로는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얻어낸 기회를 잃어버리지."
301. "그대 스스로는 아무것도 바꿀수 없으며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하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깨달음이지. 왜냐하면 오늘 깨닫고 내일 잊어버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인간은 이 깨달음과 함께 살아가야만 해."
302. 인간은 진정한 앎을 가져야만 해. 그리고 진정한 앎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워야만 하지. 또 배움을 얻으려면 자기희생을 거쳐야만 해. 자기희생 없이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어.
303. 인간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것만을 받을 수 있고, 그가 그것을 위해 무엇인가를 희생한 것만 사용할 수 있지. 이것이 인간 본성의 법칙이야. 따라서 만약 중요한 앎이나 새로운 힘을 획득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고 싶다면, 그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만 해. 나아가 그것을 위해 포기한 만큼만 얻을 수 있지.
그 밖에도 그의 마음 상태 때문에 일어나는 부차적인 어려움들이 많아. 그는 자신이 처한 무력한 상황을 깨닫는다면 모르는 채로라도 희생하는 데 동의할 거야.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기쁠 거야. 왜냐하면 오직 이 길을 통해서만 새로운 어떤 것, 혹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생기니까. 그가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똑같은 상태로 남거나 심지어 더 악화되지."
306. 위대한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자기희생과 끝없는 추구를 통해 진정한 앎에 도달해야만 해.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인생을 바꿀 수 있어. 인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앎이 없이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삶을 반복하게 되지. 인생의 더 큰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도 추구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은 삶을 바꿀 가능성을 잃게 되지.